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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서울 올림픽대로와 자동차.
 물에 잠긴 서울 올림픽대로와 자동차.
ⓒ 엄지뉴스(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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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1일, 시간당 75mm(양천구) 폭우에 침수됐던 서울시가 올해도 비슷한 강수량으로 수중도시가 됐다. 지난해는 강서·양천·종로 일대로 피해가 제한됐지만, 올해는 27일 오후 1시 현재까지 방배동에서만 5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훨씬 광범위하다.

지난해 사태는 명절을 앞두고 예고 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폭우가 예보됐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에서 서울 치수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다음 주에 혹은 내년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같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서울시는 수해방지 예산을 해마다 줄이왔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1조2천억 원을 한강에 쏟아붓고 있다. 이번 폭우 피해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는 오 시장의 이같은 예산 운용을 질타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경고했던 것이다. 지난해 홍수 이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울시의 정책을 비판했고,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작년에 이어 또 서울 물난리... "오세훈 사과하라"

구체적으로 대한하천학회와 서울환경연합 등이 작년 9월 공동으로 개최한 긴급토론회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방향'(주최 대한하천학회, 서울환경연합 등)에서는 도시계획과 연계하는 통합적 수방대책을 마련하고, 홍수에 적응하기 위해 도시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비판적인 의견 청취에 인색했고, 오히려 <2010년 풍수해대책 종합 결과보고>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피해 내용이 경미했다"고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했다.

서울시의 구태의연함은 대책수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 21일 홍수 발생 후 40시간 만에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2007년의<수방시설 능력 4개년 추진계획>을 재탕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신속하고 준비된 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홍수로 난리가 난 상황에서 더구나 한가위 명절 중에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것은 심각한 신뢰의 손실만을 가져왔다. 게다가 2007년 계획 발표 이후 대부분 추진되지 않았던 것을 다시 발표했으니, 비난만 자초한 셈이다.

27일 출근길 강남대로 모습.
 27일 출근길 강남대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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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혼쭐이 난 서울시는 올해 2월에 <기후변화대응 침수피해 저감대책>을 다시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광화문 일대 지하에 국내 최초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고, 빗물펌프장 40개소의 시설용량을 30년 빈도로 증대시키고, 빗물펌프장과 저류조 23개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고인석 서울시 물관리기획관은 "방재시설물 확충과 현장 중심의 긴급한 대처로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따른 도시 차원의 대응능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광화문 대심도 터널 하나만 추가됐을 뿐이다.

서울시의 고질적인 한계는 605.4㎢에 이르는 서울시에 대규모 시설 몇 개 설치로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기계적이고 토목적인 사고에서 나온다.

서울시가 기후변화까지 대응하겠다고 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지난해에 비해 서울이 수해 대응 능력이 커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홍수 발생 이후 서울시는 '공무원 돌봄서비스(주민과 공무원을 1:1로 연결해 침수 취약주택의 안전을 살피는 일)' 같은 미담이나 "기록적인 폭우 발생, 338㎜ 폭우, 관악지역에 100년 빈도 국지성 폭우 쏟아져" 따위의 책임회피성 내용들로 채워진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기계적인 서울시의 '한계'... 시민과 함께 대책 마련해야

지난해엔 "500년 빈도 홍수"라며 호들갑 떨더니,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관악구에서 '국지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다면, 말 그대로 피해가 관악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당 100mm가 내렸다는 것도 서울시의 주장일 뿐이다. 지난해도 서울시는 광화문 강수량이 시간당 97mm여서 '천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종로구청의 간이 측정 자료였을 뿐 기상청 자료는 시간당 71mm였다.

지금 당장 서울 홍수 피해 원인이 무엇인지,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서울시가 끊임없이 피해 원인을 숨기고 자료를 독점한 상태에서 과학적인 대책을 세우기는 어렵다. 더구나 서울 수해대책은 몇 개의 시설이나 아이디어로 해결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

하수관거가 막히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빗물 저장 시설을 다양하게 건설해야 한다. 또 배수장과 하수관거의 설계를 바로잡고, 도로의 포장을 빗물침투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등 지역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대안을 모색한다. 몇몇의 관료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토목공사를 벌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서울시의 불투수면적 비율 변화.
 서울시의 불투수면적 비율 변화.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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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도시가 콘크리트로 도배되어 빗물이 지하로 침투되지 못하는 상황이 달라지도록 도시계획을 바꿔야 한다. 서울시의 불투수면적(빗물이 스미지 못하는 면적)은 '62년 7.8%에서 '09년에는 47.7%로 늘어났다. 주변의 산과 하천 면적을 빼고 도시지역으로 한정한다면 불투수면적은 85%를 넘는다. 이에 따라 비가 오면 과거에 비해 5배나 많은 유출량(60년 10%, 99년 48%)이 나오고, 비가 그치면 지하수가 부족해 도시를 건조하게 된다.

서울시는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분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피해에서도 확인됐듯이 홍수 피해는 대부분 도시와 상류 산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는 기존 관료만으로는 홍수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역 맞춤형, 시민참여형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산사태가 일어난 우면산터널 하행 출구 모습.
 산사태가 일어난 우면산터널 하행 출구 모습.
ⓒ 엄지뉴스(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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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폭우, #서울시, #오세훈, #물폭탄,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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