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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벽,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가 가동을 재개했다. 지난 2009년 4월 1일자로 가동을 중지했으니, 839일(28개월) 만에 가동을 재개한 것이다. 핵사고가 일어난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점검을 마치고 재가동을 한 핵발전소가 단 한 기도 없는 상태이다. 기존의 발전소 모두에 대해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핵발전소로부터 벗어나자는 '탈핵발전'의 열망이 뜨거운 탓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반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고리원전 3호기가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한 데 이어, 영광원전 3, 6호기, 울진원전 6호기가 "예정대로"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투명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검토였다고 모두 비판했던 국내원전안전점검 결과에서조차 지적되었던 지진시 자동정지 설비, 비상발전기 설계 기준 개선 등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이 반영된 설비 개선도 모두 2012년 이후에 완료하는 것으로 했다. 후쿠시마 핵사고를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한국이 그 교훈을 제대로 얻지도 못한 채 기존의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8일 가동을 재개한 월성원전 1호기에는 이들과는 다른 또 다른 면이 숨어 있다. 월성원전 1호기는 그간 수명연장을 전재로 계획예방정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원전 1호기 가동을 재개하면서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금번 발전재개는 계속운전(수명연장)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8개월간 7천억 들여 수리... 정말 폐쇄할 수 있나


1982년 11월 첫 가동을 시작한 월성원전 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핵발전소이다. 건설 당시 발전소의 수명을 30년으로 잡고 설계했기 때문에 2012년 11월이 되면 설계수명이 끝나는 노후 핵발전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월성원전 1호기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2009년 압력관 교체사업을 추진했다. 원래 발전소의 수명은 30년이지만, 이는 당시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고 월성원전 1호기의 평균 가동률은 86%이기 때문에 수명보다 빨리 노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이는 수명연장과는 아무 상관없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교체작업"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법적으로는 그 말이 맞다. 월성원전 1호기의 설계수명은 2012년 11월에 완료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명연장을 위한 어떠한 신청서도 정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의 말처럼 이번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 결정은 수명연장과 아무 상관없는 정기적인 점검과 부품교체 작업이었다.

 

그러나 무려 28개월 동안 수천억 원의 비용을 투자하여 수리한 핵발전소의 수명이 불과 1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식적으로 알려진 월성원전 1호기 압력관 교체 비용은 3200억 원. 압력관 이외 다른 부품 교체비 등 부대 경비를 합하면 모두 7천억 원 정도가 이번 공사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핵발전소의 수명은 2012년 말 완료되고, 그때부터 수명을 연장할지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게 된다.

 

압력관 교체가 사실상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부품교체 공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폐쇄를 앞둔 발전소에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쏟아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이란 이름에 걸맞은 진정성 보이기를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우리는 핵산업계가 그간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국 양키스타디움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는 핵발전소 중대사고는 드리마일, 체르노빌을 넘어 후쿠시마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후쿠시마 핵사고의 위험성이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글들이 넘쳐나오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계속 유통되고 있는 현실도 함께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은 핵산업계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또 하나의 실망을 안겨주는 사건이다. 누가보더라도 수명연장을 위한 전초과정인 월성원전 1호기 압력관 교체와 재가동을 "수명연장과 관련 없다"고 끝까지 주장하고 있는 모습에서 '신뢰'란 찾기 힘들다. 신뢰란 법적이거나 문서상의 조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했든 월성 1호기는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 깨어진 신뢰는 일일이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한국수력원자력에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공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간곡히 요청한다. 얇은 법 뒤에서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고 말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정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이 필요했다면, 당당하게 수명연장 신청을 하고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발전소 수명연장 계획을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고 아무리 항변한들, 잃을 것은 신뢰밖에 없다는 것을 꼭 깨달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 이헌석 기자는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입니다.
* 이 기사는 에너지정의행동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월성, #핵발전소, #원전, #원자력, #수명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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