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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3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3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소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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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 인터넷 활성화를 조언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겐 '신재생 에너지' 카드를 던졌다.  

글로벌녹색성장서밋 참석차 20일 한국에 온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손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공식 기자회견는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김대중은 브로드밴드, 이명박에겐 신재생 에너지 조언"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얘기와 함께 지난 1998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 활성화를 조언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이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뭐가 필요하나 질문했을 때 3가지를 말했는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로드밴드'였다. 옆에 있던 빌 게이츠도 동의하자 김 대통령은 '두 사람이 그러면 반드시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브로드밴드가 대체 뭐냐'고 묻더라.(웃음)

그 당시만 해도 한국 인터넷은 미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진 상황이었지만 김 대통령이 브로드밴드를 외치는 세계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김 대통령과 뛰어난 리더십 가진 분들, 국민들 노력 덕분에 한국은 불과 수년 만에 IT분야에서 세계 최고 국가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개회식에 참석, 손정의 日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개회식에 참석, 손정의 日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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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김 전 대통령은 손정의 회장과 한 약속을 지켰고 오늘날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올라섰다.

손정의 회장이 이번엔 IT(정보기술) 대신 에너지 기술 협력을 들고 나섰다. 이날 오전 글로벌녹색성장서밋 기조연설 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1시간 가까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고비사막의 태양열 등 자연에너지와 녹색기술을 활용한 한중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65%나 되는 전력이 화력을 통해 얻어지는데 그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이 비율을 40%, 30%로 점점 더 줄여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이 대통령도 합의했다. 화석에너지 자원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

이렇듯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원전 의존도를 점차 높이고 있는 한국 원전 정책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한국은 중국, 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원전 정책 기본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전력 생산비용에서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손 회장은 "지금 이 시점에선 재생 에너지 생산 비용이 더 높지만 10~20년 뒤엔 동등하거나 그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났다.

"원전 사고는 사람 탓... 일본 아니라고 안심 못해"

손정의 회장은 이날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녹색성장서밋2011 기조연설에서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대신 태양열, 풍력, 지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달 일본 태양광 발전 사업에 800억 엔을 투자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다.

손 회장은 "한국 정부를 설득해 에너지 정책을 바꾸라고 온 건 아니다"라면서 "과거 원전 사고는 지진 때문만이 아니라 오작동이나 사람 실수로 터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일본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전력 수요 50%를 원전으로 해결하려던 정책을 폐기하고 현재 10% 수준인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2020년까지 20%로 높이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손정의 "일본은 범죄자, 원자력 의존 정책 바꿔야" )

"삼성-LG처럼 한 브랜드 쓰면 의사 결정 늦어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신3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신3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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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 회장은 이날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 절반 이상을 소프트뱅크 신30년 비전 발표에 할애했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식으로 한 가지 브랜드만 획일적으로 쓰는 기존 그룹 경영 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 소프트뱅크식 기업 관계의 장점을 강조했다.  

"미쓰비시는 자동차, 은행, 화학 등 여러 업종에 같은 이름을 쓰고 한국도 삼성, LG 등이 한 가지 브랜드로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야후, 바오바오, 알리바바 등 서로 다른 브랜드를 쓴다. '소프트뱅크'란 이름은 내가 CEO를 맡는 몇 개 회사뿐이고 나머지 800개 회사에선 안 쓰도록 하고 있다."

손 회장은 "똑같은 브랜드를 쓰면 브랜드를 지키려고 중앙집권적으로 제어하고 새로운 투자를 통제해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면서 "소프트뱅크는 멀티 브랜드, 멀티 사업모델, 멀티 경영진, 멀티 CEO 상황이 만들어진 세계 최초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30년 뒤 800개 회사를 5000개로 늘리고 시가총액 200조 엔(약 2600조 원)으로 전 세계 톱10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혔다.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은 1981년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뒤 야후재팬을 시작으로 재팬텔레콤, 보다폰재팬 등을 인수, 30년 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통해 한국 IT 기업 투자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지난달 30일엔 KT와 함께 일본 기업들 백업 서버를 보관할 데이터센터를 경남 김해시에 짓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태그:#손정의, #소프트뱅크, #태양광, #이명박,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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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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