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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기사검색을 하다 일부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밝혀졌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여당 A의원과 야당 B의원이 지난해 7월 29일부터 6박8일 동안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에 연수를 다녀왔다는 것 입니다.

 

이들은 유럽연합-대한민국 과학기술학회를 참관하고 유럽입자물리연구소, 프랑스우주청, 유럽우주청 등을 둘러보았다는군요. 이 연수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 대상기관인 정부출연연구기관 2곳의 관계자 3명과 교육과학기술부 직원 1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연수비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 3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이 돈은 피감기관이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폭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해당 상임위 소속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와도 되는 것이냐는 것이죠.

 

하지만 기사 곳곳을 살펴봐도 A의원과 B의원이 누구인지 돈을 낸 곳이 어디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던 것일까요? 왜 실명을 비공개 처리했을까요? 사실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소송, 명예훼손 등의 여지가 있을 때 기자들은 대개 비실명 보도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팩트'가 확실한데 왜 그랬을까 궁금했습니다.

 

피감기간 돈으로 해외연수 간 두 의원은....

 

그래서 제가 일단 좀 알아봤습니다. A와 B를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의 보도자료에 언급돼 있었습니다. 야당 B의원은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었고, 여당 의원은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이더군요. 돈을 댄 곳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입니다.

 

우선 두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서 사실 확인을 했습니다. 두 분 모두 "작년에 다녀온 게 맞다"고 정확히 얘기하더군요. 다만, 임 의원은 이런 해명을 했습니다.

 

"국회 상임위가 조직해서 가는 해외연수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돈으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 국회 예산인지 피감기관 예산인지 전혀 몰랐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연수를 간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해외의 유명 과학기술기관을 국회의원도 가봐야 하지 않나."

 

무엇보다 임 의원은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대로 로비는 없었다"며 "그분들이 예산과 법안 등을 로비하려고 우리를 초청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상민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의원은 "당시 희망자 자원을 받아 교과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간 협의로 가게 됐다"며 "충청권 과학벨트와 연관된 프로젝트여서 다녀왔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전에 누가 돈을 댄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 떠난 게 불철저했다고 비판한다면 책임을 지겠다"며 "하지만 그런 연수에 전문가들이 동행해야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측과 함께 했는데, 이걸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비용을 지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조보연 경영지원실장은 "외유성, 로비성 해외연수가 전혀 아니었다"며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곧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비를 목적으로 한 해외연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를 폭로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이광호 국장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는 발끈했습니다. "누가 내는 돈인지도 모르고 해외연수를 가는 게 오늘날 우리 국회의 현실이다"며 "대가성이 없으면 그만이냐"고 개탄했습니다.

 

이 국장은 "의원들이 모르고 그냥 다녀왔다고 하는데 최소한 자신이 떠나는 해외연수 비용을 누가 대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분개했습니다. 이어 "이상민 의원은 민주노총과 만나 '나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던데 비용은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절차"라고 꼬집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어울려 7월 여름휴가 시즌에 유럽연수를 다녀온 국회의원이 과연 9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기관에 대해 날을 세울 수 있었겠느냐, 상식적으로 판단해보자"고 성토했습니다.

 

10년 일해도 170만 원 비정규 노동자의 눈물을 아시나요?

 

해외연수를 작년에 다녀왔지만 여태까지도 해당 기관의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국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꼬집었습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지난 1월 31일 집단해고되어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한 지 6개월이 되었다"며 "이 노동자들은 관리소장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10년을 일한 지금도 월급 170만 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이마저도 3년간 동결됐고, 아내가 아이를 낳아도 휴가를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밤샘 근무동안 휴식시간은 보장되지 않았을 뿐더러,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인한 체불임금이 2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또 그는 "이런 현실을 따지고 문책해야 할 의원들이 해당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어울려 해외연수나 다녀오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기관의 박영서 원장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해산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기존 용역업체에서 해고하고 새로운 용역업체에서 노동자들의 재고용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택했다고 합니다.  

 

공공연구노동조합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일터로 다시 돌아가고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차별철폐를 위해 5일부터 거리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어떤 이의 편에서 누구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일까요?


태그:#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치카페, #톡톡, #이상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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