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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이 6월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6월 지역투어 첫 행선지는 제주도입니다. 바람 부는 제주는 돌도 많고 여자도 많다는데, 진짜일까요? 여러분이 몰랐던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제주의 바다는 아름답다. 특히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는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듯하다. 이 사진은 우도!
 제주의 바다는 아름답다. 특히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는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듯하다. 이 사진은 우도!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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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25년, 서울에서 3년간 살아온 나는 뜬금없이(?) 결혼해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제주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딱 한 번 가본 게 다였다. 그 오래전 일의 기억이야 고작 말을 탄 것과 '똥돼지'를 본 것뿐이었다. 그 이후에 남들과 비슷하게 제주도 여행을 꿈꾸기도 했지만 번번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도민'이 되어 살게 됐다니!

제주도에서 산다고 하면 대부분은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뭐, 처음에는 괜찮겠다 싶었다. 워낙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없는 나는 어딜 가든 '적응 짱 여사' 아닌가. 거기에 결혼이 여행 같은 기분도 들고, 뭔가 모든 것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제주도,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냐!

이곳에 오기 전, 제주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가 떠올랐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노래 부르며 유유자적하게 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자연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와보니… 이건 내 생각과 뭔가가 달랐다. 

나는 왜 제주도를 날씨 좋은, 조그만 섬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제주도 날씨는 변덕쟁이고, 생각보다 너무 넓다. 특히 바람은 앙칼지면서 집요하게 부는데, 난 평소에도 바람이라고 하면 질색인 사람이다. 오죽하면 서울의 그 더운, 섭씨 35도의 옥탑방에서도 선풍기를 틀지 않았을까. 선풍기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면 호흡곤란이 일어나는데, 정말이지 이 지긋지긋한 바람은 사람을 곤두서게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 밖으로 나가면 누가 내 얼굴을 채찍으로 때리는 것 같이 따끔거리고 심지어 눈물까지 난다. 한 시간가량의 짧은 외출만으로도 앞머리는 떡지고, 눈물 콧물 다 흘린 탓에 화장은 번져 불쌍한 몰골이 되고 만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내가 5kg만 덜 나갔으면 날아갈 뻔했다니까! 

지난겨울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제주도에 미리 신혼집을 마련했던 나는 겨울부터 제주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침대도 사고 소파도 샀다. 특별히 눈이 많이 온 작년 겨울은 창문 밖으로 눈 내리는 걸 보면 아름답다기보단 무서웠다.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이 눈이 휘몰아치는데, 제주도는 눈도 바람과 함께 오기 때문이다.

바람도 싫어하고 추위도 많이 타는 나는 그 겨울의 며칠간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창밖만 바라보면서 지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군가' 심각하게 존재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주말에는 안 온다고?

 뭔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버스노선도. 우리집은 왼쪽 맨 귀퉁이에 적혀있는 '하귀리' 다.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별로 없다.
 뭔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버스노선도. 우리집은 왼쪽 맨 귀퉁이에 적혀있는 '하귀리' 다.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별로 없다.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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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결혼과 동시에 봄이 왔고 요즘에는 날씨가 조금 잠잠하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건 대중교통수단이다. 평생 자동차운전면허 딸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버스나 지하철 타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는 대중교통이 너무 미비하다.

물론 버스가 있지만 30분에 1대씩, 한 시간에 한 대씩 띄엄띄엄 있을 뿐더러,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 환승이라도 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언젠가 환승을 하기 위해 첫 번째 버스를 타고 갔는데, 갈아탈 다음 버스가 2시간 뒤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탄 적도 있었다.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힘들게 찾아가다 보니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지는 지경이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사실은 많은 버스 노선이 휴일에는 운행을 안 한다는 사실. 헉, 휴일에는 어떡하라고!

그러고 보면 제주도는 '쏘쿨~ 쏘핫!' 하다. 보통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 아닌 '인기 도민 음식점'의 경우 하루 물량을 다 팔면 냉정하게 문을 닫거나, 주말에는 운영을 안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려고 새벽까지 영업하는 서울의 식당과는 달리 '팔 만큼 팔고 나머지 시간은 나도 쉬자' 주의인 이곳 사람들의 경영철학(?) 때문에 헛걸음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나는 '적응 짱 여사', 제주도 그까짓 거 뭐!

하지만 난 '적응 짱 여사' 아니었던가. 이 모든 혹독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봄이 되자 창문 너머로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집안에 햇빛이 들어왔다. 공항이 도심 바로 옆에 있는 제주시의 특성상 비행기가 정말 가까이 나는데, 그 거슬리는 소리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변화무쌍한 제주도 날씨. 하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기대를 하거나, 새삼스런 깨달음도 얻는다. 아무리 우중충한 날도 중간 중간에 해가 뜨기도 한다는 것을. 기다리면 구름 사이로 빛이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소한 사실은 나를 안심시킨다. '늘 이렇게 우울한 날만 계속되는 건 아니야. 기다리면 즐거운 날도 있어' 하면서 말이다.

 용눈이 오름. 대머리 아저씨가 떠오르는 민둥산이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독특한 경관이다.
 용눈이 오름. 대머리 아저씨가 떠오르는 민둥산이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독특한 경관이다.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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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쓰면서 보니, 제주도 생활의 불편함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야 생활이 되니 시들해지고, 매일 관광지를 여행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제주도민으로 산 지 두 달, 조금씩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햇빛이 나면 재빨리 빨래를 돌리고, 좀 우중충하면 제습기를 돌리고, 어느 곳을 찾아가든 여러 변수에 대비해 미리 준비도 한다. 많은 생활용품을 바로바로 살 수 없으니, 있는 한도 내에서 응용하면서 쓰게 된다.

'육지'로 이동하려면 비행기표를 끊어놔야 하니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 쇼핑 택배비는 늘 추가금 '5000원'이니 인터넷으로 무엇을 사는 경우도 없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장 보러 가는 도중에 멈춰 서서 매일매일 달라지는 꽃들을 바라보고, 평소에는 관심 없었던 하늘을 살피고, 안개를 가늠하며 오늘은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들과 친해져서 화요일이면 근처 오름에 오르기도 하고, 숲길을 걷기도 한다. 주말이면 신랑이랑 배낚시를 가거나, 근처 수영장에 가서 수영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다.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사람들이 좀 더 가정적인 것 같다. 맙소사, 이렇게 쓰다 보니 너무 행복한 삶이잖아!

그리고 얼마 전부터 자동차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도 배우고 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나 스스로 어딘가를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신바람이 난다. 그리고 내년에는 근처 자투리땅을 개간해서 텃밭도 가꿔야지.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그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낙으로 살아야겠다.

신혼 두 달째, 나는 행복해요!

살다 보면 또다시 더위도 오고, 추위도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외로움과 우울함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는 모습이라고,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때 조금 더 씩씩하게 이겨내기 위해서 올여름을 알차게 보내야 할 텐데, 벌써 여름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여름이 되면 물놀이도 하고, 텐트치고 야영도 하고, 고기도 잡으면서 보내야지. 내가 사랑하는 협재 해수욕장아! 딱 기다리고 있어!

아, 참고로 나는 지금 신혼 두 달째다. 결혼 초기의 '암흑의 적응기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노련한 주부들은 이렇게 말들 하겠지.

"더 살아봐."

네네, 더 살아보고 말할 게요. 하지만 지금의 행복까지 부정할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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