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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신문을 읽으며 세상과 만나는 약대동 독서교실 아이들
 책과 신문을 읽으며 세상과 만나는 약대동 독서교실 아이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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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이들을 위한 독서교실을 열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독서라구요? 반갑습니다. 어떤 계기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생활화한다면 심성도 고와지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도 익숙해지리라 봅니다. 동에서 이런 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지도사로 10여년 활동하면서 점점 줄어드는 독서 인구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차 걸려온 반가운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주민자치센터. 이곳은 부천 중에서도 구도심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맞벌이 가정이 비교적 많은 곳이었다. 부모님이 직장에 나가면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교실이나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바쁜 부모가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는 부분 중 독서 분야를 동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독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기에 독서 이야기만 나오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 사회는 복잡해지고 인문학적 소양은 갈수록 요구되지만, 점점 독서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은 충격도 감내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책은 마음의 평정을 찾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혜안을 준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의 삶에서 자칫 짧은 생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니콜라스 칸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원제: 생각이 얕은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의 뇌는 우리의 친척뻘인 동물들의 뇌와 비슷한 마찬가지로 산만했다. 그러나 문자를 만들고 책을 읽으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추상적 사고력이 강화되는 등 지적능력이 섬세해졌다"고 밝혔다.

읽기가 주요 관심사인 내게 민음사 박맹호 회장이 조선일보(2011년 5월 14일자)와 한 인터뷰도 잊혀 지지 않는다. 박 회장은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책이 결정한다. 결국 책으로 돌아오고 책을 읽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미국은 학교에 들어가면 일단 고전 100권을 읽게 한다. 그러니까 그 나라와 사회가 발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날라리 공화국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3층에 있는 신나는약대도서관을  이용하는 일도 신나는 일
 주민센터 3층에 있는 신나는약대도서관을 이용하는 일도 신나는 일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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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약대동 주민자치센터 독서수업은 시작되었다. 우선 초등학교 저학년 10명을 모아 필독서를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로 표현한다. 조선일보가 학생들에게 읽기문화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NIE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 신문을 읽고 칭찬하고 싶은 사람, 어이없는 사건 등을 찾아보고 내가 꿈꾸는 세상과도 만난다.

우리가 수업하고 있는 3층에는 작은 도서관(신나는 약대도서관)이 있어 수업일마다 짬을 내어 도서관 나들이를 한다. 자치센터 앞마당과  쉼터에 나가 술래잡기도 하고 식물관찰도 한다. 쉼터에는 머루, 장미, 옥잠화 등 다년 식물 16여종이 식재되어 있어 도심에서 보기 힘든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마당을 빙빙 돌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이이들을 보는 내 마음도 뿌듯하다. 이런 수업을 진행한 지 두 달째. 아이들의 반응을 들어보자.

주민센터 앞마당에서
 주민센터 앞마당에서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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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속이 훤히 뚫리는 것 같은 공간에서 수업 받기는 처음이에요."
  "오늘은 어떤 기사가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오늘이 기다려졌어요."
  "저는 선생님이 다정해서 좋아요."
  "도서관이 있어 2가지 혜택을 받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주민센터 회의실을 활용하다보니 공간이 넓다. 30여명이 복작거리는 학교 교실과는 차별화 된다. 선생님이 다정해서 좋다는 말을 따져본다. 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이 보통 30명이 넘는 학생을 대하다보니 개개인을 파악해 일일이 대응하기  힘이 들 것이다. 때문에 10명을 소화하는 내가 다정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신문을 통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접하며 좋은 일은 따라하겠다고 하고 안타까운 기사가 나오면 해결책을 고민하기도 한다. 간혹 수업 중 신문을 둘둘 말아 장난을 치거나 분위기 흐리게 하는 아이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러면 신문 안 줄 거야"라고 하면 신기하게도 자세가 반듯해진다. 다음 시간에는 쉼터에서 노는 시간을 좀 더 달라며 읽어 올 책을 확인하고 문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읽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보다 읽을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말을 하고 싶다.


태그:#약대동주민자치센터, #신나는 약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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