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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 여행 이야기, 오늘은 여행에서 먹은 음식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외국 여행이 보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미국을 다녀 온 이야기라서 자랑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사소한 경험이라도 함께 나누는 차원에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우선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동안 먹었던 비행기 기내식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비행기 기내식이 오랜 시간 비행을 하는 동안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라면 할 말이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일류 호텔 '운운'하는 음식 치고는 참 맛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명히 항공권을 예매할 때 채식을 요청했는데도 승무원들은 그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혼자서 혹은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제대로 따졌을 것입니다만, 처음 함께 여행하는 단체 활동가들에게 너무 유별난 사람으로 비칠 것 같아 그냥 넘어갔습니다.

또 끝까지 책임을 따지다보면 자칫하면 연수를 준비한 주최 측 실무자들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였구요. 아무튼 비행기 기내식은 저처럼 먹성이 좋은 사람들은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지만, 장거리 항공요금에 걸 맞는 식사를 기대했던 이들은 대체로 '맛이 없다'는 평가였습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 경험해보지 못하였던 새로운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국내에도 외국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이 있고 널리 알려진 음식 재료들은 대부분 수입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이국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먹을거리는 '신토불이'가 최고이니 현지에서 농사 지은 재료로 현지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은 분명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분명합니다. 아주 값비싼 식당을을 섭렵하지는 못하였지만 워싱턴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우선 워싱턴에서는 비영리단체 컨퍼런스에 참가하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에는 아침, 점심은 모두 호텔에서 먹고 저녁만 호텔 근처의 식당에서 먹었지요.  

기내식에 지친 입맛과 입국 심사로 긴장한 영혼을 위로해 주는 한식당

미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밥을 먹으러 간 곳은 공항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성옥'이라는 한인 식당이었습니다. 한식도 아니고 양식도 아닌 어중간한 기내식에 실망하고 있던 일행들은 '김치찌개'를 모두 좋아라 하였습니다.

비영리단체 컨퍼런스 참가와 미국의 비영리단체 기관 방문은 주최측에서 모두 준비하였지만, 미국내 현지에서 이동과 여행 준비는 재미동포 분들이 하는 여행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부분의 식사 메뉴와 식당 추천은 여행사 가이드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고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는 가끔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는 추천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식당을 다녔지요. 여행사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첫 번째 식당인 한국음식점 '한성옥'은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식당 한성옥
 한국식당 한성옥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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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내식(?)에 지친 여행객들의 입맛을 위로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만 24시간이 안 되는 비행 시간이지만 칼칼하고 얼큰하고 따뜻한 것을 그리워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원재료는 국내와 다르겠지만 김치찌개, 생선구이, 김치, 깍두기, 나물 등의 밑 반찬이 반갑고 기쁘더군요.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국을 여행하면 가급적 한국식당을 피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외국을 여행하면서 한국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어차피 외국 여행에서 제대로된 한국음식을 먹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교포들이나 유학생들이 많이 사는 나라 혹은 도시에는 비교적 국내에서 먹는 한식과 흡사한 경우도 있지만 무늬만 한식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체여행의 경우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여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식당'을 자주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미국에 도착하여 맨 처음 갔던 한식당 '한성옥'은 한국에 있는 그만그만한 한식당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잊지 못할 맛집은 아니었지만 기내식에 지친(?) 입맛과 미국 공항의 입국 심사대 앞에서 받은 영혼의 스트레스를 위로해주기에는 무난하였습니다.

김치찌게
 김치찌게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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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패스트푸드, 맥도널드와 딱 닮았다

여행사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두 번째 맛집은 멕시코 요리입니다. 국내에서도 멕시코 식당을 가끔 가 본 경험이 있었고, 비록 멕시코 현지는 아니지만 미국은 멕시코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기대를 가졌습니다.

