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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김종철 김시연 기자, 김민석 인턴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이 무너진 1696.16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이 무너진 1696.16를 표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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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신 :9일 오후 5시 10분]

여유 되찾은 객장... "내일 증시는 장담 못해"

"어우 머리 깨져, 전세방 빼서 빚 갚아야 되겠네."

9일 오전 한때 1700선 밑으로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오후 2시경부터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추락에 절망했던 여의도 증권가 투자자들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오전 대신증권 객장에서 만났던 50대 여성 투자자도 PC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전광판을 보기 시작했다. 막바지에 이르자 그는 "아, 이제 살았다. 거의 다 올라왔네, 오메 징그러운 거"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에 화를 내며 인터뷰를 거부했던 부부 투자자도 "반등해 손해 좀 줄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남편은 "어제 수준으로 떨어졌네요, 하여간 1800선은 회복됐으니까…"라며 조금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부인은 "오늘 떨어진 것도 복구 안됐는데… 아우 머리 깨진다, 전세방 빼서 빚 갚아야 되겠네"라며 여전히 짜증이 묻어났다.

반등세가 가시화되자 객장에 앉은 사람들은 조용히 전광판을 주시했다. 한 남성은 "이제부터 쭉 올라간다"며 "정부기관에서 개입했기 때문에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안 해도 속으론 안도하는 눈치였다.

이날 하루 4천만 원, 지난 5일 동안 1억 6천만 원을 잃었다는 '큰손' 박선호(63)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5년 전부터 8억 원을 투자해 주식이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씨는 "주식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대형주를 공략해야 한다"며 "오늘도 삼성전자, LG화학, 항공우주, KB금융 등은 반등해서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IMF 폭락 때도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다 부자가 됐다"며 "반드시 반등이 오니까 '개미' 투자자들도 인내를 가지고 팔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객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1층 로비에는 사람이 없었고, 2층에 마련된 고객용 컴퓨터 앞에 60대 두세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아무개(60)씨는 컴퓨터에서 종목코드를 찍어 쉴 새 없이 확인하며 "어우, 많이 올랐네, '후패'가 돌려주네"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어떤 주식을 샀느냐는 질문에 오후에 기아차 주식을 500주 샀는데 6만40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올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이 좋지 않으니 내일 아침이 오면 바로 팔 것"이라고 말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면서.

[8신 : 9일 오후 4시]

'대폭락' 면했지만... "오늘 코스피는 연기금의 승리!"

9일 오전 한때 1700선 아래로 떨어졌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1800선에 턱걸이하며 장을 마감됐다. 하루 동안 최대 180포인트 떨어져다 100포인트 반등하는 널뛰기 증시에 투자자들은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도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증시 방어에 연기금이 대거 투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트위터 'doax'는 "코스피 1800 유지하려고 연기금 엄청 들이붓는 듯"하다면서 "오늘 이렇게 막고 내일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기대하는 모양인데 실패하면 낙폭이 더 커지고 연기금은 모두 날아갈 텐데"라며 걱정했다.

다음 아고라 '일지매'는 "코스피 1800 회복! 오늘 코스피는 국민연금, 우체국의 승리"라면서 "주식을 5천억 가까이 사들였으니 주식이 올라갈 수밖에"라고 꼬집었다.

다음 'SOAR'는 "여전히 팔자가 우위인 가운데 연기금으로 겨우 낙폭을 줄인 정도"라고 평가 절하하고 "도깨비 방망이 연기금이 투입 됐음에도 계속 팔자세가 유지되면 대략 난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기준 세계금융연구원 대표가 생방송 도중 울먹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한국경제TV> '마켓포커스' 2부에 출연해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문제도 아니고 투자자가 잘못한 건 전혀 없는데 가장 고통 받는 게 우리 투자자가 돼야 하느냐"며 크게 한숨을 내신 뒤 "지금 투자자들이 너무 힘든 상태다"라며 순간 울컥했다.

진행자가 "진정하라, 전문가 입장에서 시장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하자 비로소 "좀 힘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감정을 수습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 대표의 '울먹임'은 마침 코스피 지수가 1700선 밑으로 떨어져 가뜩이나 우울해 하던 투자자들에게 '동병상련'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 방송을 본 투자자 김영애씨는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그 울음 참음이 나를 더욱 당차게 만든다"면서 "오늘 슬펐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은 울고 있다"고 감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003년부터 투자 카페를 개설해 개인 투자자들과 가깝게 지내는데 (최근 주가 폭락으로) 울면서 전화하는 회원들이 많다"면서 "방송하다 답답해서 울컥했는데 다른 전문가들도 모두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Gogh2003'은 이날 오후 "증시가 '쑥대밭'이 됐다고 어떤 분이 표현하셔서"라며 실제 '쑥대밭' 사진을 올린 뒤 "'쑥이 우거져 거친 땅', 하지만 쑥대밭은 나무 씨앗들이 옮겨와 숲이 복원되는 터전이 된다네요, 위기의 시장 안에 재기, 생명의 씨앗도 있다고 봅니다, 파이팅"이란 글을 올려 시름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7신: 9일 오후 3시 20분 ]

