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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시혜다? 보수진영이 유포한 논리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 복지'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시혜가 아닌, 보편적 권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총 8부로 나눠 한국의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가나다 순) 등 6개 단체가 함께 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올려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편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사례①] 대한민국 고시원 난민들 

고시원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다. 복도에 사람이 있는 기척이 있으면 화장실을 가거나 세탁을 하려해도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고시원에서 가장 예민한 소리는 옆방 또는 근처의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다. 부산에서 대학을 휴학하고 올라와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는 박미희(가명·21)씨는 얼마 전까지 아는 사람과 함께 고시원에서 2인실 방을 썼었다.

그나마 2인실이기 때문에 방이 넓고 시설이 깨끗한 곳이었다. 그러나 같이 살던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방을 나가게 되면서 2인실 고시원비를 혼자 감당하기 힘들게 됐다. 박씨는 요즘 '이 고시원에 있는 작은 방로 옮겨야 하나, 아니면 다른 고시원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중이다.

현재 살고 있는 방의 고시원비는 월 50만 원. 지금 하고 있는 일로는 한 달에 100만 원 남짓한 돈을 벌고 있는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몇 백만 원의 보증금이라도 있으면 월세방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당분간 그만한 돈이 모일리는 없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사는 고시원 복도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방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다
▲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사는 고시원 복도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방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다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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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②] 청량리 2평 남짓...이 마저도 재개발 되면 어디로?

청량리에 있는 2평 정도 되는 방에서 4년여 전 20대 후반이었던 이수원(34)씨는 다른 남성 두 명과 함께 살았다. 꽤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보증금조차 없는 상황에서 보증금이 최대한 싼 곳을 찾던 중 만난 집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후배가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받은 합의금이 바로 집이 없는 청년들의 보증금이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 때문에 이수원씨를 포함한 후배, 친구들은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4명의 식구가 각자 나누어서 내기 때문에 개인당 부담은 적다. 다만 문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집을 나가게 되면 각자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결국은 뭉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벌서 4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이 식구들 중에서 결혼계획도 혼자 독립할 만큼 돈을 모은 사람도 없으니 현재의 저렴한 주거비는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주변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 집을 나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또 다시 어딘가를 찾아 헤매야 할 것 같다.

집을 장만하기는커녕 기거할 것도 없는 청년들

부동산 문제, 주거문제는 주로 4, 50대의 고민으로 여겨져왔다. 최근에 등장한 '하우스푸어'라는 개념도 좋은 집에 살고 있지만 그 집을 사기위해 받은 대출빚으로 인해 가난한 4,50대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대출빚에 허덕이며 고생하는 부모세대 '하우스푸어'들을 보면서 오히려 '쌤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집을 장만하는 것은커녕 이미 기거할 만한 곳도 찾기 힘든 청년세대들이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최근 들어와 발생한 문제다. 과거에는 대학가 하숙비가 올랐다느니 하는 문제로 가끔 언론에 등장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청년층이 겪고 있는 주거의 문제는 전 사회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주거형태의 변화, 고용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그 규모와 내용을 전혀 달리하고 있다.

간단히 최근 청년들의 주거현황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보면 그 변화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일단 대학가 주변의 월세방, 하숙집은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그 비용이 많이 올랐다. 심지어 어떤 대학가 주변은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하숙집, 자취방을 찾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뉴타운이나 재개발 문제가 대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싸게 기거할 주거공간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뉴타운 재개발로 인한 수도권에서 저소득층(여기에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포함된다)이 기거할 만한 저렴한 다세대주택들이 없어진 소위 '멸실률'이 높아진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 전세가격 폭등은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 전세가격 폭등은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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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상승하면 사실상 청년들은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이 저렴한 월세방 등에 기거하거나 그나마 운이 좋아 전세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은 낮은 경우가 많다. 아래의 표를 참조해보자.

30-39세 가구주 전세금 부담 비율 대부분의 청년층은 낮은 전세가격에 주거하고 있다
▲ 30-39세 가구주 전세금 부담 비율 대부분의 청년층은 낮은 전세가격에 주거하고 있다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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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20-29세 가구주의 전세금 부담 정도를 보면 전체의 74.2%. 즉 네 가구 중 세 가구는 보증금이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30-39세의 경우는 52%가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수도권에서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은 아파트 등은 아닐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 유무, 보증금 금액과 월세가 다양하기에 일률적으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보증금을 내는 가구가 전체의 90% 이상이다. 보증금 규모는 전체 20-29세 가구주의 65%가 1000만 원 미만으로 전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의 전셋값 폭등은 청년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청년들이 월세, 전세를 부담하지 못하고 고시원과 같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 고시원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있는 곳이 아니라 청년층의 하나의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약 10만 8000명 정도가 고시원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시험공부 등을 위해 기거하는 것이 아닌 말그대로 순수하게 '숙박'을 위해 기거하는 인구가 약 6만 20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 중 다수가 2,30대 청년들일 것이다.

대학생도 어렵다... 기숙사비가 비싸다

한편 대학생들 역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각 대학들이 저렴한 가격에 운영하던 기숙사를 최근에 대부분 민자기숙사로 바꾸면서 기숙사비가 크게 올라버린 것이다. 보통 민자기숙사들은 고급시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 학기에 200여만 원이 든다. 기존의 기숙사들이 한 학기에 50여만 원 정도를 낸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문제는 현재 청년들의 주거불안정 문제가 집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는데에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청년들이 미래에 집을 장만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재개발, 뉴타운 광풍 등으로 만들어진 집들의 대부분은 중대형 아파트들인데 1인, 2인 가구가 많은 2,30대 청년들의 경우 자신들이 살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비싼 집들이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살만한 집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집들은 부동산 개발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들 자체가 주거공간을 가질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데에 있다.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종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지 않는다. 과거 세대처럼 대출 등으로 일단 주거공간을 확보할 여지도 없다. 이러다 보면 <고용불안 - 소득악화 - 주거환경 악화> 등의 연쇄고리를 타고 청년들이 주거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인 정재영(27)씨는 현재 고용불안과 소득악화로 주거환경 악화의 위기에 놓여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3명과 함께 살던 재영씨는 직장을 구해서 독립을 했었다. 그리고 간신히 현재의 옥탑방을 구했다.

그러나 곧 알바를 구만두게 되면서 고용상황이 악화됐고 안정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옥탑방마저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러나 어렵게 구한 방, 독립적인 공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그가 앞에서 지적한 고용불안 - 소득악화 - 주거환경 악화의 연쇄고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다음에 선택해야 하는 주거는 고시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거공간이 없어서 한국의 PC방에 해당하는 '넷 카페'를 전전한다고 하여 '넷 카페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고시원 난민, PC방 난민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홈리스들의 자립을 돕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빅이슈 코리아'의 안병훈 팀장의 말에 따르면 유엔에서 제시하는 홈리스의 기준은 주거환경이 불안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시원 등에서 살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도 유엔기준에 따르면 홈리스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대량의 청년홈리스들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년들의 주거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년유니온의 장보연 조합원의 취재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청년층 주거문제와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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