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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시트콤 'Happily divorced'. 프랜 드레셔(가운데)와 피터 제이콥슨(왼쪽)
 미드 시트콤 'Happily divorced'. 프랜 드레셔(가운데)와 피터 제이콥슨(왼쪽)
ⓒ Happily divor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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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 & Out>이 있다. 미국 중서부 시골 남자 교사 하워드(케빈 클라인 분)가 성정체성을 알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하워드의 제자 카메론은 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소감에서 공을 스승인 교사 하워드에 돌리며 그가 게이라고 전국적으로 아우팅한다. 당사자도 모르는 이야기를 제자인 카메론은 어찌 알았을까? 영화는 깔끔한 패션 스타일, 풍부한 손짓, 그리고 디스코 뮤직 'I will survive'에 맞춰 춤추는 모습 등을 통해 차차 유쾌하게 왜 하워드가 게이인지 자연스레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하워드의 약혼녀 에밀리는 결국 결혼식장에서 파혼을 당하지만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드 시트콤 <Happily divorced>. 40대 후반 중년 부부가 어느 날 잠을 자려는데 남편이 갑작스레 고백한다. 자신이 게이라고. 결국 이 부부는 이혼하지만 게이 남편 피터의 경제 사정 때문에 이혼 후에도 한 집에 살게 된다. 이혼녀 프랜(프랜 드레셔 분)을 연기하는 배우 프랜 드레셔는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Happily divorced>란 제목으로 게이인 전 남편 피터 제이콥슨과 함께 제작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했고 이후 1999년까지 부부로 살면서 <The Nanny>란 히트 시트콤에 감독 겸 작가 겸 제작자와 연기자로서 함께 일했다. <Happily divorced>는 이제 고작 4개의 에피소드만을 방영했다. 아직 이들 커플이 어떻게 이혼 이후의 과정을 극복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혼한 게이 남편과 이성애자 여성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얼마 전 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0대 중반의 여성으로 남편이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정말 게이가 맞는 것인지, 순간의 욕망 때문은 아닌지, 그리고 고칠 수 없는 것인지를 물어왔다.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이후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이 여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남편이 게이가 맞는지 궁금해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게이라고 커밍아웃 한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성애자 아내는 갑자기 뒷목이 아프고 어떻게 대처할지 대단히 난감해질 것이다. (뒤늦게 커밍아웃을 하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결혼한 게이들이 뒤늦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숨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인,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선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내와 남편과의 관계이다. 아내가 남편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남편은 커밍아웃 하지 않고 숨기고만 있을 경우 아내가 갖게 되는 불만의 정도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또한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 변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는 경우도 많다. 남편이 커밍아웃을 하든, 아직 하지 않았든 이성애자인 아내에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남편의 성정체성에 대한 원인이나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내는 결혼 생활과 자녀 문제, 재산 문제 등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다음, 남편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직접 물어야 한다. 남편이 쉽게 털어놓지 못할 수도 있고 이혼을 생각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후의 문제는 아내와 남편이 같이 해결할 문제이기에 아내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당히 논쟁적인 이야기이고, '사랑과 전쟁'의 한 에피소드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조심스럽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성정체성은 결국 자신이 욕망하는 길을 찾는 과정이다. 사람에 따라서 그 여정의 시작이 남보다 늦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선 상황을 고치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왔던 과거와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결국 이들과의 관계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랜 드레셔와 피터 제이콥슨처럼 결혼 제도가 말하는 부부 관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런 사례가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이제 결혼 전 상대방의 성적지향이 어떤지에 대한 고려도 미리 해보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 남녀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이 일치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봤을 때 성애적 결합을 통한 만족도 역시 중요하므로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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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