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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뭐니뭐니해도 시장 구경이다. 사람과 물자가 유통하는 시장에서는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상품들 뿐 아니라 길거리 음식, 현지인들의 문화와 사는 모양새를 구경할 수 있다. 더운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일몰 후에 많이 활동하기 때문에 야시장이 발달하곤 한다. 실크로드의 사막도시인 돈황(敦煌, Dunhuang) 역시 큰 규모의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돈황의 야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큰 것은 워낙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다. 돈황은 양관, 명사산, 월아천, 막고굴 등 실크로드 탐방의 핵심 코스가 모여 있는 도시다.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는 관광 도시들 중에서도 찾는 이가 무척이나 많은 곳이다. 난주에서 서녕, 장액, 자위관을 거치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이나 서양인 여행자들을 이곳 돈황에서는 심심찮게 마주쳤을 정도니까.

그러다보니 저녁 시간에 심심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이 발달하게 됐다. 돈황의 야시장은 대체로 저녁 7~8시에 문을 열기 시작해 새벽 3~4시까지 영업한다.

'전통조 선랭면' 한 젓가락 하실라우?

돈황 야시장 음식거리에서 발견한 '전통조 선랭면' 가게
 돈황 야시장 음식거리에서 발견한 '전통조 선랭면' 가게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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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사는 사람들은 한반도의 중심이 서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그 착각이 무참히 깨지는 경험을 왕왕한다.

내가 여행한 곳은 남한과 교류가 별로 없는 서북부 지역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 교류가 많은 지역도 아니다. 돈황의 호텔 로비에는 커다란 지구본이 하나 있었는데, 서울은 온데간데없고 한반도 위에는 평양만 표시가 돼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공산국가라서 그런지, 중국은 남한보다 북한과 심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가깝다. 시장통을 거닐다 보면 TV에서만 봤던 북한의 모습과 유사한 풍경이 자주 나타난다. 띄어쓰기가 잘못된 '전통조 선랭면' 가게도 그랬다(느끼한 중국 음식에는 진력이 난 터라, 남조선이든 북조선이든 조선 음식점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돈황 야시장에서 파는 물건들
 돈황 야시장에서 파는 물건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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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야시장의 풍경
 돈황 야시장의 풍경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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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이라 살 게 없어? 잘 보면 '득템'할 게 널렸어

중국에 가면 살 게 없다고들 한다(뭘 사도 '중국산'이니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하지만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만 있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게 많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려 들기 때문에 흥정은 필수다. 1위안이 170원 선(2011년 7월 기준)이라는 환율 감각도 숙지해야 한다.

두꺼비 목탁 삼형제. 3마리에 30위안으로 깎아서 샀다.
 두꺼비 목탁 삼형제. 3마리에 30위안으로 깎아서 샀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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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장기판
 휴대용 장기판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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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액 야시장에서 먹은 양꼬치구이
 장액 야시장에서 먹은 양꼬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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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야시장에서는 다양한 액세서리, 기념품류를 찾아볼 수 있다. 핸드폰줄을 비롯해 실크로드 판화 그림, 직접 이름을 새길 수 있는 도장 등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꼭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일이 저렴하다. 가장 흔한 것은 수박이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멜론도 상대적으로 싸고 맛이 아주 좋다. 사서 바로 먹을 수 있게 좌판에서 잘라 주기도 한다. 복숭아는 1근(약 2개)에 5위안 정도로, 1개에 500원이 채 안 된다.

야시장 음식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별미인 양꼬치구이는 한 꼬치에 1위안 정도로 저렴한데 먹어볼만 하다. 노천 식당에서 현지 맥주도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맥주를 차게 해서 마시지 않아 조금 텁텁하긴 하다.

그 외 내가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들과 구입 가격을 일부 공개한다.

중국풍 귀걸이(45위안→25위안), 티벳풍 귀걸이(40위안→30위안)
팔찌(30위안→10위안), 반지 두 개(80위안→40위안)
실크로드풍의 숄(1장에 20위안→2장에 35위안)

중국 여행 중 구입한 액세서리
 중국 여행 중 구입한 액세서리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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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값 반으로 깎기? 중국어 세 마디면 된다

시장에서의 흥정은 단순히 돈 몇 푼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서 색다른 재미가 된다. 외국인에게는 애초에 비싼 값을 부르기 때문에 조금만 깎아달라고 하면 금방금방 값이 내려가는 편이다(중국은 세금조차 깎는 나라다). 우리 일행 중에 중국 친구 한 명이 어떤 상인과 고향이 같았는데(!) 덕분에 10개에 10위안인 핸드폰줄 한 묶음을 도매가인 5위안에 구입한 일도 있었다.

돈황 야시장에 즐비한 노점의 모습
 돈황 야시장에 즐비한 노점의 모습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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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잘 못 해도 흥정은 가능하다. 실제로 나는 같은 물건을 사면서 중국인보다 흥정을 더 잘 했다. 목걸이 하나에 20위안을 부르기에 "비싸다(이 표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 오면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다)"고 말한 뒤 "얼마를 원하냐"라고 하자(중국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눈치로 때려 맞췄다) 손가락 열 개를 펴 들었을 뿐이다. 중국인은 20위안에 산 물건을 내가 10위안에 샀다고 하자 버스는 웃음바다가 됐다.

반값 흥정에 필요한 중국어는 단 세 문장이다.

"뚜오 샤오 치엔?(얼마에요?)"
"타이 꾸엘라!(너무 비싸요!)"
"피엔이이 띠얀 바.(좀 싸게 해 주세요.)"

여기에 숫자만 조금 외우면 현지인이나 가이드의 도움 없이 쇼핑이 가능한 정도가 된다. 한국어와 비슷하니 어렵지 않게 외울 수 있다.

1 이 2 얼 3 산 4 스 5 우 6 리요우 7 치 8 빠 9 지요우 10 싈

발음만 정확하게 하면 중국인으로 오인(?)받아서 애초에 저렴한 가격을 제시받을 수도 있다. 가격을 듣기 전에는 불필요하게 한국어를 하지 않는 것도 값을 잘 깎을 수 있는 비법이다. 참고할 것은 화폐 단위인 '위안'을 구어체로는 '콰이'라고 표현한다는 점. 5위안을 말할 때 '우 위안'이라고 하지 않고 '우 콰이'라고 하는 식이다.

바가지 요금 두려워 말고 되는 대로 깎아 보자.

돈황 야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액세서리들
 돈황 야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액세서리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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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솔희 기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21일까지 재학 중인 숙명여대와 중국 난주대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중국 서북부의 실크로드를 여행했습니다.



태그:#중국여행, #실크로드, #둔황야시장, #중국야시장,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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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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