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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소방서 노재훈 소방장
 해운대소방서 노재훈 소방장
ⓒ 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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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장이 소방관 아닌 일반 행정직이에요. 그런데 다들 말도 못하는거죠. 군이나 경찰이 이랬으면 가만히들 있었을까요?"

소방처럼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소방장 계급의 소방관이 소방청장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각오했다는 얘기다. 누가 보호해줄 리도 만무하고 징계나 안하면 다행이다. 해야할 말을 아무도 하지 않으니 자신같은 현장 하위직 소방관이라도 해야겠단다. 6월 마지막주 정도부터 '소방청장은 소방관으로!'라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할 모양이다. 해운대 소방서 노재훈 소방장을 만났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때문에 '1인시위'를 하려는 겁니까?
"'소방청장은 소방관으로!'라는 내용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소방청장 그러면 당연히 소방관인줄 알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들어 온다는걸 모릅니다. 관심이 클수도 없고요. 제복 공무원의 수장을 어떻게 행정 공무원이 합니까? 말이 안되는건데 사람들도 잘 모르고 우리 내부적으로도 이걸 대놓고 문제삼아서 얘기할만한 사람이 없는거에요. 잘릴게 뻔하니까. 그래서 평소에 소방관들이 다들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져 있는거에요. 우울증이 심각하다는데 우울증은 커녕 울화통을 안고 사는거에요. 노후 장비고 뭐고, 조직 자체가 잘못돼 있는거죠."

- 소방방재청의 경우 기술고시 출신의 행정직 공무원이 청장을 맡았고 소방청 차장 경험도 있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이죠?
"제복 공무원인 소방관의 청장이 행정직 공무원인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죠. 다른 제복 공무원에는 이런 경우가 없는데 우리만 이러면 잘못된거죠. 지금 소방청의 3분의 2가 소방관이 아닌 일반행정직 공무원이고 인사, 예산, 감사, 홍보 등 중요 분야는 모두 다 하고 있어요.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소방방재청이 개청된 지가 벌써 몇년인데 소방관 처우가 개선된게 뭐가 있습니까. 저런 시스템에서는 뭘 할수도 없어요. 소방관이 기획하면 행정직한테 다 잘릴텐데. 3교대도 못하고 있어요. 박연수 청장이 임명되고 나서 소방차 사용기간을 임의로 늘렸는데 결국 그러고 나서 노후 소방차로 인해서 소방관이 죽었어요. 그 책임은 누가 질겁니까? 사용기간 늘리고 나서 소방관들 다 불안해 했어요. 박연수 청장 오고 나서 화재와의 전쟁도 시작했는데 이게 참 문제가 많아요."

-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가 뭔가요?
"다른 기준도 있긴 한데 점수 높은걸로 보면, 작년에 화재로 100명 사망했는데 올해 98명 사망해서 2명 줄면 1등이고, 평소에 계속 잘해서 2명 사망했던 곳이 취약지구 대형화재로 10명 사망 사고가 나면 그 지역 소방관들은 징계고 문책에 직위해제에요. 이게 완전히 엉터리인데 청장이 소방관 출신이면 대체 이런걸 했겠습니까. 대전 같은 경우는 정책수행 실적이 거의 다 1등이었는데 사망자가 늘어서 화재와의 전쟁에서 꼴등을 한거죠. 본부장 직위해제를 당했어요. 소방관들 전체가 술렁였고 지금도 울화통 터져 있어요."

- 재난분야가 워낙 광범위해서 총체적 재난 관리를 위해 일반 행정직 출신 관료가 타 부처 공무원들과의 의견 조율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게 전형적인 탁상인거죠. 재난관리가 행정으로 됩니까? 일본 같은 나라가 그런게 없어서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게 아니에요. 재난이라는게 여러가지가 있는데 현장생활 20년동안 별의별 일들을 다 겪었어요.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봐서 아시겠지만 계획대로 되는게 큰 재난일수록 하나도 없어요. 무슨 부처별로 어디서 뭘하고 여기서 뭘하고 한다고 책에다 정해놓으면 뭘합니까. 막상 현장 벌어지면 다 도망가거나 죽고 없는데. 그래서 어떤 선진국을 봐도 시스템으로 뭘하는게 아니라 우선 사람부터 구하고, 그 다음에 시신 수습하고, 배고픈 사람들 밥먹이고 이런 현장에서 움직이는걸 기본이라도 짜놓고 난 다음에 조율이니 시스템이니 있는 것이죠. 이 뒤에 복구할때는 국가 예산인 돈으로 하는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디와 어디간 조율 이런게 아니라 그냥 진행해도 무리가 없는 겁니다."

- 현장 경험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일본도 그렇고 미국 소방방재청장도 소방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재난이라는게 어디로 튈지 몰라서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하는 거에요. 양상이 복잡하고 예상이 안되는 경우의 수가 많으니까. 수사경험이 없는 검찰총장이나, 함대지휘를 해본적이 없는 해군 참모총장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 어찌보면 현장에 근무하는 하위직 소방관으로 십자가를 메는 형국인것 같습니다.
"소방관들이 자기 얘기인데도 나서지를 않아요. 고위직 소방관은 더 심합니다. 그러니까 안바뀌죠. 누군가 뭐라도 해야되는 것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바뀌지도 않을거고. 함께 노력하고 복지와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하는 양심좀 됐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선동같은걸 하는게 아니라 잘못돼 있는걸 다 알면서 가만히 있으면 소방관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국회와 정부청사에서 '소방청장을 소방관으로!' 1인 시위할 예정인데 시민분들도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119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방관, #소방방재청, #소방,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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