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1회 한국노래자랑대회 포스터.
 제1회 한국노래자랑대회 포스터.
한류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아시아에 이어 중동, 유럽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아직 아시아권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이집트에서도 한류의 열풍은 대단하다. 2005년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학과 개설, 2010년 코리아채널 개국 등 차근차근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저변을 넓혀 온 이집트에서 7월 28일(현지 시각) 제1회 한국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전국에서 모인 24개 팀의 참가자가 열띤 경연을 펼쳤다. 마디 도서관 공연장을 꽉 채운 관중도 세 시간 내내 응원하며 대회를 지켜보았다.

본선에 앞서 지난 7월 25일(현지 시각), 한국대사관 한국어교실에서 참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예선이 있었다. 총 33개 팀이 참여한 예선은 본선 못지않게 경쟁열기가 뜨거웠다. 여러 참가자 중 눈에 띄는 참가자들을 몇 명 만나보았다.

무대 옆쪽에서 반짝거리는 나이키 운동화를 맞춰 신고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 세 여성이 보였다. 원더걸스의 노래로 출전하는 아르와(19세, 카이로대학교 학생)와 친구들이었다. 

- 이번 대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대사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포스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원래 한국노래를 참 좋아한다."

- 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던데, 무슨 노래로 출전하나.
"원더걸스의 '이 바보'를 2주 전부터 연습했다. 본래 다섯 명이었는데 연습을 워낙 많이 해서 그런지 지금은 세 명만 남았다. 그런데 '이 바보'만 하기가 아쉬워 2PM의 'without you'까지 섞어서 하려고 한다. 2PM의 노래는 어제부터 연습한 것이어서 조금 걱정이 된다."

아르와와 친구들은 인기상을 받았다.

아르와와 그의 친구들이 원더걸스의 '이 바보'와 2PM의 'WITHOUT YOU'를 연습하고 있다.
 아르와와 그의 친구들이 원더걸스의 '이 바보'와 2PM의 'WITHOUT YOU'를 연습하고 있다.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이집트와 한국 사람들이 모여 하모니를 만들 날 오기를"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는 참가자들 중 한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은희(15세, 학생)씨다.

- 한국인인데, 이집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대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아버지는 한국 분이신데 어머니가 이집트 분이시다. 양쪽 나라 여권이 다 있는데 언니가 농담 삼아 '너 이집트 여권 있으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되었다.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이기도 하다."

-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심사에서 조금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그런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었다. 그렇지만 상 타려고 나온 게 아니라 즐기러 나온 것이니 상관없다."

예선을 통해 33개 팀 중 24팀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다. 예선이 끝난 직후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박재양 문화홍보관을 만났다.

- 제1회 한국노래자랑대회를 준비했는데, 이 행사를 통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이 행사의 목표는 사실 경쟁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라는 것이 없었던 곳이 이집트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오늘 참가한 참가자들만 보아도 자기 휴대폰에 한국 노래를 담아 다니고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한국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한류가 퍼졌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이번 행사는 K-POP을 사랑하는 이집트 사람들의 무대지만 이집트 노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행사가 더 발전하고 이집트에 한류가 더 자리 잡으면 상대국의 노래와 문화를 사랑하는 두 나라 국민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교류가 이루어질 텐데 그것은 상대국과 그 나라의 문화를 사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올해가 첫 행사이다. 앞으로 연례행사로 준비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행사 첫해에도 이렇게 반응이 뜨겁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이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다."

또 박 홍보관은 전 세계에 한류가 퍼지면 각 나라의 K-POP 대표를 모아 한국에서 노래자랑을 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겠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아무르와 힛산, 그리고 어머니 가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아무르와 힛산, 그리고 어머니 가다.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아들들에게 '곰 세 마리' 직접 가르친 이집트 엄마

노래자랑 당일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로 관중의 큰 박수와 응원을 받은 것은 아무르(11세), 힛산(8세) 형제와 사촌인 알랄(12세)이었다. '곰 세 마리'를 귀엽게 불러 관중과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두 형제는 어머니 가다(36세, 주부)씨의 한국어를 향한 사랑 덕에 출전하게 되었다. 가다씨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한국어 대답이 돌아왔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가다씨는 대사관에서 한국어 레벨 2까지 공부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 가정주부인데, 그냥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한 건가.
"결혼하기 전 한국식당에서 일을 했다. 그래서 기본적인 한국어는 알고 있었지만 더 알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 그럼 오늘 출전한 아이들에게도 직접 한국어를 가르친 건가.
"물론이다. 가나다라 노래나 한국어 숫자, 오늘 부른 '곰 세 마리'도 직접 가르쳤다. 집에서 김밥과 불고기도 자주 해서 먹인다. 아이들도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들이 억지로 나온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아무르와 힛산에게 물었다.

- 오늘 공연했는데 떨리지는 않았나. 스스로 하고 싶어서 나온 건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에 서 본 것이 처음이라 떨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나온 것이고 아빠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엄마의 한국 사랑이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식을 통해 자녀들에게 전해지고, 노래자랑과 같은 행사 참여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곰 세 마리'를 부른 아무르, 힛산, 알랄.
 '곰 세 마리'를 부른 아무르, 힛산, 알랄.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쉬는 시간 내내 들려오는 "동방신기 사랑해요"

이날 공연 사이사이 쉬는 시간 내내 "동방신기 사랑해요" 소리가 들렸다. 페이스북으로 활동한다는 동방신기 팬클럽 'TVXQ5 이집션 카시오페아'가 외치는 소리였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참가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했는데 어떤 노래든 랩과 안무까지 수준급으로 소화해내었다. K-POP을 좋아하고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심사 결과 2NE1의 '아파'를 부른 이만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만씨는 무대를 보지 않고 밖에서 노래만 들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을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세련된 무대 매너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페이스북으로 활동한다는 동방신기 팬클럽 'TVXQ5 이집션 카시오페아'는 공연 쉬는 시간 내내 "동방신기 사랑해요"를 외쳤다.
 페이스북으로 활동한다는 동방신기 팬클럽 'TVXQ5 이집션 카시오페아'는 공연 쉬는 시간 내내 "동방신기 사랑해요"를 외쳤다.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심사 결과 발표와 시상이 끝나고 떡볶이와 잡채 등이 준비된 한국 음식 뷔페가 열렸다. 한국 음식에 익숙해 보이는 여학생들은 한국 여학생들처럼 떡볶이만 잔뜩 담았고, 한국 음식을 처음 보는 듯한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음식을 보며 조금씩 담아 식사를 시작했다.

한국의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대회를 통해 한국을 향한 사랑을 발산할 수 있다는 데에 참가자들은 모두 만족했다. 또 음식을 통해 K-POP이나 드라마 외에는 직접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관중도 한국 문화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듯했다.

한국노래자랑 첫 해부터 이집트 현지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박재양 홍보관을 비롯하여 이번 노래자랑을 준비한 대사관 측의 바람대로 한국인과 이집트인이 한자리에 모여 하모니를 연출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장이었다.

대상을 받은 이만씨(사진 가운데).
 대상을 받은 이만씨(사진 가운데).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집트, #한류, #K-POP, #노래자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