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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unbelievable)!"

 

백발이 성성한 벽안의 외국인 노교수가 한국 방문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외친 말이다. 좋은 뜻 이냐고? 부끄럽게도 아니다. 하천 전문가로 알려진 독일의 베른하르트(70) 교수는 12일 오전 11시 15분경, 방한 기념 기자회견을 위해 신륵사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여주녹색성장실천연합회(이하 녹실련) 회원 30여 명에게 둘러싸여 곤혹을 치렀다.

 

여주녹실련 회원들은 처음 기자회견이 예고된 남한강 강천보 인근 지역을 막아서다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이 신륵사로 장소를 변경하자, 급히 쫓아와 베른하르트 교수를 막아섰다. 베른하르트 교수를 막아선 녹실련의 한 노인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우리도 독일처럼 부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고, 이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은 이미 50여 년 전에 4대강 사업과 같은 하천 공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누구?

올해 칠순(41년 생)인 한스 베른하르트(Hans Bernhart) 교수는 하천 정비와 재자연화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1976년 독일 정부와의 소송에서 라인강에 만들어진 이페자임(Iffezheim) 보 때문에 홍수가 발생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승소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 정부는 더 이상 대형보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베른하르트 교수는 라인강 상류 하르트하임 지역 등 세계 각지 하천의 복원 생태계 보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녹실련 일부 회원들은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여기 왜 왔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고,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에게는 "매국노"라며 20여 분 동안이나 길을 터주지 않았다.

 

앞서 오전 시간에 베른하르트 교수 일행은 남한강 역행침식과 재퇴적 현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도 빈 덤프트럭이 일행의 차량 진입을 방해해 고생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녹실련 회원들에게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며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고 외쳤다. 전 세계 하천 공사 현장을 돌면서 무수히 많은 갈등을 봐왔던 베테랑도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벌어진 한국의 상황은 믿을 수 없었나 보다.

 

바로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면서 "국격을 높인다는 나라에서 명망 있는 외국학자의 기자회견을 불법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나라 망신"이라 지적했다.

 

 

국토부 4대강 추진본부는 녹실련 회원들의 베른하르트 교수 방해 소식을 트위터로 즉각 알렸다. 차윤정 4대강 추진본부 부본장은 이 소식을 듣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덧글을 다는 등 녹실련의 행태를 격려했다.

 

이와 관련 김종남 사무총장은 "불법적 행동으로 나라가 망신을 당하는데 중앙부처와 차관급 인사가 이를 격려하는 것은 개념을 상실한 짓"이라며 "대한민국의 국격은 MB 정권 스스로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정보다 30분 늦게 열린 베른하르트 교수 방한 기념 기자회견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칭찬한 UNEP에 대해서 "환경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가 됐다"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UNEP와 한국정부와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김종남 환경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4대강 국민소송단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낙동강 현장을 조사하며, 18일에는 '4대강 사업의 홍수 및 재해 안전성 진단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올립니다. 


태그:#베른하르트, #4대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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