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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권정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 개혁특위가 꾸려진 건 지난해 11월 말. 6개월가량 당개혁 방안을 논의해온 개혁특위는 오는 20일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국회의원·대통령 후보자 선출 방식' 등을 두고 당내 계파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단시간 내에 결론이 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개혁특위 위원들도 이른바 당내 '빅 3(손학규·정동영·정세균)' 계파 소속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공직(국회의원·대통령)과 당직(당 대표·최고위원)을 뽑느냐에 따라 정파별 유불리가 갈림에 따라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남보다 영남에 가중치 두는 '지역별 인구 비례 보정안'

 

우선 쟁점은 당직 선거(당 대표·최고위원)와 대선 후보 선출 때 표의 가치를 조정하는 '지역별 인구 비례 보정'문제다. 즉, 민주당 내 호남세가 큰 만큼 호남 지역의 한 표보다 영남 지역의 한 표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다. 실제 인구구성비는 '수도권 49 : 영남 26 : 호남 10' 가량인데 당원구성비는 '수도권 34 : 영남 10 : 호남 43'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손 대표측은 "민주당은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있다"며 "비율 보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측 역시 "인구 비례 보정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세가 적은 곳의 한 표와 많은 곳의 한 표가 같은 가치를 갖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지역별 인구 비례 보정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후보 투표 자체가 전국에서 이뤄지는데 우리 당 후보가 호남에서 표가 많이 나왔다고 이걸 지역안배 할 거냐, 지역안배를 주장한다면 차라리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 슈퍼스타 K vs. 완전국민경선제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것은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다.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는 개혁적이라기 보다는 기득권 유지적이고, 조직 동원의 부작용이 막심하다"며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슈퍼스타 K(슈스케)' 방식이 공천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슈스케 방식은 배심원(전문가+국민)들이 후보자들의 토론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공개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전면 도입해 배심원단의 후보 평가 점수 1/3, 당원선거인투표 1/3, 국민선거인투표 1/3을 합산해 후보를 선출하자는 안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대의 정치개혁은 완전국민경선으로 가는 것"이라며 100% 완전국민경선제를 강조하고 있다. 배심원이나 당원은 제외하고 국민투표로만 선출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완전국민경선제로 국회의원 후보를 뽑자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정 최고위원측은 완전국민경선의 '조직 동원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정치는 가치 실현을 위해 국민을 동원하는 것으로, 사람을 모으는 게 잘못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했다"며 "문제가 있을 경우 강한 제재 조항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스떼기(선거인단을 박스에 담아와 대리등록한 사건)' 논란 등이 불거진 2007년의 왜곡된 사례 때문에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슈스케 방식에 대해서는 "배심원 구성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배심원 명단을 비밀로 한다지만 특정 계파 소속 당직자들이 다 빼돌리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동원선거를 하자는 것으로 정당사의 가장 추악한 '박스떼기'나 종이당원이 다시는 재현되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 측은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동원 경선을 쎄게 해 그 동력으로 대선후보가 됐다"며 "당시 정동영 후보의 아성인 전북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는 등 인구 대비 지역별 편중의 폐해가 심각했다. 과거에 지탄받은 경선룰은 배제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현재 전북인구는 전체인구의 3.64%인데, 이 지역의 민주당원수는 전체의 17.67%다).

 

정 최고위원 측은 현장 투표의 경우 일반 당원이나 일반 국민은 동원될 가능성이 높으니 당비를 내는 당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의 여론은 여론조사를 통해 더하고, 부족한 부분은 배심원제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측은 "현장 투표와 배심원제, 여론조사 등의 비율은 실무적으로 논의하면 된다"면서도 "슈스케 방식은 전국 총선 경선을 모두 치러야 하는데 그 많은 지역에서 배심제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무적 능력 측면에서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 측은 "지난 전당대회 때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그 600만 표를 찾아오는 방식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 측은 "'완전국민경선제'는 모든 선택권을 국민에게 준다는 것으로 이름은 좋지만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박스떼기의 결과를 낳았다"며 "이것을 안 한다는 명확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고, 이 과정에서 '박스떼기'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 같은 잡음 속에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531만 표 차이로 진 바 있다.

 

이어 손 대표 측은 "기본적으로는 모바일과 인터넷 현장 투표 방식을 섞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대규모로 투표에 참여한다면 일부 부정과 불법이 발생한다고 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슈스케 방식에 대해서는 "국민과 당원을 대표하는 배심원으로서 자격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러한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며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완전국민경선제'-'슈스케' 정치신인에게 유리한 것은?
 

국회의원 경선 방식을 놓고 '완전국민경선제의 조직 동원 가능성 여부', '배심원제의 실효성' 등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 이 밖에 '정치 신인의 유불리' 문제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미국에서도 완전국민경선제를 놓고 현역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 도입되자 중진 의원이 대거 탈락했다"며 "반드시 현역에 유리하다고 볼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완전국민경선제로 가면 호남에서도 물갈이 될 것이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하는 걸 봐도 국민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세균 최고위원 측은 "'완전국민'이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 투표하러 나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결국 조직이 동원될 텐데 감시를 한다해도 이를 일일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정치신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정치 신인은 "완전국민경선제는 과거 경험을 볼 때 정당 지지자 중심인 동원 경선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상대적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역위원장의 기득권을 더 강화시키는 쪽으로 갈 수 있다"며 "정치신인에게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미흡하긴 하지만 배심원제를 도입한 슈스케 방식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립파인 한 개혁특위 위원은 "완전국민경선제로 하면 현역 국회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지구당 조직 가동을 통해 기득권 층에게 유리하다, 슈스케 방식을 하지 않으면 현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위내에서 (국회의원 선출 시) 슈스케 방식이 완전국민경선제에 약간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본 한 당직자는 "슈스케보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지지하는 쪽이 좀 더 많다"며 "지역별 인구 비례 보정은 찬성하는 쪽이 다수"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이견 속에 '합의 처리'가 원칙인 경선룰이 쉽게 확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최고위원 측은 "계파별로 각기 입장이 달라 개혁특위 안이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기는 어렵다"며 "야권연대와 통합의 흐름이 있는데 그 부분을 고려하는 행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 측 역시 "통합과 연대를 감안한 당 개혁특위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연대·통합의 기틀이 짜여진 9월이나 10월은 돼야 단일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당 개혁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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