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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와 재계의 날선 갈등이 점증되고 있다.

경제단체장들이 "법인세 감세 철회, 반값 등록금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며 정치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여야 의원들이 29일 연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문가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각 단체 전무들을 참석시켰을 뿐이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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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공청회 불출석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날을 세웠다. 재계의 정치권 비판도 "대기업의 관점이 일반 국민의 관점과 그 정도로 괴리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한나라당은 최근 법인세 22%를 20%로 낮추는 추가 감세 방침을 철회했다)는 기업의 투자 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기업들의 '오버'를 지적했고, 대기업들이 순대·두부 제조 등 영세 상인들의 업종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에 대해서는 "안방에서만 머물며 코 묻은 돈을 뜯어내는 골목대장, 탐욕에 찬 포식자"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불균형적인 시장 흐름 속에서 "'친시장·반재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못 박았다.

이색적인 것은, '기업'을 향해 직설을 날린 김 의원 역시 기업가라는 점이다. 부산의 중견기업 '동일고무벨트(주)' 부회장인 그는 지난해 825억 원의 재산을 신고해 국회의원 재산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돈진재'라 불릴 정도로 재력가였던 김진재 전 의원이다. 이 같은 '배경'과는 사뭇 다르게 김 의원은 당내 소장 개혁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민본21' 공동간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 몸 담으면서 재계를 비판하면 고달프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시장경제 원칙을 중시하는 분들로부터 공격 받을테지만 그렇다고 맞다고 생각하는 걸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다음은 김세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반값 등록금이 포퓰리즘? 대기업 관점이 얼마나 국민과 괴리 큰지 방증"

- 전경련이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며, 추가감세 철회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보나.
"대기업의 관점이 일반 국민의 관점과 그 정도로 괴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의 연설 중에 '보수의 가치는 공동체의 안정 속 발전이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때문에 보수의 가치, 보수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크게 공감했다. 한나라당도 이런 맥락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를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재계는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입장을 정했어야 했다."

- 관련해서, 대학교 등록금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등록금 원가 공개는 넘어선 안 될 선까지 가는 것이다. 대학 입학할 때 등록금과 교육 서비스를 두고 소비자가 대학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800만 원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죄악시 되면 안 된다. 가격 통제는 단기적인 고통 경감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가격이 발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작동 되지 못하게 해서 시장 경제 체계가 깨질 수 있다."

- 등록금 인하는 기업과는 상관없는데, 전경련이 반대 입장을 밝힌 이유는 뭐라고 보나.
"간접적으로라도 조세 부담이 높아지는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본다."

- 전경련은 법인세 추가 감세(22%->20%)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법인세 수준이 기업에게 적정한가.
"법인세율 2%가 기업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인세 과세 표준 1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사실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정두언 의원이 낸 법인세 개정안은 과표 최고 구간(100억 원 초과)을 신설해 현행과 같은 22%를 부과하자는 것인데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인세 2% 차이가 기업의 투자 환경에 절대적 영향 주지 않아"

- 그렇게 큰 영향이 없는 법인세 2%감소에 대해 재계에서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반적인 경제 정책의 기조가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또 법인세 과표 100억 원 이상 기업들의 경우 법인세 2% 인하로 1조8000억 원 가량의 이익이 손에 들어온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닿아있지만, 그 2% 차이가 기업의 투자 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주진 않는다."

- 부산 내 중견 기업의 2세인 김 의원의 재계 비판이
이색적이다.

"균형 잡힌 거래 관계가 되도록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내 회사와 관련된 더 작은 기업들이 볼 때 이에 대한 비판을 할 수도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주 편한 입장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고성장 시대의 막을 내리고 인구 감소 등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여전히 대기업 위주로만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균형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중견 기업 성장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여야 합의로지난 달 29일 공청회에 재계단체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회장들이 불참했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출석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는 합당하지 않다. 국회도 사소한 쟁점을 가지고 대기업 회장의 출석을 계속 요구했던 과오를 인정해야 하지만 이 건 만을 보자면 재계가 성숙해져야 한다."

- 현재 대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기업들은 국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복수의 시장에서 과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한 예로 유통 대기업들은 현재 영세 사업체들이 만드는 순대, 두부 등의 품목까지 직접 제조해 영세 사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 안방 시장에만 머물며 코 묻은 돈을 뜯어내는 골목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이기주의와 탐욕에 의해서 만들어진 구조다. 사회를 하나의 생태계로 볼 때 포식자의 개체수나 지배력의 정도가 전체 생태계를 파괴할 선을 넘어서는 정도까지 가면 강제적으로라도 개입을 해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요인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단계까지 왔다.

야당에서 한나라당을 공격할 때 친재벌 정당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친기업이라고 맞선다. 난 이를 분리시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즉, '친시장·반재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역량이 있다.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한 분야로 특화돼 성장해 나간다면 열렬히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처럼 안방에 앉아 독점하며 성장하는 건 좌시할 수 없다. 내가 이런 입장을 취하면 시장 경제 원칙을 중시하는 분들로부터 공격을 받겠고 고달파지겠지만 그렇다고 맞다고 생각하는 걸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태그:#김세연, #재계 정치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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