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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주제는 발칸이다. 발칸은 유럽 동남부 지역으로, 발칸산맥의 남쪽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서쪽으로 아드리아해가 있고, 남쪽으로 이오니아해와 에게해가 있으며, 동쪽으로 흑해가 있다. 나라로 보면 그리스,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를 말한다. 그렇지만 넓은 의미에서 발칸은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유럽 일부를 차지한 터키까지를 포함한다.

 

발칸이라는 이름은 불가리아에 있는 발칸산맥으로부터 유래한다. 발칸은 터키어로 숲이 우거진 산악지역이라는 뜻이다. 발칸의 북쪽 지역으로는 도나우강, 사바강이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는 발칸에 포함되지 않으며,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북쪽 일부 지역도 발칸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이들 나라를 모두 발칸으로 보고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한다.

 

 

발칸으로 가는 길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유럽의 프랑크푸르트나 암스테르담으로 간 다음 그곳에서 발칸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카타르의 도하를 거쳐,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중 도하를 거쳐 가는 비행기 요금이 저렴하고, 여행 코스도 합리적이어서 우리는 카타르항공을 이용한다. 카타르 도하로 가는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밤 12시50분에 출발한다.

 

카타르 도하 거쳐 발칸으로

 

방학이 되어서인지 비행기가 만석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로 가는 소년소녀합창단의 모습도 보이고, 우리처럼 발칸반도로 가는 여행객들도 보인다. 이곳에서 일 년 반 전 우리 예성문화연구회팀의 그리스 터키 여행을 안내했던 투어콘덕터 홍자경씨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그리스 크루즈 팀을 이끌고 그리스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도하를 거쳐 아테네로 들어가는 것이다. 도하에 도착하니 현지 시각으로 4시10분이다. 비행시간만 9시간 20분이다.

 

 

도하 국제공항 주변에는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다. 저 아래로 도하 시내의 불빛이 반짝인다. 기장은 바깥 도하의 기온이 34℃라고 말한다. 밤에도 기온이 34℃이면 대단한 더위다. 비행기 안은 냉방이 잘 되어 더위를 전혀 못 느끼지만 비행기를 내리면 더위가 밀려올 듯하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환승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잠깐이지만 더운 공기가 느껴진다. 버스는 잠깐 사이에 우리를 환승장으로 데려다 준다.

 

중동지역에 처음 오는 것이라 조금은 긴장된다. 그렇지만 도하는 사람들의 복장이나 표정 등에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서양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보안 검색이 이루어진다. 잠깐 사이에 환승 수속이 끝난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8시 25분 이곳 도하를 출발, 13시 20분 부쿠레슈티에 도착할 예정이다. 7시 30분까지 게이트 앞으로 가면 되니 아직도 두 시간 반이나 여유가 있다.

 

나는 면세구역에서 먼저 책방을 찾아간다. 발칸반도에 대한 책이 있나 해서다. 서점에는 전문적인 책은 거의 없고 포괄적인 개론서 수준이다. 카타르를 소개하는 책자들이 보이는데, 책을 사기에는 좀 그렇다. 왜냐하면 카타르를 알기 위해 도하에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념품이라도 있을까 해서 둘러보았지만 별 게 없다. 시간이 남아 글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복장에서 특이한 게 없나 찾아본다.

 

 

중동 사람들은 얼굴 모습과 옷에서 우리와 확실히 구별된다. 남자들은 수염을 길렀다. 더운 지방이어서 그런지 흰색 옷을 많이 입었다. 그것도 헐렁하고 긴 옷이다. 헐렁한 이유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 것이고, 긴 이유는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여자들은 더 다양한 모습이다. 히잡이라고 하는 스카프만 쓴 사람도 있고, 차도르라고 해서 검은 옷에 얼굴만 내놓은 사람도 있다. 가끔은 부르카도 보인다. 이슬람교에서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보수적인 복장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동지방에서는 무슬림만을 위한 공간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항에도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있고, 화장실도 무슬림을 위한 전용화장실이 따로 있다. 그 안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와 별로 다른 게 없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아직도 대가족을 형성해 살고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교를 더 이상 코란과 칼로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도하에서 비행기는 제시간에 출발한다. 바깥 기온이 벌써 39℃다. 낮 최고 기온은 45℃ 정도까지 올라가겠다. 도하는 해발이 8m밖에 안 되니 완전히 바닷가에 있는 도시다. 도하에서 부쿠레슈티까지는 3123㎞로 5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비행기는 걸프만를 따라가다 쿠웨이트 상공을 지나간다. 그리고는 티그리스강을 거슬러 바그다드까지 올라간다. 바그다드에서 뭔가 보일까해서 내려다보니 고도가 높고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이제 터키로 들어선다. 티그리스강의 상류는 옛날 아나톨리아라고 해서 같은 문화권이었다. 비행기는 앙카라 북쪽으로 해서 흑해변에 있는 삼순을 지난다. 삼순은 터키에서 미녀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도시다. 비행기는 삼순에서 흑해를 똑바로 가로질러 콘스탄차에 이른다. 콘스탄차는 흑해변의 유명한 무역항으로, 인구가 30만이 넘는다. 도나우강 물길을 직선화해 운하가 생기면서 교역상 아주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이 운하는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로, 대서양의 로테르담에서 이곳 루마니아의 콘스탄차까지 이어진다.

