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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워야 할 청춘들이 누렇게 떠있는 안타까운 시절입니다. 미래를 꿈꿔야할 대학생들 가슴은 피를 말릴 듯한 높은 등록금에 멍들어 있고, 국방의무 수행이라는 자부심으로 당당해야 할 젊은 사병들의 마음은 폭력의 피고름에 찌들어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해야 하는 서글픈 시절입니다.

군 최고통수권자는 자살을 하거나, 죽이고 싶을 만큼 가혹하게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체벌'로 진단하고, 끊이지 않게 발생하는 군대에서의 사고 원인을 '병사들의 부적응'으로 처방하고 있으니 암담하기까지 한 시절입니다. 

<힘내라 청춘>|법륜스님 엮음|정토출판|2011.6.10|책값: 3,000원
 <힘내라 청춘>|법륜스님 엮음|정토출판|2011.6.10|책값: 3,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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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의 단절로 답답합니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합니다.
몸을 다쳤는데 걱정됩니다.
선임이 자꾸 괴롭힙니다.
나는 항상 운이 없습니다.
처음 결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는 없을까요?
사회에 나가 생활할 일이 막막해요.
군대에 있는 동안 실력이 떨어질까 걱정됩니다.
쓸데없는 일을 시키는 지휘관이 싫습니다.

위에 나열한 내용들을 보면 군인들에게 소원수리를 받아 정리해 놓은 항목 같지만 법륜스님이 쓰고 <정토출판사>에서 출간한 <힘내라 청춘>의 목차입니다.

목차의 내용들이 너무 현실적이고 생생합니다. 내무반이 떠오르고 연병장이 연상될 만큼 현장감이 물씬합니다.

군인들이 감내하거나 겪을 수 있는 모든 것, 졸병으로서 겪어야 하는 선임과의 문제, 소위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려 하는 여자 친구와의 갈등, 신상에 대한 괴로움과 애로사항, 진로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 등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자부심으로 당당해야 할 젊은 군인들이 호소하는 통증이며 증상입니다. 군인들의 가슴을 피고름으로 찌들게 하고, 젊은 청춘을 좀 먹게 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흔적이며 정체입니다.

군인들의 문제, 명쾌하게 진단하고 후련하게 처방

즉문즉설(卽問卽設)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 하는 법륜스님이 군인들이 공통분모처럼 겪어야 하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힘내라 청춘>을 통해 명쾌하게 진단하고 후련하게 처방하고 있습니다.
  
펄펄 끓는 머리에 아까징끼(머큐로크롬)를 발라주듯 생사를 고민해야 하는 폭력을 '체벌'로 진단하고, 사고의 원인들을 '부적응'으로 처방하는 그런 수준의 안목이 아니라 체질에 진단 맞추고, 눈높이에 처방 맞춘 맞춤식 처방이며 대안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헤아려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명쾌하고도 후련한 처방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부담 가지지 말고, 군인이라는 생각도 내려놓고, 불교니 기독교니 하는 종교에도 얽매이지 말고 고민이 있으면 가볍게 물어보세요. 그냥 친구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듯, "요즘 내가 이런 고민이 있는데, 이거 어떡하면 좋겠냐?", "내가 이런 게 좀 궁금한데, 이게 뭘까?"하고 묻는다 생각하세요.

저는 군 생활 열심히 하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유독 괴롭히는 선임이 있습니다. 제가 친해지려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지만 잘되지 않습니다. 저를 괴롭힐 때나 제가 괴롭힘을 당하고 나서 표정이 안 좋으면 '표정이 썩었다'고 뭐라 하고, 심할 때는 때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이 나지만 속으로만 앓고 있습니다. 심할 때는 그를 때리고 싶고, 그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답변 부탁드립니다.

본인 생각대로 그 사람이 나쁘다고 칩시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한 대 치면 부하가 상사를 때리면 하극상이 되지요. 그러면 감옥에 가겠지요. 나쁜 사람 한 대 때려서 감옥 가면 나한테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또 화가 나서 총기 사고라도 일으키면 한 1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나쁜 사람을 벌하는 데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해 볼 만한 일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 이렇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나중에 전역해서 회사에 취직하면 상사가 생길 테지요. 그런데 그때 가서 상사나 사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사표를 던지고 나와 버리면 내 손해가 막 심하잖아요. 그러니 그런 걸 지금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해 보세요. -중략-

처음에는 열 번 스무 번 다 안 될 거예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 화가 일어나다가 '내가 또 말려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자리에서 화가 확 내려가는 것을 경험할 거예요. 그것을 한 번 경험하면 '마음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저 사람이 나빠서 화가 나는 줄 알았는데, 내가 화를 일으키는 거구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머리로만 알던 경전의 내용을 여실히 경험하게 됩니다. -중략-

군대에서 이 문제 하나만 해결해도 수행생활 10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겁니다. 선임과의 문제를 수행으로 해결하면 사회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해도 큰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선임과의 갈등을 좋은 수행의 기회로 삼으세요.

작지만 큰책, 군인들의 필독서로 지정하거나 보급해도 좋을 듯

목차로 나열된 모든 문제들, 군인이라면 누구나 홍역처럼 한번쯤은 감내하거나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들을 이렇듯 명쾌하게 진단하고, 후련하게 처방하고 있으니 모든 군인들에게 예방주사를 놓듯 필독서로 지정해도 좋을듯합니다.

명함 크기 정도로 작지만 철문을 여는 열쇠처럼 군인들이 감내하거나 겪어야 하는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한 키 감겨 있어.
 명함 크기 정도로 작지만 철문을 여는 열쇠처럼 군인들이 감내하거나 겪어야 하는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한 키 감겨 있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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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가있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나 선후배가 있다면 어떤 선물보다 먼저 보내줘도 좋을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갈등하고 고민하는 군인들에겐 문제해결의 키워드를 제시해 주고, 감정에 흔들리는 군인에겐 심지를 두툼하게 살찌워 주는 이성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책의 사이즈 또한 명함 크기 정도로 작아 주머니에 쏙 들어가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어떤 고민이나 갈등이 생길 때마다 꺼내 볼 수 있어 즉각적인 위안이나 해소의 수단으로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손가락만한 열쇠에 새겨진 작은 요철(凹凸)이 철옹성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철문을 여닫는 키가 되듯이 시절까지 하수선하게 하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의 요철(凹凸)이 법륜스님이 쓰고 <정토출판>에서 출간한 <힘내라 청춘>에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힘내라 청춘, 사이즈는 작지만 큰 내용을 담고 있는 키다리 책입니다.

덧붙이는 글 | <힘내라 청춘>| 법륜스님 지음|정토출판|2011.6.20



힘내라 청춘

법륜 지음, 정토출판(2018)


태그:#청춘, #힘내라 청춘, #법륜스님, #정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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