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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희는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싸우는 노농 홍군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군대지요."

다섯 권으로 된 소설 <대장정>(웨이웨이 글, 선야오이 그림, 송춘남 옮김, 보리, 2011)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글귀입니다. 홍군이 마을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말이지요. 이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진보신당 당원인 나는, 또 우리는 사람들한테 진보신당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368일 동안 벌어진 중국 대장정을 소설과 그림으로 엮어서 만든 책입니다. 지금 진보신당 상황과 겹쳐지는 내용들이 많아서 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금세 읽을 수 있었습니다.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소설 대장정 368일 동안 벌어진 중국 대장정을 소설과 그림으로 엮어서 만든 책입니다. 지금 진보신당 상황과 겹쳐지는 내용들이 많아서 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금세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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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보신당 때문에,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고 있는 내 마음이 참 시끄럽습니다. 며칠 동안 몇몇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당 돌아가는 일에 신경 쓰지 못하고 지내다가 저 내용을 신문에서 처음으로 보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진보진영 연석회의 어쩌고 하지만 실은 민주노동당과 합친다는 것과 같은 말로 들렸으니까요.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던 2008년 그때가 새삼 떠오르면서 두려움과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당이 쪼개지는 건가, 정말로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겪어야 하는 건가!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서 당 게시판 이곳저곳을 서둘러 살펴봅니다. 중앙도, 지역도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2008년 3월부터 함께해 온 지역 당원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장 열심히 뛰어왔던 그이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아파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어떻게든 갈피를 잡아야겠는데, 저도 모자란 사람인지라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소설 <대정정>을 펼쳐든 것은 이 책에서라도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애달픈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사람 웨이웨이가 쓴 글과 선야오이가 그린 그림이 함께 담겨 있는 책이었지요. 다섯 권이나 되는데도 내 심정과 맞닿는 이야기가 많아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장정처럼 농민이 주체인 혁명전쟁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가? 역사 속에 그 답이 있다. 장정은 근대 무산 계급이 이끌었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영혼으로 삼은 중국 공산당이 그 대변자 노릇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웨이웨이가 서문에 쓴 글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자연스럽게, 또는 어쩔 수 없이 진보신당이랑 견주게 됩니다. 나는, 진보신당은 과연 어떤 가치를 내걸고 지금까지 달려왔을까? 뚜렷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런 정도는 말할 수 있겠네요.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고 있는 내 사상의 바탕에는 분명 맑시즘이 크게 자리하고 있노라고.

무기 들고, 짐 들고 행군을 시작하는 홍군 모습입니다. 소설 <대장정>에는 이처럼 대장정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 많습니다. 힘든 길 떠나는 걸음인데도 밝고 활기찬 모습이 참 보기 좋고, 그 열정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 대장정을 시작한 홍군 무기 들고, 짐 들고 행군을 시작하는 홍군 모습입니다. 소설 <대장정>에는 이처럼 대장정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 많습니다. 힘든 길 떠나는 걸음인데도 밝고 활기찬 모습이 참 보기 좋고, 그 열정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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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줄로만 된 다리를 기어서 건너는 장면입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저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을 홍군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무엇이 그이들을 저 험한 길로 이끌 수 있었을까요?
▲ 강을 건너는 홍군 철사줄로만 된 다리를 기어서 건너는 장면입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저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을 홍군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무엇이 그이들을 저 험한 길로 이끌 수 있었을까요?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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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어우러진 대장정 이야기를 읽어 가는데 반가운 낱말이 보입니다. 바로 '당원 동지'라는 말이지요. 당원들끼리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씩 썼던 이 표현, 감히 다른 데서는 꺼낼 수조차 없던 '당원 동지'라는 말이 책 곳곳에서 나오니 마치 내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반갑기만 합니다. 하지만 반가움은 거기까지입니다. 8만 명 넘던 홍군이 7천 명으로 줄기까지 수많은 중국공산당 당원 동지들이 걸어간 그 길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기가 막혔니까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대체 무슨 힘이 저들을 이끌 수 있었지? 고작 칠십 몇 년 전에 벌어진 대장정 이야기를 보면서 소름도 끼치고, 그럼에도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고. 온갖 감상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다가는 조금 다른 뜻에서 '반가운(?)' 대목을 만났습니다. 북진을 하려는 마오쩌둥과 4방면군을 이끄는 장궈타오가 갈등하는 부분이지요.

"4방면군 동지들이 남하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어요. 일 년도 못 돼 다시 돌아올 겁니다. 우리는 한 걸음 먼저 갈 뿐이지요. (…) 1․4방면군이 헤어지고 장궈타오 동지가 남하했기 때문에 중국 혁명은 심각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결같이 뭉치고 정확하게 부대를 이끌면 반드시 적을 이기고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을 치르면서 행군하는 시기에 벌어진 갈등이니 그 심각성이 오죽했을까요? 내가 상상도 못 할 상황일진데도, 마오쩌둥이 한 저 말만큼은 참 와 닿았습니다. 지금 진보신당 처지랑 왠지 들어맞는 것 같았거든요. 은근히 힘도 났습니다. '진보신당이 흔들리고 있다지만 당원들이 나서서 한결같이 뭉치고 정확하게 걸어간다면 반드시 진보신당을 살릴 수 있을 거다.' 대장정이랑 진보신당을 겹쳐서 생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이렇게라도 감정이입을 해야만 살 것 같았나 봅니다.      

