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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나무처럼 자라난다. 실상상작은 학교에서.
 깨달음은 나무처럼 자라난다. 실상상작은 학교에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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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중학교 선생님 세분께서 모티프원에 오셨습니다.

세분의 여행목적은 답사였습니다. 제천, 음성, 진천, 청주 등 충북의 네개 도시에서 참여하는 100여명의 중학생들과 함께하는 '독서캠프'을 기획했고 그 내용을 좀 더 알차게 채우고 차질없이 진행하기위한 점검이었습니다. 그 캠프의 주제는 '책과 인생, 그리고 문화'이고 제게도 '헤이리의 문화와 책 그리고 여행'에 대한 특강을 요청할 요량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마침 헤이리에서 밤을 보내고 있는 저의 처와도 교사와 학부모의 각기 다른 입장에서 당사자로서 격은 경험과 생각들을 새벽까지 나누었습니다.

세끼 밥을 해결할 수 있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하루에 만원만 있으면 지극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교사가 되기 전의 얘기며 마침내 사서교사가 되어 '달빛독서교실'을 기획해서 학생들과 도서관에서 밤을 새워 책 읽고 얘기를 나누고 새벽에 교정을 함께 거닐면 느꼈던 가슴 벅찬 느낌까지 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중학교 담임을 처음 맡았을 때 자꾸 빗나가기만 하는 학생들을 대하면서 많이도 울었단다. 그 힘들고 속상한 얘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가 닭 얘기를 해주셨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갓 깨어난 때, 얼마나 예쁘냐? 그러나 볏이 나와서 시울이 생길 때쯤에는 미운 행동만 골라서 한단다. 다른 닭을 쪼고 자기의 머리를 여기저기에 쥐어박기도 하면서…….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그런 이상 행동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된단다. 성장기의 이른 행동은 어떤 동물도 겪는 성장통이니 그 때를 네가 잘 보듬어 주어라."

시골에 갔을 때 엄마의 이 닭볏 얘기가 생각나서 유심히 닭을 관찰했답니다. 엄마의 말씀대로 볏이 나오기 시작하는 녀석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 후로는 속 썩이는 아이들을 보면 닭볏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감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성장통을 겪기 마련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성장통을 겪기 마련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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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도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얘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말을 받아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교단에서 겪은 답답한 심정을 얘기했습니다.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있었어요. 다음날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학교에 와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가해학생을 불러놓고 아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그 폭력학생을 응징하라고 강제한 것입니다. 놀란 선생님들께서 그 부모를 말리자 복수는 당연한 것인데 무엇이 잘못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생애에 처음으로 소설 한 권을 읽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가 우리 도시에 강연차 오신 것입니다. 그 학생이 그 사실을 알고 그분의 강연에 꼭 참석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께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수학학원에 갈 시간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강연에 갈 수 없었던 그 아이도 울고 저도 울었답니다.

학습에 부진했던 아이를 부추겨서 한 학기동안 정말 큰 변화를 가져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학생도 신이 나서 공부하고 저도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가 끝나갈 쯤 그 학생이 제게 면담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 공부는 여기까지입니다. 저의 아버지도, 저의 삼촌도, 저의 형도 모두 공장에 다닙니다. 공장에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면 배부르고 걱정 없는데 왜 공부를 해서 머리 아픈 삶을 살려고 하느냐고 아버지께서 제게 충고를 했습니다. 저도 아버지의 충고가 옳다고 여깁니다. 졸업과 동시에 바로 공장으로 갈 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공부는 안할랍니다."

선생님은 여러 사례를 얘기하다가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노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눈 내린 눈길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발자국이 뒤를 따라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되리라)'

선생님의 안타까움이 섞인 한숨을 들으며 백범선생님께서 좌우명으로 삼았던 조선의 학자 이양연의 이 오언시를 학부형들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언니 같은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언니는 다른 학교의 영어교사인데 저녁마다 전화해서 제게 그날 하루가 왜 행복했는지를 얘기합니다. '오늘 학생이 내게 '선생님 시간이 최고예요.'라고 얘기하드라.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하곤 합니다. 매일 매일 교단에서 행복한 각기 다른 이유를 찾아내곤 합니다. 언니는 자신의 교수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강이 있으면 언제든지 그곳에 찾아갑니다. 주말에 서울에 올라와서 백만원이 넘는 강의를 듣기도 해요. 저는 방학 때 언니에게 영어를 배운 적이 있어요. 그 어렵던 영어가 쉽고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애기 낳는 것도 미루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를 궁리합니다. 적어도 언니 같은 선생이 되겠다는 목표가 저를 자꾸 부추겨요. 그래서 행사를 해도 한 달 전부터 리허설을 하고 또 해서,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더 쉬울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할까를 고민합니다."

이렇듯 언니는  그 선생님께서 '되고 싶은 교사상'의 선배로 존재했습니다. 그 선생님으로 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손민영선생님은 8월에 있을 독서캠프에 무지 가슴 설레하고 계셨습니다.

백 명의 학생들을 2박3일 동안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이롭게 할 수 있을 지를 시뮬레이션하고 또 시뮬레이션하고 계심이 분명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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