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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리를 점거중인 용역 그리고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와 학생들
 카페마리를 점거중인 용역 그리고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와 학생들
ⓒ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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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카페마리에서 쫓겨나 도로 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학생들이 카페마리에서 쫓겨나 도로 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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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흰 티에 검정바지를 입고 복면을 쓴 용역들이 서울 명동3구역 카페 '마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카페에 있던 30여 명의 세입자와 학생들은 도로로 쫓겨났다. 이들은 도로에 자리를 잡았다. 몇몇 학생들은 즉석에서 만든 타악기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큰 천을 이용해 대자보를 만드는 이들도 보였다.

반면 카페를 점령한 용역들은 도로쪽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워댔다. 기자가 그런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면 (기자를) 노려보는 등 공포감을 조장하기도 했다. 용역들은 "모자이크 처리도 안해주면서 사진은 왜 찍냐?"며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쳤다.

용역들, 새벽 4시께 카페 침탈... '경찰은 꿈적도 안했다'

용역들이 카페 안을 점령해버린 이 상황은 이날 새벽 4시 40분께 일어났다. 새벽을 틈타 용역 80여 명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도 농성중인 학생들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농성장에 있던 가구와 악기들도 많이 파손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매미(18)씨는 "새벽에 용역들이 밀고 들어와 잠을 자고 있던 세입자와 학생들을 들어서 밖으로 내던졌다"며 "저항하고자 했지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밀고 들어오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10분 거리에 있는 파출소를 찾아가 부탁을 해봤지만 경찰은 '파출소 인원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만 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세입자인 김용식(66)씨는 "버티고 앉아있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용역이 '씨X 나가라고'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며 "저들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용역들에게 "오늘 새벽 몇 명이나 동원된 거냐?"고 묻자 한 용역은 "21명"이라고 대답했는데, 이를 두고 김씨가 "지들이 사람새끼가 아닌 줄은 알고 있는가 봐"라며 혀를 찼다.

용역들이 카페마리를 점거한 가운데 한 세입자가 침통해 하고 있다.
 용역들이 카페마리를 점거한 가운데 한 세입자가 침통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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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3구역 세입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명동3구역 세입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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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에서야 김부철 서울 중구청 도시관리과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구청에서 공무원이 왔다는 말에 세입자들이 몰려와 "구청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라며 그를 향해 항의를 쏟아냈다.

김부철 과장이 카페내부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용역이 몸으로 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잠시 충돌이 일었다. 이에 한 세입자가 "기자를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다 찍어서 보여줘야지"라고 하자 용역은 "알았어, X년아"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김부철 과장은 "어제 중구구청장이 자리를 마련해 양쪽 대표자들이 금요일(5일)에 서로의 안을 들고 오기로 했고 그때 협상하기로 협의된 상태였다"며 "그런데 오늘 새벽 용역이  갑자기 밀어닥친 것을 나도 이해할 수 없고,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카페 '마리'의 주인인 설순임(42)씨는 "철거업체는 시행사와 계약한 것이 아니라 시공사와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행사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려봐야 시공사는 무시로 일관한다"며 "협상하자고 해놓고 또 이렇게 들이닥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허구한 날 들이 닥치니 이제는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고 협상도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새벽에 불법으로 들이닥친 일은 4월 8일, 6월 4일, 6월 19일에 이어 오늘이 4번째"라며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 후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됐다"고 넌더리를 쳤다.

"새벽에 카페를 침탈한 용역이 가장 먼저 부순 것은 악기들"

세입자 대책위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부서진 기타를 보이고 있다.
 세입자 대책위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부서진 기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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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3일 새벽 카페 '마리'에서 3일 벌어진 용역 침탈 사건을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명동해방전선'에서 활동 중인 아즈(20) 씨는 "자고 있는 세입자들을 짐짝처럼 끌어내고 폭행과 폭언을 퍼붓고, 여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성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서진 물건을 "농성장을 침탈할 때 용역들이 제일 먼저 부순 것은 악기들"이라며 "새롭고 즐거운 농성문화가 정착되어가는 카페 '마리'의 분위기가 용역들에게 큰 위협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 중구청장실 앞에서 농성 중인 배재훈 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법원에서 이달 16일까지 세입자와 시행사 간 합의 조정기간을 두라고 판결했고, 구청에서도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사법부와 행정부의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우리나라 법질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장은 "명동3구역은 끝까지 투쟁하여 무분별한 재개발을 근절하는 좋은 선례가 되도록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 께 소나기가 내렸다. 하지만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와 학생들은 그 비를 맞으며 농성을 계속 이어갔다.  

덧붙이는 글 | 김민석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명동3구역, #마리카페, #용역,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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