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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시 계수동의 농장텃밭에는 감자와 고추가 주 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인근에 4개의 농장 텃밭을 가지고 있다.
 경기 시흥시 계수동의 농장텃밭에는 감자와 고추가 주 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인근에 4개의 농장 텃밭을 가지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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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로 퍼붓듯이 쏟아지던 굵은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난달 29일, 경기도 시흥시 계수동 텃밭의 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너명의 남녀 농부들이 비가 오는 탓에 농사일을 잠시 접고 막걸리를 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연두영농조합법인(이하,연두농장)은 2005년 기초생활수급자 10여 명의 자활영농사업단으로 시작하여 2009년부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자활공동체로 자립하게 되었다. 현재는 조합회원 8명의 전업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만으로 도시에서 생활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에 대해 류철웅(기획연구실)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농사소득으로는 도시에서 생활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농사를 통한 생태운동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생활하기에 먹고 살고 있으며, 항상 고민하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는 과정에 있다."

자급자족, 자립을 하는 것이 연두농장의 철학이며 목표라는 류씨는 농사를 통해서 자립을 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실천하는 것을 도시와 농촌에서 실현하려고 한다면서 도시에서 자립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교육비라고 했다. 그 역시 교육에 대한 개념을 바꾸면 쉬운데 그것이 아직 안 되어서 가족간의 갈등도 있고,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직접 만든 퇴비만으로 재배한 양파와 마늘이 걸려있다. 비닐하우스는 이전부터 있던것으로 작물건조와 모종키우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연두농장은 일체의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직접 만든 퇴비만으로 재배한 양파와 마늘이 걸려있다. 비닐하우스는 이전부터 있던것으로 작물건조와 모종키우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연두농장은 일체의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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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농장의 농산물은 주로 장바구니회원들에게 직거래를 통해서 매월 정기적으로 두 번씩 보내주는 제철농산물 판매를 통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는 120명까지 늘었지만, 그만큼 일을 많이 하고 욕심을 내야하는 농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회원숫자를 일부러 줄여서 현재는 적정한 회원수를 유지하고 있다. 연두농장 사람들은 돈을 버는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삶이 앞으로의 대안이며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으며 실천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농사뿐만 아니라, 지역의 유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도 하면서, 농부학교를 통해서는 친환경 농사교육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텃밭분양도 개인이 아닌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농사를 지으면서 농사에 필요한 퇴비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일체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검정비닐도 사용하지 않는 탈석유농업을 지향하고 작물과 잡초가 함께 공존하는 자연농업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장바구니회원들이다.

IMF이후 국내의 종자회사들은 대부분 다국적기업으로 넘어갔으며 대를 잇지 못하는 불임씨앗을 해마다 돈 주고 구입해 농사를 짓는 종속관계에 놓여있는 현실에서 연두농장은 각 지역에서 얻어 온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한다. 씨앗 채종도 하고 널리 보급을 하기 위해 나누고 있다. 토종씨앗은 우리 땅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병해충에도 저항력이 크다.

직접 만든 퇴비를 사용하며 풀과 낙엽을 덮어서 풀을 억제하는 자연농업을 하고 있다.
 직접 만든 퇴비를 사용하며 풀과 낙엽을 덮어서 풀을 억제하는 자연농업을 하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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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어 적게 쓴다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작년부터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김안나(여,43)씨를 따라 텃밭으로 나갔다. 많은 비가 왔음에도 맨 흙이 드러난 곳이 없을 만큼 풀과 함께 자라는 작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당이 질척이지 않는 것도 풀의 뿌리가 흙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을 앞둔 감자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고추밭에는 풀을 키워서 베어낸 줄기와 낙엽을 이랑 위에 덮어 풀을 억제하고 있었으며 들깨를 사이짓기(작물과 작물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것)해서 해충을 자연방제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농사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신기해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에, 자발적으로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연두농장 사람들에게 넘치는 물질과 풍요는 불필요한 욕망일 뿐이다. '욕망을 버리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농장을 떠날 때 장맛비는 그쳤고, 비구름은 어느새 멀리 날아가고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연두농장: http://cafe.daum.net/nongnyu
양파,마늘,감자 구입가능하고, 장바구니 회원을 받을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태그:#연두농장, #자립, #자급자족, #도시농어,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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