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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향해 "한진중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는 국민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했다"며 "어떠한 조건도 없이 청문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53일 동안 해외에서 체류하다 지난 주말 귀국한 조 회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선언하는 대신 "외부세력은 개입 말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사자간 합의를 무시한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불법 고공농성, 시위와 집회 등 불법적 압력에 의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는 결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17일째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세 차례 부산을 찾은 '희망버스'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야5당은 "조 회장이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발끈했다. 조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 불가 입장을 강변한 데다, 이날자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김진숙 지도위원의 청문회 출석을 자신의 청문회 출석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조남호 회장, 짜고 치는 고스톱"

 

야5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청문회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던 조 회장이 무릎 꿇고 사죄하기는커녕 미사여구로 국민을 철저히 농락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했다"고 성토했다. 또 "악덕기업주 하나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조 회장은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탈세 의혹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100억 원 대의 정리해고자 및 희망퇴직자 지원책 및 영도조선소 유지 등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 본질인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변명에 급급하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후속조치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5당은 정부·여당과 조 회장이 귀국 및 청문회 출석에 대해 사전 논의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들은 "국민은 일개 기업주가 자신의 힘만으로 이처럼 오만방자한 행태를 저지른다고 믿지 않는다, 정권의 비호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조 회장의 청문회 출석과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즉각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 회장은 청문회에 대해서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빠져나가고, 한나라당은 김 지도위원이 출석해야 조 회장을 청문회에 부르겠다고 한다"며 "(조 회장과 정부·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진중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내 강경파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라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조 회장을 비호하기 위해 청문회를 걷어차더라도 야5당은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돌파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조 회장의 극비 귀국 관련 <조선일보> 기사에 인용된 '여당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지목하며 "조 회장의 조건부 청문회 출석 입장은 청와대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무엇을 목표로 조 회장을 배후조종하고 있나"라며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숨어서 개입하고 있다면 이제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청문회는 한진중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며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기도 전에 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중단을 조건으로 거는 것은 대단히 그릇된 일이다, 조 회장은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지적했다.

 

한진중 청문회 증인 채택 또 실패... "한나라당, 조남호 비호"

 

한편, 조 회장이 출석하는 국회 청문회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조 회장 등 한진중 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완료지으려 했지만 김 지도위원의 출석 여부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 간사가 이날 오후 4시 전체회의 전까지 다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결론은 불투명하다.

 

청문회 증인에게는 적어도 1주일 전까지 소환장을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야가 이날 증인 채택을 합의하지 못하면 17일 청문회에서 조 회장의 모습을 보긴 어렵다. 설사 여야가 김 지도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김 지도위원의 청문회 출석을 주장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지도위원은 그동안 한진중 문제를 대변해 오면서 210일 이상 농성했던 분"이라며 "청문회에 나와서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했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인지, 조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한나라당은 김 지도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사실상 조 회장을 비호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조 회장 때문에 열리는 청문회에 김 지도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청문회의 기본 취지와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중단을 목적으로 둔 한나라당의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 정리해고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국회에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못 열게 하려는 꼼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청문회, #김진숙, #조남호,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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