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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왜 6·10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당론으로 만들지 못했을까요? 뭐가 두려워서 민주당 이름으로 촛불집회도 못 갔을까요? 제1야당 국회의원이라면 절반 정도는 나가서 대학생들의 절규에 답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여당이 꼬리 내린다고 야당도 무기력해져야 되겠습니까. 10명 정도는 집단 삭발하고,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 해야죠."

 

이 말을 누가 했을까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국회의원이겠지 생각하셨죠? 아닙니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안민석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안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데요. 최근엔 반값등록금 문제로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1야당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겨냥할 법 한데 그는 왜 화살을 거꾸로 돌려 자신의 정당을 겨냥했을까요? 이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누워서 침 뱉기'. 그는 왜 자기 얼굴에 침을 뱉기 시작한 것일까요?

 

안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 125호실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다소 화가 난 표정이었습니다. 이 토론에 함께 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추진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고 성토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독설을 퍼붓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6월 10일. 그날은 반값등록금 투쟁에 분기점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제1야당 민주당 의원들? 10명 정도 나갔습니다. 기대 이하였습니다. 말로 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도 따올 수 있죠. 민주당, 실천력이 부족합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아닙니다.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반값등록금 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이거 무슨 얘기냐, 반값등록금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당연히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조직적으로 항의했어야 합니다. 한 10명 정도는 집단 삭발을 하고, 청와대 앞에 가서 항의했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안 의원은 "대통령이 반값등록금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해서, 또 정부여당이 꼬리 내린다 해서 야당조차 무기력하게 대응해서야 되겠느냐"며 "민주당 내부에 계신 다수의 훌륭한 관료 출신 국회의원들은 교육재정 문제를 자꾸 강조하는데 야당다운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설파했습니다.

 

'국민적 과제' 해결해준 정치인, 국민이 외면한 적 없어

 

민주당이 여당이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했습니다. 한나라당 식으로 교육재정 문제로 접근하면 반값등록금 못한다는 얘기죠. 민주당이 반값등록금에 대해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갖지 못한 채 자꾸 멈칫하고 있는데 그것으로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무엇보다 안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 구성된 반값등록금 특위를 비판했습니다. 안 의원 본인도 속한 특위입니다. 안 의원은 "민주당 반값등록금 특위가 분명한 안을 내놓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관료 출신 의원이 재원마련의 어려움을 성토하기 때문"이라며 "특위의 갈지자 행보를 볼 때마다 다시 촛불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거대한 촛불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여당은 물론 민주당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석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권 의원은 "안 의원이 반값등록금 투쟁본부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웃음 뒤에 씁쓸한 쓴맛을 남기기도 했지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반값등록금은 가능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볼까요?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두 가지입니다. 추경예산을 편성해 돈을 마련하는 것. 그 가능성은 없습니다. 올 여름 지나 가을, 예산국회에서 내년 예산에 반값등록금 재정을 반영하는 것. 현재 상태라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다음은 제도 마련. 등록금상한제법과 고등교육교부금법, 이것도 쉽지 않지요. 야당이 소수잖아요. 다만 사립대 적립금 규제법. 이것은 유일하게 한나라당도 동의했습니다. 유일한 소득이죠. 올 가을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안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집단으로 머리를 깎겠다고 하지만 이건 머리만 깎아서 될 일은 아니지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아예 대놓고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사기 당했다!" 분위기는 숙연해졌습니다. 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으므로 사기를 당한 것이고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이번엔 대학생들이 뭔가 보여줄 차례라고 얘기했습니다. 낙선운동 같은 방법도 있다고 일러줍니다.

 

국회 안에서 나름 '개념찬 정치인'들은 반값등록금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복지국가의 문턱에도 진입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반값등록금은 관료 출신부터 반대하는 분위기잖아요.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우선순위를 정하느라 고심하겠죠.

 

게다가 허창수 전경련 회장까지 나서서 반값등록금 비판했습니다.

 

"반값등록금과 같은 정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놓는 게 문제다. 당장 듣기에는 좋지만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감세 철회 움직임도 반대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

 

한국사회 지배계급의 조직적 반발을 알리는 신호탄일까요? 반값등록금은 즉흥적 포퓰리즘 정책이다? 동의하시나요? 문제는 재계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13일엔 이명박 대통령도 반값등록금을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재원마련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사립대가 반값등록금 시늉을 취하고 있지만 대교협 등 사립대 총장들이 반대합니다.

 

그래서 그간 반값등록금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해온 개념 정치인들이 대학생들에게 '차라리 촛불을 다시 들라'고 권하는 것 같습니다. 집단적인 촛불의 힘말고는 이를 관철할 다른 방법이 없어보인다는 거지요.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야 하는 건가요? 직접민주주의, 광장민주주의도 좋지만, 왜 우리들은 매번 국민들이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만 할까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적극 나설 방법은 없는 걸까요?

 

차라리 이번에는 안민석 의원의 제안대로 걸어다니는 헌법기관 국회의원들이 먼저 결단해 집단삭발로 항거하는 건 어떨까요. 만일 국회의원들이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집단삭발을 벌이고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다 모두 연행된다면?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 국민들은 국민적 과제를 내 일처럼 뛰어주는 정치인들을 외면한 적이 없습니다. 내년 총선도 다가오는데, 어떠세요? 국회의원님들 이참에 '집단삭발 무한도전' 별로입니까?


태그:#반값등록금,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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