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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숙 구의원과 봉다리 낙타. 부산진구청 의원 사무실
 서은숙 구의원과 봉다리 낙타. 부산진구청 의원 사무실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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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딱히 하는 것도 없이 하도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녀서 "니는 뭐하고 돌아댕기노?" "니 누꼬!?"라는 말만 듣는 천방지축 '봉다리 낙타'(예비 사회적 기업, 하단 '박스기사' 참고)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은숙 부산진구 구의원을 만나러 진구청으로 갔어요.

왜? 시장 아줌마들이 "무조건 없애야한데이!" "짓게 해서는 안된다카이!"라고 이야기하는 SSM과 마트가 도대체 왜 문제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깨끗하고 가기도 편한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생기면 좋은 것 아닌가요? 시원하기까지 하잖아요. '시장 장사 안되는 건 불친절하고 깨끗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자꾸 남 탓 하실 거예요?'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봉다리 낙타는 기업형슈퍼마켓과 마트가 도대체 왜? 뭐가? 문제인지 궁금해 또 오지랖 넓은 참견을 시작했습니다!

서은숙 부산진구 구의원
 서은숙 부산진구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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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전통시장에서 마트 개점으로 많은 반대가 있는 것 같아요. 문제가 되고 있는 SSM과 마트는 다른 건가요?
서은숙 구의원 "SSM이란 말 그대로 슈퍼슈퍼마켓 그니까 동네 슈퍼마켓보다 더 큰 거예요. 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일반슈퍼보다는 큰. 대형마트는 큰 부지가 필요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골목으로 치고 들어오는 거예요. 기존에 전통적으로 형성되어 있던 지역의 상권이나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거죠."

- 부산진구에서는 최근 롯데마트 부산점이 개점을 했잖아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기업이 이익을 위해 마트를 만드는 게 큰 문제가 되나요?
"부산진구에서는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어요. 진구 조례안에 보면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된 500m안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되어있어요. 500m 밖에 만들 때에도 시장과 기업이 상생협의를 해서 전통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나마 이 법도 일몰법이라고 해 3년까지만 적용이 되는 거예요. 처음 롯데마트가 구청에 허가를 낼 때는 다른 이름으로 들어와서 물류창고를 만든다고 했거든요. 물류를 쌓아두는 창고를 만든다고 신청했다가 뒤에 대형마트판매시설로 변경을 한 거예요.

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롯데에서 상인들과 제대로 된 상생협의를 했느냐 안했느냐인데 롯데는 상생협의를 했다는 거예요. 구청장이 상생협의서가 없으면 허가를 못 내주거든요. 롯데마트 옆에 있는 당감시장은 상인회가 3개 있어요. 3개중에 제일 큰 상인회를 빼놓고 한 군데와만 협의를 한 거예요. 또 그 상생협의서에는 실질적으로 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집회를 하고 중소기업청에 심의를 요청해 조정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죠."

- 법으로 기업과 전통시장의 상생을 위한 법 제정이 어렵나요?
"기업이 자기 돈으로 땅을 사서 장사를 하겠다는 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그나마 기업의 지역상권 훼손을 막아주고 있는게 정부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만들어서 SSM이나 큰 마트 같은 것이 들어올 때는 협의하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나가라, 각 지자체별로 규제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라 지침이에요.

근데 웃기는 건 전통상업보전구역에 최소한 500m안에는 1km안에는 SSM이나 대형마트는 들어오면 안됩니다라고 법으로 만들면 될텐데 이걸 못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한미 FTA때 미국에서 이 부분은 통상법에 위배된다고 이의를 제기했거든요.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가 막 싸우는 과정에서 애매모호하게 기타 필요한 조치사항은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다라고 넘어온거예요.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정하고 있는거죠."

- 그럼 전통시장과 현대시장인 마트나 SSM이 공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전통시장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요?
"현재 아쉬운 점은 아케이드 만들어주고 화장실 만들어준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거든요.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제가 전에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이라고 전통시장을 가 봤어요. 굉장히 잘되어 있는 것이 첫째로 보도가 물빠짐이 잘되게 해서 굉장히 깨끗하게 정리를 했더라고요. 보통 전통시장 보도는 질퍽거리기가 쉽잖아요. 둘째로 모든 곳이 정찰제를 다 하는 거예요. 가격을 다 붙여 놓은 거예요. 일본인은 소량으로 팔잖아요. 생선 한 토막에 얼마 이런식으로 가격을 딱딱 다 붙여놓고, 셋째로 일본인은 자전거를 많이 타잖아요, 시장입구에 자전거 주차대를 만들어 놓은거예요.

그러니까 퇴근길에 굳이 마트에 가지 않더라도 시장에 들러서 값싸게 친절하게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넷째로 아케이드도 조금 높이 만들어서 빛도 잘 들어가고 환기도 잘되게 조명도 산뜻하게 해 놓았더라고요. 이런 외부적인 하드웨어 구축에 있어서도 조금 더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게 필요해요."

- 전통시장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상인회라든지 상인 스스로의.
"네. 내부적인 소프트웨어가 바로 시장에 사람이 오게 하는 흡입력이죠. 모이게 하고 재밌고 사람들이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상인들 자체가 친절교육이 너무 안 되어 있어요. 이 분들도 대대로 너무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옛날의 습성에 젖어 있는 거죠. 살라면 사고 말라면 말아라. 상인들이 정말 절실하게 자기의 생존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끼고 소비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정찰제로 단골을 확보하고 알뜰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게 전통시장이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자꾸 아케이드 해주면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고 내용적인 것을 채우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상인들 안에도 자기 점포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있고 임대해서 장사하시는 분이 있는데 임대해서 장사하시는 분은 지금 생존권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고 자기 점포를 가지고 하시는 분은 조금 느긋해요. 왜냐하면 자기는 별로 나갈 돈이 없으니깐 매출이 조금 줄었다 생각하지만 임대해 장사하시는 사람들은 임대료 내야 하고 당장 문제로 다가 오거든요. 상인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되겠죠. 시장 안에 있는 상인회들이 굉장히 이해요구에 따라 난립하고 그 안에서도 대부분 큰 점포를 가지신 분이 상인회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처럼 상인회안에도 그런 계층적인 문제가 생기는데 사실은 상인 스스로가 다같이 시장의 구성원이다라고 생각해야해요. 전체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상인들이 함께 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들이 좀 안타까워요."