겨우 지켜낸 1800선...버냉키의 입에 세계경제 향방 달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고개를 숙인 채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고개를 숙인 채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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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약간 벗어났다. 9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1700선 마저 붕괴되면서, 공황상태가 연일 계속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들면서 기관과 연기금 등이 대거 주식을 사들이면서 1800선을 간신히 지켰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5055억원, 기관투자자가 9274억원 등의 돈을 쏟아부으며 주가를 방어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이날 112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1조1712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결국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8.10포인트(3.64%) 떨어진 1801.35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의 하락 폭은 좀더 컸다. 전날보다 29.81포인트(6.44%) 떨어진 432.88로 마감했다.

중국과 일본 주식시장은 한국 코스피보다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64.27포인트(1.7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지수 역시 2.95포인트(0.12%) 하락에 불과했다.

시장 일부에선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9일(미 현지시각)부터 시작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만약 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제3차 양적 완화 조치(미 달러화 공급)를 포함한 경기부양책이 나올 경우, 공황에 빠진 세계 금융시장의 숨통을 돌려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 2차 양적완화 조치로 인한 실효성이 별로 없었던데다, 버냉키 의장 역시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연준에서 큰 선물 보따리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이번주 말로 예정돼 있는 G7의 회동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6신 : 9일 오후 2시]

절망·분노 뒤섞인 여의도 증권가... 투자자도 증권맨도 '한숨'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적 매도로 인해 코스피가 연일 하락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거래소 영업장에서 투자자들이 우두커니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적 매도로 인해 코스피가 연일 하락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거래소 영업장에서 투자자들이 우두커니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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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게 하나도 없어, 빨간 게 고장 났어."

주식 하한가를 표시하는 초록빛이 늘수록 여의도 증권가의 한숨도 커져갔다. 대신증권 본사 객장 안에는 개인 투자자 30여 명이 모여 전광판을 말없이 바라보거나 서로 위로하고 있었다. 혼잣말로 신세 한탄을 하는 투자자도 많았다. 한 80대 남성이 "이야, (주가가) 1/4이야, 한솔LCD 25%, 1/4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라고 한탄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1/10 남은 것도 있어요, 말도 안 나와요, 지금"이라고 거들었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객장을 찾은 사람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웃음을 찾기도 했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많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뭘 사도 먹어, 그땐 무조건 사야 돼"라며 '저점 매수'에 희망을 거는 사람도 있었고, 뉴스를 보고 구경 삼아 나온 사람도 있었다. 또 이미 주요 주식을 팔고나서 언제 사들일까 재며 마음 편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한 80대 남성은 사진을 찍으러 온 기자들에게 강하게 역성을 내기도 했다. 그는 "내 앞에서 사진을 왜 찍어, 사진 찍지 마, 지금 약 올려?"라고 말하며 불같이 화를 냈고, 옆에 있던 40대 여성은 "마치고 나갈 때 찍으면 되지 왜 지금 찍으려 해, 이건 초상권 침해야"라며 거들었다. 기자들은 결국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조용히 전광판을 바라보는 한 남자에게 말을 건네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계속 물어보고 그래, 제발 좀 가쇼"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고개를 홱 돌리며 무시하거나 심지어 기자에게 화를 내는 투자자도 있었다. 초조하게 전광판을 보고 있던 한 50대 여성은 "이럴 땐 말을 안 붙이는 게 좋아요, 지금 돈들이 다 날아가고 있잖아"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객장 한 가운데 앉은 한 40대 남성은 "외국인들과 기관들은 주식이 빠질 때 사거든, 그래서 개인들만 이용 당하는 거야,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사야 할 때라니까, 개인들은 지금 돈이 없어서 못 사지"라며 "이 고비를 잘 넘기는 사람만 살아"라고 말했다. 그는 옆에서 팔까 말까 고민하며 울상인 중년 여성에게 "절대 팔지 말고 버텨요, 인내심 없이 중도하차하면 제일 피해가 커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신증권 객장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우리나라는 냄비 근성이 너무 강해 막 팔아대니까 증권회사만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다"면서 "내가 보기엔 미국 큰손들이 S&P 같은 것을 조종해서 시장을 흔들어 엄청난 수익을 보려는 것 같다"고 나름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 객장 안의 분위기는 더 침울했다. 하한가 종목이 늘고 있던 오전 11시쯤 하나대투증권 직원이 숨죽이며 객장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직원이냐고 묻자 "영업부 소속은 아닌데 투자한 돈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보러 온 것"이라며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증시 폭락 속에 애타는 건 증권사 직원도 예외도 아니었다.

