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코에 땀 송송 솟아가며 외출했다가 송어를 사가지고 왔어요. 물 좋다고 막 우기는 아주머니 덕분에 흔쾌히 사와서는 이걸로 뭘 할까 고민을 좀 했답니다. 슈베르트의 '송어' 덕분에 송어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맑고 신선한데 그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서 여름 식탁을 꾸며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저녁은 송어스테이크야!'하고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답니다.

송어스테이크
 송어스테이크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적당히 잘 다듬어진 송어 한 팩을 3000원에 구입했고 나머지 재료는 집에 있는 걸 쓰기로 했어요. 자고로 요리란 쉽고 간편해야 하니까요. 냉장고 뒤져서 나온 각종 야채들을 씻어놓고 송어에 칼집을 내줍니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했어요. 지난해에 만들어서 요즘 한창 열심히 타 먹고 있는 매실농축액을 송어 표면에 살짝 발랐어요. 설탕 대신이기도 하고 매실이 생선과 궁합이 잘 맞다고도 하더군요.

집에 있는 야채를 이용하고 송어를 먹기좋은 크기로 적당히 준비한다
▲ 송어스테이크 재료 집에 있는 야채를 이용하고 송어를 먹기좋은 크기로 적당히 준비한다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송어에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 송어 밑간 하기 송어에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알고 보니 송어는 좀 섬세한 물고기 더라고요. 추운 겨울이면 송어는 몸이 움츠러들어서 몸의 10%정도는 줄어든다고 해요. 겨울에 송어는 물바닥의 돌밑에 은신한 채 꼼짝을 않는다고 해요. 그냥 밤에 잠깐 먹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일 뿐, 그 자세 그대로 겨울을 지내는 거죠. 그나마 필요한 에너지는 여름에 몸속에 비축한 지방으로 충당하고요.

눈물겨운 노력으로 몸을 줄여 겨울을 난 어린 송어는 봄이 오면 왕성한 식욕을 그제서야 발산한대요. 하지만 그 가운데 몸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나서 10달 쯤 뒤에는 사망할 수도 있는 슬픈 숙명을 가지고서요.

또 하나 더 재밌는 송어 이야기도 있어요. 브라운송어(brown traut)라는 어종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기억하는 생선이래요. 강물의 냄새를 통해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진다고 하네요. 냄새로 자신이 살던 곳을 기억하고 찾을뿐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을 눈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고 해요. 물고기에게도 영역에 대한 개념이 있다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이제 고기에 밑간이 어느 정도 밴 것 같으니 올리브유로 달군 팬에 마늘을 살짝볶았어요. 주방 안에 여름 마늘향이 그윽하네요. 소금에 재워 둔 송어를 그 기름에다 앞뒷면으로 살짝 익혔어요. 그리고 송어가 반 정도 익을 때쯤, 집에 있는 채소 아무거나 둘러놓고 볶았어요. 저는 집에서 키우던 로즈마리를 두 세 줄기 따서 송어 위에 얹어봤어요. '창가의 농부'가 되서 아침저녁으로 허브와 채소 모종들을 햇살 아래로 옮기느라 바빴던 보람이 느껴지네요.

생선 요리에 사용하면 그윽한 풍미를 주는 허브.
▲ 로즈마리 생선 요리에 사용하면 그윽한 풍미를 주는 허브.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자, 채소가 적당히 볶였네요. 남은 소주나 맛술이 있으면 송어와 야채 위에 살짝 둘러서 뿌려줍니다. 저는 먹다 남은 화이트와인이 있어서 이때다 하고 넣어봤어요. 뚜껑을 덮고 그윽한 로즈마리의 향이 송어에 배도록 1분 정도만 더 익혀주었고요.

반쯤 익힌 송어 옆에다 채소를 둘러 살짝 볶는다. 채소가 살짝 익으면 맛술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다시 1분 쯤 익힌다.
▲ 익힌 송어에 채소 곁들여 볶기 반쯤 익힌 송어 옆에다 채소를 둘러 살짝 볶는다. 채소가 살짝 익으면 맛술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다시 1분 쯤 익힌다.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아, 너무 맛나네요. 보들하니 송어의 속살도 맛있지만 익힌 토마토가 이렇게 맛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새큼하게 다가온 첫 맛, 쌉쌀하게 물컹한 식감을 지나서 마지막엔 달큼함이 언뜻 스치네요. 여름날의 향기가 입안 가득합니다. 조금 남은 화이트 와인으로 입안을 적시고 보들한 송어를 또 한 입 먹어봅니다.

너무 간단하지만 근사한 한 접시, 어떠신가요?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내는 맛집이라 한들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까진 주지 않으니까요. 즐거운 여름, 맛난 음식 만들어 드시며 행복하게 보내세요.

송어 스테이크.
 송어 스테이크.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송어 스테이크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송어 스테이크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송어스테이크
 송어스테이크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태그:#송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