서은숙 구의원
 서은숙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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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입장에선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보통 마트는 1층이 전부다 공산품이에요. 그런데 부산점 롯데마트를 들어가면 여긴 1층이 식품점이에요. 그러니깐 시장 품목과 겹치는 게 전부 1층에 다 있다는 거죠. 문열고 들어가면 생선, 야채 다 있는 거죠. 시장 앞에서 마트를 만들면서 1층에 이렇게 하는 것은 상인들 다 죽으라는 얘기랑 똑같다는 거예요. 전통시장에도 불편한 게 있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야채와 과일을 사면서 기저귀도 사야 되요. 사실 공산품은 마트가면 싸단 말이죠. 전통시장 안에 그런 조그만한 공산품을 싸게 파는 슈퍼가 있으면 서로 상생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서로 품목을 조절하면 된다는 얘기죠.

부전시장에 하나로 마트 만들때 시장이랑 품목조절 했잖아요. 시장에서 파는건 중복해서 팔지 않겠다. 그런 적절한 수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거든요. 품목을 조절하고. 영업시간도 전통시장은 보통 7시에서 8시에 문 닫으니 마트도 10시에 문을 닫겠다. 지나치게 세일을 하지 않는다든지. 시장에 오는 사람이 마트에 가고. 마트에 오는 사람이 시장에 가고. 서로가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길게 보면 마트에도 손님이 오고 전통시장도 죽지 않는 길이라는 거죠. 좋은 예로 부산진구에 가야 홈플러스 있잖아요. 그 옆에 보면 개금골목시장이 있어요, 굉장히 인접한 거리에 있는데 개금골목시장은 주차장이 없어요. 근데 홈플러스는 주차장이 있어요. 그래서 홈플러스에 차를 대고 물건사서 바로 개금골목시장에서 또 장을 보고 가는 거예요.

이런 것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찾으면 있다는 거죠. 중요한 것은 지역의 상권이 죽어버리면 마트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지역상권을 살리고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법이나 조례가 추가적으로 필요해요. 강제적으로 이런 부분을 규제하고 어느 정도 지역상권과 기업사이에 합의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게 필요하다는 거죠."

- 근데 사실 마트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여름엔 시원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소비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소비자도 결국엔 마을의 공동체 일원이잖아요. 공동체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적 소비의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이나 이웃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당감시장도 보면 전부 30년씩 장사하신 분들이라 그 어머니의 자식들이 다 그곳에 살고 있고 그 자식의 친척들이 다 그 동네 살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알고보면 시장의 상인들이 다 우리 이웃이라는 거죠. 마트에서의 경제적인 소비와 전통시장에서의 윤리적 소비도 현명하게 알뜰하게 구별해서 취사선택하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롯데기업의 경우에는 부산에 많은 시민들에게서 이윤을 만들어가지만 이게 부산으로 이윤이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 시민단체에서 롯데 현지 법인화를 촉구하는 그런 운동을 하고 있어요. 기업 또한 소비자의 이윤으로 먹고 사는 것이고 이 소비자덕분에 기업이 유지되는 것이니 기업 또한 소비자에게 지역사회에게 환원할 필요가 있는 것인데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기업이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부산진구뿐만 아니라 중앙동의 롯데마트도 그렇고 지금은 소비자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건전한 소비자운동. 기업에게 윤리적인 경영을 요구하고 전통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도록 요구하는. 재벌이 그렇게 못한다면 소비자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요."

- 사회적인 협의와 지원도 필요하지만 전통시장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전통시장만의 장점이 뭘까요?
"우리나라의 덤문화 아니겠어요? 근데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덤으로 얹어주는 것 좋아하지도 않아요. 가지고 가면 남으니까. 남기느니 필요한만큼 조금만 가지고 가니까요. 그러한 오고가는 직접거래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마트처럼 기계와 거래하지는 않잖아요. 마트는 바코드와 거래를 하지만 시장은 사람의 손으로, 눈으로 거래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시장상인들이 조금 만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겠죠. 예전에 장사도 잘되고 정겹고 그랬는데 요즘에 장사도 안 되고 각박해지니까 덩달아 상인분도 각박해지는 것 같아요. 덤으로 보태주는 게 물건을 더 주는 것보다 사실 마음이잖아요. 덤으로 오는 마음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과 마음이 오갈 수 있는 교감할 수 있는 게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봉다리 낙타'란?
ⓒ 배인석 최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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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부산시지정 예비사회적기업
정식명칭은 시장문화콘텐츠기획단 날라리낙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부전시장 -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프로젝트(이하 문전성시)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2010년 부전시장-문전성시 사업 일부 주관 및 실행
2011년 전통시장에 기반한 디자인마케팅 및 홍보마케팅,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에 열중하려 했으나 시장통에서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
2011년 부산시지정 예비사회적기업 실사시 당당히 수입 꼴지 차지. 이후 갈팡질팡하다 현재는 전통시장 홍보블로그인 '시장하세요'를 열고 기사 발굴에 매진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통시장 홍보블로그인 '시장하세요'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시장하세요, #봉다리낙타, #서은숙,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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