[5신 : 9일 낮 12시 35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거래소 영업점 앞에서 한 시민이 코스피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7% 이상 빠지며 한때 70만원선을 지키지 못하고 2년만에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거래소 영업점 앞에서 한 시민이 코스피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7% 이상 빠지며 한때 70만원선을 지키지 못하고 2년만에 무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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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남편 몰래 3천만 원 투자했는데... "

오전 11시쯤 코스피 1700선마저 한때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여의도 증권가 객장에도 조금씩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전 11시 30분쯤 대신증권 본사 객장에는 투자자 30여 명이 몰려 증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코스피 1700선까지 흔들리면서 말 붙이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언론사에서 많이 다녀갔는데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물어보느냐"고 기자에게 화를 냈다.

이곳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 투자자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안 팔았더니 미치겠다"면서 "올해 1월쯤 남편 몰래 3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오늘 아침에라도 팔았으면 50만 원은 버는 건데 이제 억울해서 못 판다"고 하소연했다.

8월 초 2100선에서 무려 400포인트 넘게 폭락한 상황에서 증시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경와우TV에 출연한 애널리스트가 이날 오전 방송 도중 울먹여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팍스넷 '주식꽈춤을'은 "주식하면서 애널리스트가 우는 거 첨 봤다, 아마도 개미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면서 "그 애널은 '깡통'의 비애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으리라, 나까지 울컥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트위터 'annallure'은 코스피 1700선 붕괴에 "나는 주식을 하지 않는데도 매우 충격적이다"라면서 "어쩌면 2008년 미국 모기지 사태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던 누군가의 우려가 떠오른다, 검은 금요일, 검은 월요일에 이어 며칠간 증권가 무지 어두울 듯"이라고 불안해했다.

트위터 'jsekim'는 "내가 웬만하면 모른 척 일하려고 했는데 아... 스마트 폰 너무 스마트해서 자꾸 1700선 붕괴, 종목 모조리 하락, 서킷브레이크 발동... 아주 속보라고 난리도 아니다"라면서 "그냥 지금 주식 장 마감 해주면 안 되겠니"라는 애타는 심정을 나타냈다.

팍스넷 '낙시안'은 상황을 달관한 듯 "주식판도 보지 말고 신경 끊어라"라면서 "여기서 팔면 그냥 손실 확정하는 것이다, 그냥 이 악물고 참아내는 수밖에, 그럼 본전 찾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 당부하기도 했다.

팍스넷 '지수1250'은 "주식투자 15년 동안 험한 꼴을 네 번째 보는구려, IMF가 그랬고, 미국의 9.11테러에, 리만 브라더스 사건, 그리고 이번 미 신용등급 하락, 그러고 보니 네 번 중에 세 번이 미국 때문에 당하는 험한 꼴이군요"라고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팍스넷 '감나무잎사귀'는 "그러고 보니 미네르바하고 루비니,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던 양국의 대표주자들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런 건가?"라면서 "사실 유동성으로 버텨 온 거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구먼! 터질게 터졌다"라고 한탄했다.

트위터 'hesedlee'는 "증발된 돈,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다 들어갈 텐데, 그리고 누군가는 망가지겠지요"라며 "숨어서 주물럭거리는 손, 싫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나"라고 증시 생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이날 오전 팍스넷 '시골리장'의 글이 인상적이다.

"원래 이 바닥이 그랬습니다, 개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르고, 개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떨어지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더 많은 거품을 먹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더 큰 손실을 입죠.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주식시장이 원래 이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벤트(?)가 생기고, 또 어느 날 갑자기, 경기가 꺾여버리는... 이번 폭락장이 단기 이벤트였음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개미는 절대로 이 주식시장을 이끌 수도 이끌어 가지도 못합니다. 명심하세요." 

[4신 : 9일 오전 11시 30분]

코스피 최악의 폭락중... 한때 1700선마저 붕괴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한때 1700선마저 붕괴되면서, 시장은 '아비규환' 상태다.

9일 오전 11시 16분께 코스피지수는 1691.78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무려 177 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같은 하락 폭은 전날 최대 하락폭인 143.75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오전에 발표된 중국쪽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되자마자, 주가 하락이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5%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승률은 3년만에 최고수준이다. 중국의 긴축정책 우려가 다시 아시아 금융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전 11시2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일단 1710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날보다 주가 하락폭은 160포인트나 됐다.

