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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면동에 산다. 조용하던 동네가 이번 비 피해로 꽤나 유명해졌다.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하에 물과 토사가 꽉 차고, 사람이 죽어간 상황에 비하면 가게에 빗물이 좀 들어오고, 냉장고가 망가지고, 정전으로 물건이 상하는 정도는 피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면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관문사(우면산 바로 밑에 있는 절) 지하4층까지 들어찼고, 마을까지 내려와 지하에 사는 집과 차들을 덮쳤다. 어떤 집은 담이 무너지면서 물이 마당을 통과해 대문으로 물길이 생기기도 했다. 그 현장을 직접 본 나는 무서웠다. 자연의 분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폭우에 쓸려 내려간 우면산
 폭우에 쓸려 내려간 우면산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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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면동은 며칠째 수해복구 작업을 하러 온 군인들과 경찰들로 꽉 차 있다. 나 역시 며칠 동안은 냉장고를 고치고, 상한 물건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일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서 다른 피해지역에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을 낼 수 있었다.

마침 내가 후원하고 있는 JTS(국제기아 질병 문명퇴치 민간기구)에서 연락이 왔다. 김제동씨가 간 구룡마을은 무허가 판자촌이라 구청의 지원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31일) 아침 일찍 구룡마을로 갔다. 판자촌이 밀집되어 있는 구룡마을은 한창 복구중인 우면동과는 달리 정말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느낌이었다.

 구룡마을 복구작업 중인 jts 봉사자들
 구룡마을 복구작업 중인 jts 봉사자들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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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전날 김제동씨 등이 담아놓은 모래주머니로 축대를 쌓고, 물길이 막힌 개울을 정리하고, 침수된 집을 치우는 일이었다. 전부터 구룡마을에 대해 듣긴 했지만 강남구 한복판에서 1200여 가구나 되는 판자촌을 직접 보니 좀 충격이었다. 왜냐면 그곳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내 눈에는 사람이 살면 안되는 환경이었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매우 좁고 어두웠다. 어떤 집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골목 안에 있었다. 그 집 앞에는 전등불이 켜져 있었는데도 낮에 어두웠다. 또 쓰레기는 마을 곳곳에 쌓여 있었고, 공동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심했다.  

 빽빽한 구룡마을 집들
 빽빽한 구룡마을 집들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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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골목 안의 집
 좁은 골목 안의 집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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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30년을 산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마을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군대도 가고 결혼해 손주까지 낳아 같이 살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바르게 자라준 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하셨다. 

그곳에서 낳은 아들이 손주를 안겨준 30년간의 세월을 구룡마을에 살았지만 이곳 주소지로 주민등록이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란다. 어떻게 30년을 살았는데 그동안 주소지로 인정이 안됐을까 의아했지만 늦게나마 인정되었다니 천만다행이다.

우리가 봉사하러 갔을 때 마침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구룡마을을 방문했다. 나는 구청장이 구룡마을 구석구석 침수된 집안까지 들여다봤기를 바란다. 왜냐면 이 마을은 큰길만 대충 봐서는 모른다. 우면산처럼 산사태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잘 알 수가 없다. 골목 사이사이에 침수된 집들을 들여다봐야 피해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구룡마을을 둘러보는 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을 둘러보는 신연희 강남구청장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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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수된 집을 정리하는 JTS 봉사자들
 침수된 집을 정리하는 JTS 봉사자들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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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아는 것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움직여 행하는 것임을 봉사하면서 깨닫게 된다. 솔직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곳에서 봉사를 해봤다. 물론 농촌봉사활동을 가보긴 했지만 그 어떤 농촌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은 아니었다.

대치동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봉사를 하러 왔기에 구룡마을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런 동네가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아파트 앞에서 할머니들이 야채를 놓고 파시는데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할머니들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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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의 열악한 환경을 누구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비싸다는 고층의 타워팰리스 옆에 있는 도시빈민의 판자촌을 보니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을 고민하게 됐다. 

나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양극화 되어가고 있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해가 갈수록 느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불평등한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구조라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만약 그 승리가 하루 10시간씩 학교에서 일하고 월급 75만 원을 받는 청소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쌓인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몇 천만 원 뛰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들에게 노력하지 않아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개인의 노력은 필수다. 그러나 그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계층과 양극화에 따른 문제는 사회가 나서서 해결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판자촌 구룡마을 너머로 보이는 타워팰리스
 판자촌 구룡마을 너머로 보이는 타워팰리스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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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4대 강에 국가 예산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처음부터 뒤처질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한 복지예산을 늘려야 우리 사회의 양극화도 줄어들고 진정한 선진국이 될 거라고 본다. 더군다나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번 비피해가 잘 말해주고 있다.

돈이 돈을 벌고, 부는 세습된다는 공공연한 진실앞에 그냥 무릎을 꿇을거냐고,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거냐고, 구룡마을의 판자촌이 오늘 내게 묻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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