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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상징적 인물이 된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200일이 넘는 그의 크레인 고공농성이 한진중 사태를 전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김 지도위원의 대척점에 서있던 조남호 회장. 지난 6월 국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떠났던 그는 50여 일만에 귀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크레인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행위는 사태 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위험하고도 불법적인 행위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김 지도위원을 겨냥했다.

 

이에 발 맞춰 한나라당은 18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조 회장과 김 지도위원이 모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남호'와 '정리해고'에 초점이 맞춰진 청문회가 '조남호 대 김진숙' 구도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조 회장은 증인으로, 김 지도위원은 참고인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본래 조 회장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김 지도위원이 아닌 바로 이 사람이다. 한진중공업 사측의 법적 교섭 대상자, 국내 최대의 산별노조를 이끌고 있는 박유기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은 정리해고의 철회냐 아니냐 하는 문제인데 그런 측면에서 조 회장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라며 "조 회장의 담화문 발표는 자기변명"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지난 6월 27일 있었던 한진중공업 노사합의와 관련해 "해고라는 문제는 단순히 노사 합의로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식 단체교섭은 아니지만 지난 2007년 고용을 보장한 교섭을 맺을 당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 대상자였던 것처럼 이번 사안의 교섭 대상자도 금속노조 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박 위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18일 국회 청문회와 관련해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선부분에서 정리해고가 타당한가, 그런 회사가 174억 주주배당을 하고 52억 현금배당을 하는 게 타당한가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요청한 것과 관련해 박 위원장은 "사태해결을 위한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김 지도위원의 요구는 '정리해고 철회'라는 명확한 것으로 청문회에서 확인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김진숙 청문회 출석 요구는 정치적... 정리해고 부당성 증명할 것"

 

- 지난 10일에 조남호 회장의 귀국 기자회견이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은 '정리해고 철회냐, 아니냐'하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조 회장은 근복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 왜 귀국해 얼굴을 나타냈냐는 것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결국 국회 청문회의 압력,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희망버스, 그리고 20일로 예정된 '희망시국대회' 등 한진중공업 사태를 둘러싼 민중진영의 저항이 조 회장으로 하여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 회장은 어떤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력에 못 이겨 자기변명을 했을 뿐이다."

 

- 어쨌든 현재 노사정 교섭이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금 고용노동부 쪽에서도 부산에 내려가 있고 금속노조에서는 김호규 부위원장이 내려갔다. 사측에서도 이재용 사장과 부사장, 노무 담당 상무 등이 참석하고 있다. 어제(11일) 오전에 간담회로 만났는데 정리해고 철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건조차 만들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인 교섭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협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공식협상으로 가는 게 순서인데, 현재는 전혀 진전이 없다."

 

- 금속노조는 사태해결을 위해 정리해고 철회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태 해결을 위해 현재 상황에서 다른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회사를 떠나지 않겠다는 94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을 하루빨리 복직 시키라는 게 명확한 요구다. 정상적인 근로계약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조 회장은 지난 6월 27일 노사합의를 근거로 회사 정상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시 금속노조에서는 이를 무효라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당시 교섭권을 가진 금속노조가 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07년 한진중공업 노사가 맺은 특별단체협상을 예로 들어보자. 정년퇴직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이 단협은 한진중공업 사장과 당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맺었다. 고용문제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의 합의는 금속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단체교섭이 아닌 노사협의라는 형식을 빌어서 합의이행서를 작성했는데, 현재 상황이 단순한 노사합의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어려운 점은 한진중공업 지회의 조합원들이 실제 노동조합의 통제와 조직지휘 아래에 있지 않고, 사실상 회사의 관리 통제에 있다는 것이다. 지회의 조직력 자체가 정상이 아닌 상황이다."

 

- 18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린다. 조남호 회장이 증인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참고인 출석요청을 받았는데, 사실 청문회에서는 교섭 당사자인 금속노조위원장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나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 받았다. 청문회는 내가 나가야지 김 지도위원이 나갈 이유가 없다. 그를 참고인으로 부르는 건 정치적 행위다. 그 요구에는 사태해결을 위한 진정성이 없다. 김 지도위원의 요구는 명확하다. 정리해고를 하지 말고 같이 살자는 거다. 이런 요구 가지고 농성하는 사람을 청문회에 부르는 건 정치적 목적과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회에는 정리해고가 과연 타당한가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합법적으로 정당한가 따져 물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조선사업 부분이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고, 174억 원의 주주배당과 52억 원의 현금배당을 하는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겠다." 

 

"자발적 참여가 느는 건 노동의제의 사회적 확장"

 

- 한진중공업 사태가 노동사안임에도 민주노총 또는 금속노조 중심의 싸움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 중심으로 흘러 온 경향이 있다. 노조 차원의 운동에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고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한진중공업 관련해 금속노조는 지속적인 간부파업과 집회를 부산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사측이 완강히 버티면서 파업이 장기전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내부에 조합원들이 생활상, 경제상 파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회사의 회유로 인해 현장조직은 무너졌다.

 

그럼에도 전국민적 사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 지도위원의 크레인 점거농성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문제의 공감대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례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해고의 문제는 이미 화두가 돼 있었다.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 등 14명이 자살과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사망한 문제는 사회적 쟁점이 됐다. 때문에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의 심각성에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시위 자체가 '조직된 노동자들의 파업', '질서 있는 집회'에서 자율적이고 창발적인 시위로 발전하는 건 노동운동이 쇠퇴했다고 보는 것보다 노동의제가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

 

- 오는 20일에는 '희망시국대회', 27일에는 '4차 희망의 버스'가 예정돼 있다. 금속노조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희망시국대회에 최대한의 인원을 조직하기 위해서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노조 간부들이 전국 순회를 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노조 임원들을 각 현장에 투입해 현장 조합원들과 감담회를 열어 참가를 조직할 계획이다. 27일 희망버스에도 참여를 적극 권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차기 위원장 선거가 다음 달 말에 있는데, 선거 일정과 함께 노조 전체의 분위기가 상승하길 기대한다."


태그:#한진중공업, #조남호, #김진숙, #박유기,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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