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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자 표지와 내용.
 책자 표지와 내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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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군 토벌대 경력이 있는 백선엽 전 장군을 미화하는 만화책이 서울·경기지역 전체 3540여 개 초·중·고에 100부씩 일제히 배포됐다. 총 35만여 부가 발송됐는데, 이 책자에는 북한군을 "북괴의 이리와 늑대"로 표현하고 도끼로 사람을 찍어 피가 튀는 등의 잔인한 그림도 포함돼 있어 교사들이 우려하고 있다. 

"'똘이장군'식 표현 어쩌나"... 일부 교사들 걱정

문제의 책은 6.25한국전쟁진실알리기운동본부(한국전쟁본부)가 최근 일제히 배포했다. 한국전쟁본부 오아무개 단장은 13일 전화통화에서 "청소년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신념과 애국심을 함양시키기 위해 군인공제회와 한국교총의 도움을 받아 우선 서울·경기지역 초중고에 만화책을 보냈고, 앞으로 다른 시·도 초중고에도 모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교실과 도서관에 비치하거나 수업시간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한국전쟁본부는 한국예비역기독장교회 소속 인사 16명이 주도해 2007년 1월 발족한 회원 300명 규모의 단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총재와 본부장, 부본부장, 사무총장, 사무국장 등이 모두 경동교회,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에서 장로로 활동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25란 무엇인가?>에 담긴 그림과 내용.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25란 무엇인가?>에 담긴 그림과 내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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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가 발송한 46쪽 분량의 컬러 책자의 제목은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25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은 한 대형 교회가 펴낸 <기독교란 무엇인가>의 후속 시리즈로 나온 것을 만화로 새롭게 펴낸 것이다.

책은 한 할아버지가 6.25의 참상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서문에는 "이 만화를 통하여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얼마나 힘들게 사셨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배우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책을 받아본 일부 교사들은 "친일파를 등장시켜 '북괴 늑대'를 쳐부수는 '똘이장군' 식 반공만화인데다 폭력성이 극에 달해 학생들 교육용으로는 쓰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일부 생활부장 등 교사들도 "이 책자를 교무실 창고에 쌓아놓거나 폐기했다"고 말했다.

"죽음 두려워 않는 백선엽의 용맹함 잊히지 않아"

게다가 이 책에는 너그러운 표정의 이승만 박사와 '용맹한 백선엽 장군'이 등장한다. 19쪽에는 북한군을 수장시키는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백선엽 장군은 용감하게 전장 일선에 앞장섰단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장군의 용맹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지."

최근 KBS는 백선엽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데 이어, 이승만 특집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70년대 반공 만화인 <똘이장군>에 나오는 이리와 늑대도 이 책자에 실려 있다. 10쪽에는 드라큘라와 이리로 표현된 북한군 그림과 더불어 "마침내 북괴군은 이리 떼와 같이 쳐내려오기 시작했어요"라고 적었다. 바로 다음 11쪽엔 늑대 두 마리 그림과 함께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그들은 마치 피에 굶주린 늑대와도 같았지."

지나친 폭력성 묘사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 만화 곳곳에는 미군 등의 폭격으로 수장되거나 폭파되는 '공산 괴뢰군'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특히 42쪽에 나오는 '도끼 만행 사건'을 다루는 내용은 교사들도 크게 경악하고 있다. 북한군이 도끼로 사람을 찍어 피가 튀는 모습이 적나라한 그림으로 표현된 탓이다. 게다가 이어진 그림에서는 피가 흥건한 도끼를 강조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25란 무엇인가?>에 담긴 그림과 내용.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6·25란 무엇인가?>에 담긴 그림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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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본부는 또 일선 학교에 택배로 만화책을 보내면서 16분 분량의 동영상 CD도 동봉했다. 방송조회 등에서 방영하라는 것이다. 

이 동영상 <6·25란 무엇인가?>에는 탤런트 김동석이 목소리로 출연한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할 때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모습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념의 굴레에 얽매인 친북반미의 젊은이들이 양산되어 있다. 이 나라의 앞날이 가늠할 수 없는 처지에 오게 되었음이 사실이다."

책 저자 "늑대 대신 생쥐 그려 넣어야 하나?"

한국전쟁본부가 보낸 책 내용에 대해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은 "6·25전쟁을 바로 알리는 일에는 동의하지만 <똘이장군>과 같은 구시대의 만화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운다"면서 "친일파 백선엽 등을 찬양하는 내용은 전쟁의 참상을 오히려 감추는 노릇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소책자의 글을 직접 쓴 김아무개 한국전쟁본부 본부장은 "이리, 늑대 그림이 문제라면 고양이, 생쥐를 그려 넣어야 하느냐.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이라면 늑대보다도 더 심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개 병졸로 전쟁에 나선 병사도 영웅이지만 이들을 이끈 사람(백선엽)도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백선엽 장군을 영웅시한 것을 시비하는 것 자체가 전쟁을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책의 폭력성 지적에 대해서도 "전쟁은 폭력 없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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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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