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디플러스 개관 100일 기획전을 앞두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영진위 관계자들

지난 17일 인디플러스 개관 100일 기획전을 앞두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영진위 관계자들 ⓒ 성하훈


서울 신사동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가 개관 100일을 맞아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기획전을 열었다. '개관 100일 기념 인디플러스전'으로 이름 붙여진 행사는 인디플러스의 100일을 독립영화 관객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다.

김태일 감독의 <오월애>를 개막작으로, 올해 화제를 일으킨 <무산일기>, <파수꾼>을 비롯해 최근 개봉된 <종로의 기적> 등과 단편영화 <사랑은 100℃>, <낙타들> 등 15편의 영화들이 상영됐다. 주말에는 대부분의 상영작 감독들이 참석해,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갖는 등 '백일잔치'는 알차게 진행됐다.

이번 기획전은 단순히 개관 100일을 축하하는 것 외에, 우려 속에 등장했던 인디플러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다. 상영된 작품들을 보면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문제 있는 건 알지만 예전 모습 환원은 또 다른 갈등 유발"

 지난 3월 강남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을 임대해 개관한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지난 3월 강남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을 임대해 개관한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 성하훈

인디플러스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이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10일 개관했을 때 독립영화 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영진위가 2007년 문을 열어 안정적인 운영을 펼치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간판을 내리게 하고 2010년 새로운 사업자에게 '시네마루'를 개관하게 하면서, 독립영화인들과 대립했던 게 원인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영화계 '좌파 척결' 흐름이 배경이었는데, '독립영화전용관 등이 좌파들의 온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리한 판단이 결국 파장을 일으킨 것이었다.

당시 조희문 위원장의 영진위는 역량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는 이른바 우파적 시각을 강조하는 영화인들에게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넘겼고, 이에 맞서 독립영화 진영은 상영 거부 1인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작품 공급도 보이콧하며, 영진위 및 시네마루와 내내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끊이지 않은 논란 속에, 부실한 운영과 허술한 관리로 국회에서까지 지탄을 받던 '시네마루'는 결국 1년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조희문 위원장도 해임됐다. 이후 새로운 사업자가 공모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는 영진위가 직접 운영에 뛰어들면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바라보는 독립영화인들의 시선이 당연히 좋을 리 없었다. 지난 3월 새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가 개관한다고 하자 한 감독은 '시네마루라는 양아치에서 영진위라는 깡패로의 비극적 전환'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고, '말 많고 탈 많았던 과정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영진위의 태도'를 한심하게 평가하면서 '작품 배급 거부'를 고려하던 감독과 제작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말 직무대행에서 정식으로 영진위 수장이 된 김의석 위원장은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영화전용관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예전의 모습으로 환원시키는 것도,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일정한 수정은 필요하다. 과거로 무조건 회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독립영화권과 관련한 문제를 지나치게 민주 대 비민주의 정치적 구도로 해석하는 것은 지금 시대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소 올드 패션한 방식이라고 본다."

"독립영화진영에 위탁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9일 명동에서 열린 민간독립영화 전용관 설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

지난 9일 명동에서 열린 민간독립영화 전용관 설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 ⓒ 인디스페이스

인디플러스 개관 100일이 경과한 지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독립영화 진영의 곱지 않던 눈초리는 상당히 완화된 모습이다. 인디플러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찾아보기 힘든 데다, 지난해처럼 작품 공급을 거부하는 배급사도 생기지 않고 있다.

인디플러스 관계자 역시 "독립영화 제작사 및 감독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고 협조적"이며"배급사들과의 수익배분도 당초 5:5로 계획했다가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배급사들의 몫을 늘렸을 만큼 독립영화인들과의 소통이 원활하다"고 전했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도 "(프로그래머를) 보면 알겠지만 말이 직영이지 사실상 독립영화인들에게 운영을 맡겨 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인디플러스 프로그래머는 허경 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팀장으로, 그간의 활동을 통해 독립영화진영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5월부터 인디플러스의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고 독립영화진영이 영진위의 독립영화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 9일 명동에서 발족된 '민간독립영화관 설립 준비위원회(공동대표 김동호, 안정숙, 김동원)'는 현재의 전용관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 공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율, 1년 내내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 등을 강조하며 공적 지원이 아닌 순수한 민간의 힘으로 독립적인 전용관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현재의 독립영화전용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극장의 운영이나 주체가 바뀔 가능성이 많기에 제대로 된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었다. 예컨대, 4대강 다큐멘터리 같은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독립영화가 영진위의 영향 아래 있는 전용관에서 상영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3월 인디플러스 개관 행사 때 인사를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지난 3월 인디플러스 개관 행사 때 인사를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 성하훈


독립되지 않는 한 정부 정책 따라 운영에 한계

결국 문제의 핵심은 독립영화전용관이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에 아랑곳없이 독립적 운영을 할 수 있는 지의 여부로 모아진다. 상영 프로그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가 신뢰의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 현실에 비판적인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폭넓게 담아내지 못한다면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영진위 직영 체제는 이점이 아닌 약점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영화 정책과 영진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 선정에 얼마든지 영향이 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의석 위원장의 영진위가 직영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누그러뜨린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개관 100일을 넘긴 인디플러스에 아직도 우려의 시선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 탓이다.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며 영화계의 대립과 반목을 양산했던 이전 조희문 위원장 체제가 남긴 상흔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느냐가 영진위가 앞으로 인디플러스를 운영하면서 고민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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