일행들 모두 이런 기대를 가졌는지, 가이드의 추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만장일치로 '멕시코 요리' 요리를 선택하고 워싱턴 시내에 있는 멕시코 식당으로 갔습니다. 가이드는 미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괜찮은 식당이라고 덧붙이더군요. 그런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행사 가이드가 추천해준 멕시코 식당은 멕시코 '패스트푸드' 였던 것입니다. 첫 느낌은 바로 맥도널드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멕시코 음식을 패스트푸드화 한 멕시칸 패스트푸드 혹은 멕시칸 맥도널드가 틀림 없더군요.

긴 줄을 서서 메뉴를 주문하고 옆으로 몇 걸음을 가는 동안 선택 가능한 옵션을 말하면 계산대가 나타납니다. 맛 없는 탄산음료와 차는 무한리필이 가능한 역시 맥도널드 스타일입니다. 

맥도널드를 쏙 빼닮음 멕시코 식당
 맥도널드를 쏙 빼닮음 멕시코 식당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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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배치도 영락없는 맥도널드였습니다. 아뿔사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던 겁니다. 미국으로 많이 넘어 온 멕시코 이민자들 특히 불법 이민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이들에게 딱 맞는 멕시코 패스트푸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민자들에게는 고향의 맛 비슷한 값싼 패스트푸드 만들어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이드가 추천해준 메뉴는 여러가지 야채와 선택 가능한 고기와 치즈 등을 소스와 섞어서 옥수수로 만든 '또띠아'(전병)에 싸서 먹는 타코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맛은 형편없었습니다. 멕시코 현지 입맛에 딱 맞췄기 때문에 한국인인 우리 입맛에는 더 맞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저희 일행은 뚝딱 먹고 일어서야 하는 '타코'를 오랫 동안 앉아서 꾸역꾸역 먹으며 배를 채웠는데, 주변의 현지인들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잘 먹고 있더군요.

미국인들에게는 맛도 시스템도 잘 어울리는 멕시코 음식인데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웬만해서는 제 몫의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이날 저녁 식사는 접시를 남김없이 비우는 것이 참 고역이었습니다. 그래도 힘겹게 접시는 깨끗히 비웠습니다.

패스트푸드로 만들어진 멕시코 요리
 패스트푸드로 만들어진 멕시코 요리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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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싸고, 가장 크고, 유명한 스테이크... 별로였다.

워싱턴에서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가던 날, 필라델피아를 들렀습니다. 필라델피아에는 가이드가 미국에서 가장 스테이크가 크고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주었습니다. 현지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식당인데 가격은 저렴하지만 스테이크가 아주 크고 맛도 좋다고 하더군요. 나름 채식주의자라서 좀 난감하였지만 뭐라도 다른 메뉴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추천 받은 식당으로 갔습니다.

가게는 작고 초라해보였지만 꽤 오래된 집이라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세상에 가게 상호가 벌써 '유명한 스테이크'이더군요. 그런데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손님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현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집이라고 했는데 식당엔 저희 밖에 없었습니다. 식당 곳곳에 오래 된 기름때가 많이 있었는데, 순간 '트랜스지방' 가득한 음식을 먹게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스테이크' 가게
 '유명한 스테이크' 가게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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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보고 이름을 기록해두는 것을 깜박하였습니다. 아무튼 길다란 빵을 갈라서 그 속에 고깃 덩어리와 여러가지 야채를 우겨넣었더군요. 뭐 맥도널드 햄버거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게이름만 '유명한' 집이더군요.

여기서도 사진으로 보시는 길쭉한 햄버거 같은 빵 덩어리와 맥도널드 같은 음료수 한 잔이 전부였습니다. 아마 가격은 저렴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깃 덩어리를 빼내고 빵과 야채를 먹었습니다만 배가 부르지는 않더군요. 영화에서 보던 가난한 미국인들의 음식을 골고루 체험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맛집이라는 것이 제 입맛에 맞아야 맛집인데,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 값 싸고 빠른 미국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에 자선 사업이 아닌 바에야 값도 싸고 맛도 있고 재료도 좋은 맛집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여행자들에게 여행사 가이드가 추천한 맛집이 별루인 것은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갑이 얇은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에게 맛집대신 싼집을 골라 추천해 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 #비영린단체, #워싱턴, #패스트푸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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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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