외국인이 56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전날 주식을 팔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3000여억 원, 기관도 2500억 원이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3신 : 9일 오전 11시]

"7월 주식 정리한 게 10년 투자 인생 제일 잘한 짓"

전날 미국 증시 폭락 여파로 9일 오전 국내 증시가 연이틀 폭락하자 주식정보 사이트인 팍스넷 토론방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증시 폭락을 걱정하는 누리꾼들의 걱정이 묻어났다.

팍스넷 '강남1번'은 9일 오전 10시쯤 "9.11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공황의 시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팍스넷 '人00間'은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중병, 미국이 중병에 앓으면 한국은 사망, 코스피 기침하면 코스닥은 중병, 코스닥이 중병에 걸리면 서킷브레이커"라는 말로 미국 증시 영향이 큰 한국 증시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났다.

트위터 'blu_pn' 역시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했답니다, 아무리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증시의 아바타라지만 심각합니다"라며 "미국이 망할지도 모른다는데 미국 돈 가치는 올라갑니다, 설사와 변비가 동시에 온 격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 같습니다. 결국 서민만 죽어납니다"라고 우려했다.

대책 없이 떨어지는 증시를 냉소하거나 자칫 자포자기한 개인 투자자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묻어났다.

팍스넷 '주유소알바'는 "주식시장을 보니까 참 감사하네요, 에어컨도 없이 더위에서 고생한다고 주식판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네요, 더위가 싹 사라지네요"라고 주가 폭락의 충격을 표현했다.

팍스넷 '쟈스민향기'는 "한강 통제소에 전화했습니다. 안전요원과 구명보트 추가 배치하라고"라는 말로 실의에 빠진 주식 투자자 심정을 헤아렸다.

현 정부 증시 대책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트위터 'doax'는 "한 시간 만에 코스피가 40포인트 이상 빠졌군요. 오늘은 연기금을 얼마나 더 꼴아 박을지.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르는 패닉 상태이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모르는 듯 하군요. 조만간 '미국탓'이라는 '남탓정부'"라고 비꼬았다.

트위터 'lsh0032'는 "747공약은 코스피를 747까지 떨어지게 한다는 공약이었나?"라며 이명박 정부 공약을 꼬집었다.

반면 일찌감치 주식을 팔고 나온 개인투자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7월 말에 국내외 주식 전격적으로 다 정리, 직원들이 너무 아깝댔는데 돈 없다고 정리했는데 그게 10년 투자 인생 중 제일 잘한 짓이 되었어요"(트위터 'jkJEAN1223')

[2신 보강 : 9일 오전 10시 15분]

코스피 이틀 연속 사이드카... 코스닥 선물도 서킷브레이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의 하락세가 표시되어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의 하락세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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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장이 열리자마자 종합주가지수(코스피) 선물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코스닥 선물도 서킷브레이커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19분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급락하자 사이드카를 발동해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했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넘게 지속될 경우 5분간 발동하는 것으로, 이틀 연속 발동은 2008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선물도 장 초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은 오전 9시 23분 스타지수선물과 스타지수선물스프레드 거래를 일시 중단시켰다. 서킷브레이커는 스타지수선물의 약정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6% 이상 높고 선물중단 이론가격보다 3% 이상 높은 상태가 동시에 1분간 지속하면 발동한다.

지난 8일 간신히 지켰던 1800선도 장이 시작하자마자 허무하게 무너졌다. 오전 9시 5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00포인트(5%) 가까이 떨어진 1770대를 기록하고 있고 코스닥도 같은 시간 전날보다 32포인트(7%) 떨어진 430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쯤 여의도 증권가 객장은 비교적 한산하다. 하나대투증권 본사 객장에는 투자자 4명 정도가 나와 있을 뿐이다.

객장에 앉아 증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개인투자자 이아무개(54)씨는 "어제 이어 오늘도 많이 폭락할 거 같다"면서 "증시는 오르락내리락 흐름을 타니까 언젠가는 올라갈 것이다"면서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퇴직금으로 생긴 여유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그는 "북한이 조용하니 이번엔 세계 증시가 요동친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증시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차라리 해외 안정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신 : 9일 오전 9시 25분]

코스피, 18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의 하락세가 표시되어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에 코스피의 하락세가 표시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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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금융시장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9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열리자마자 추락하고 있다. 지난 8일 간신히 지켰던 18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오전 9시분 현재 코스피는 어제보다 81.93포인트(4.38%) 하락한 1,787.52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도 같은 시간 전날보다 27.32포인트(5.90%) 내린 435.37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8일)에 이어 외국인과 개인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한편, 이날 새벽에 마감된 미국 증시 역시 예상대로 폭락했다. 미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다우지수)는 634.76포인트나 하락하면서, 1만1000선이 붕괴됐다. 미국 증시 112년 역사상 6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태그:#증시폭락 , #코스피,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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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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