 

 

콘스탄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넓게 펼쳐진 평원과 흑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원에는 도나우 운하가 구불구불 대지를 품고 흘러간다. 이곳에서 부쿠레슈티까지는 30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이제 루마니아 땅에 들어선 것이다. 루마니아는 북쪽으로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서쪽으로 세르비아와 헝가리, 남쪽으로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평지가 전체 영토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업이 발달한 국가다.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따라 발칸으로

 

 

카타르 도하를 거쳐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가는 길을 돌이켜보니 우리 선조들이 다니던 문명교류로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옛날 아시아와 유럽의 문명교류를 가능케 했던 대표적인 길이 비단길과 바닷길이다. 실크로드로 알려진 비단길은 중국의 장안에서 유럽의 로마까지 이어지는 문명교류로다. 중간에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이란, 터키를 통과한 다음 유럽의 발칸지역을 거쳐 육로 또는 해로로 로마에 이르게 되어 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황해를 건넌 다음 베이징과 톈진 사이로 중국 본토에 들어선다. 황하강을 건너고 서쪽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난 다음 카라코람 산맥을 넘는다. 이 길은 카라코람 하이웨이라 해서 파키스탄과 중국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교통로였다. 이 도로는 중국의 카쉬가르와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를 연결한다.

 

우리 비행기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카라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아라비아해로 나간다. 여기서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오만만을 지나 걸프만로 들어선다. 걸프만 남쪽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랍 에미리트 연합, 카타르. 바레인이 있다. 우리의 일차 목적지는 카타르의 도하다. 도하는 카타르의 수도로 경제와 교육 도시로 유명하다. 도하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로 유명해졌고, 2006년 아시안 게임을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가는 길은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 시리아, 터키, 불가리아를 지나게 되어 있다. 비행기도 이 길을 따라 간다. 걸프해로 다시 들어 선 우리 비행기는 쿠웨이트시와 아바단시 사이를 지나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상공을 지난다. 과거 실크로드는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시리아 다마스쿠스와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간 다음 바닷길로 아테네와 로마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우리 비행기는 로마가 목표가 아니라 부쿠레슈티가 목표기 때문에 바그다드에서 티그리스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티그리스강은 터키의 남동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원한다. 그러므로 비행기는 자연스럽게 터키 남동부를 지나 흑해로 들어선다. 흑해는 남쪽으로 터키, 서쪽으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북쪽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비행기는 터키의 삼순에서 흑해를 직선으로 가로질러 루마니아의 콘스탄차에 이른다.

 

 

콘스탄차는 불가리아의 바르나와 함께 흑해 서쪽에서 가장 큰 도시다. 콘스탄차에서 부쿠레슈티까지는 완전한 평야 지대로 넓은 들판이 이어진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과 평야 지대가 일망무제로 조망된다. 부쿠레슈티 가까이 오면서 중간 중간 강과 호수의 모습이 나타나고 도시의 모습도 보인다. 부쿠레슈티에 도착한 시간은 7월 20일 수요일 오후 1시 20분이다. 인천공항에서 도하를 거쳐 부쿠레슈티 오토페니공항까지 비행한 시간은 14시간이나 되고, 거리는 무려 1만239㎞에 이른다.

덧붙이는 글 | 7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발칸지역을 여행했다. 문명충돌의 현장을 살펴보고, 현재 발칸의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여행국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6개국이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오스트리아 서쪽 지방을 지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 7개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 인물, 풍속과 생활 등을 2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발칸, #문명충돌, #도하, #흑해 , #부쿠레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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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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