2012년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 모여서 만든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에 저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을 벌이는 보수 정당들 행동과 결코 다르지 않은 행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라고요? 2012년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 모여서 만든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에 저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을 벌이는 보수 정당들 행동과 결코 다르지 않은 행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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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아래부터 합의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바라본 2008년 분당 사태. 그때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가진 한계와 폐해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내가 민주노동당과 다른 정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깨달아지니 민주노동당 나올 결심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진보신당 첫 걸음에 함께했지요.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2008년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민주노동당과 다시 함께 하겠다니요. 우린 서로 정치 견해가 다른 정당 아니었던가요?

우리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시민사회의 열망에 부응하고, 2012년 총선, 대선의 승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의 대안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2011년 9월까지 아래와 같은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는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

합의문 맨 첫 문장입니다. 2012년 총선, 대선 승리가 이 합의문이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 줍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합의문에서는 2012년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저 선거연합을 목적으로 정견이 다른 정당끼리 합친다는 말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을 벌이는 보수 정당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만들어진 합의문인 거지요.

이 책에는 곳곳에서 긴급회의를 여는 내용이 나옵니다. 회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도 많지요. 저우언라이, 마오쩌둥, 주더처럼 그나마 익숙한 얼굴들을 세밀한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진보신당 안에서 회의할 때 풍경이랑 가끔 견주어 보기도 하면서요.
▲ 그림으로 만나는 저우언라이, 마오쩌둥, 주더 이 책에는 곳곳에서 긴급회의를 여는 내용이 나옵니다. 회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도 많지요. 저우언라이, 마오쩌둥, 주더처럼 그나마 익숙한 얼굴들을 세밀한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진보신당 안에서 회의할 때 풍경이랑 가끔 견주어 보기도 하면서요.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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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궈타오 문제를 토론하는 회의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 속 회의를 두고 소설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로 팽팽하게 맞서 숨 가쁘게 진행된 회의도 아니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가시 박힌 말로 마음을 후벼 파는 회의도 아니었다. 담담하고 따분하기만 한 그런 맨송맨송한 회의는 더더욱 아니었다. 오늘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싸웠다.'
▲ 자기 자신과 싸우는 회의 장궈타오 문제를 토론하는 회의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 속 회의를 두고 소설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로 팽팽하게 맞서 숨 가쁘게 진행된 회의도 아니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가시 박힌 말로 마음을 후벼 파는 회의도 아니었다. 담담하고 따분하기만 한 그런 맨송맨송한 회의는 더더욱 아니었다. 오늘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싸웠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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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성을 앞세워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썼다. 이성과 감정이, 당에 대한 충성심과 당한 만큼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힘과 치미는 울화가 뒤섞여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서로 팽팽하게 맞서 숨 가쁘게 진행된 회의도 아니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가시 박힌 말로 마음을 후벼 파는 회의도 아니었다. 담담하고 따분하기만 한 그런 맨송맨송한 회의는 더더욱 아니었다. 오늘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싸웠다.

장궈타오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회의 장면을 묘사한 글입니다. 지금 내 마음과 너무나 닮아서 밑줄 쫙 긋고 별표까지 그려 넣었습니다. 어느새 내 마음은 2008년 그때로 돌아갑니다.

민주노동당 분당 뒤로 탈당한 사람들 가운데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상처받은 마음과 지쳐버린 맨 몸으로 시작해서, 몇몇 당원들 뜻 모아 사무실을 열어 개소식도 하고,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을 벗고 '당원협의회'로 거듭나고 있는 지금. 위원장도 없이, 공동간사들로만 구성되었던 조직을 벗고, 공동대표단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지금, 마음이 참 흐뭇하게 시려옵니다.  

2008년 11월, '진보신당 은평구 당원협의회' 총회를 준비하면서 제가 남겼던 글입니다. 그때부터 여러 당원들과 울고 웃으면서 3년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동안 제가 찍어 논 사진만 해도 몇 천 장이 넘습니다. 많이 모자라지만, 맨 땅에 헤딩하는데 이 정도 어려움은 당연한 거겠지 하면서 힘들면서도 참으로 보람되게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실패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은데 진보신당 여기저기서 자꾸만 우리가 걸어온 길이 실패라고 규정을 합니다. 그러니 나도 자꾸만 울화가 치밉니다.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상처받은 마음과 지쳐버린 맨 몸으로 시작해서, 몇몇 당원들 뜻 모아 사무실을 열어 개소식도 하고, 드디어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을 벗고 '당원협의회'로 거듭나던 2008년 그때가 떠오릅니다. 참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 웹자보를 만들면서도 얼마나 가슴설레었는지 모릅니다.
▲ 맨 몸으로 시작한 진보신당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상처받은 마음과 지쳐버린 맨 몸으로 시작해서, 몇몇 당원들 뜻 모아 사무실을 열어 개소식도 하고, 드디어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을 벗고 '당원협의회'로 거듭나던 2008년 그때가 떠오릅니다. 참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 웹자보를 만들면서도 얼마나 가슴설레었는지 모릅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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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장정>에서 왕쟈상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와 장궈타오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은 전략이 달라서 만이 아니라 노선이 달라서 생긴 것입니다."

저 글을 읽고 있자니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래, 지금 합의문에 찬성하는 당원들은 나랑 노선이 다른가 보다. 정치적 노선이 다르면 같이 갈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여전히 속이 시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마오쩌둥이 하는 말을 보게 됩니다. 마음이 금세, 기다렸다는 듯이 달라집니다.

"지금 우리가 장궈타오 동지하고 벌이는 투쟁은 역시 당내 투쟁입니다. 앞으로 그가 중앙을 따를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형편에 우리가 당장 결론을 내리고 최후통첩을 보내야 할까요? (…) 아닙니다. 우리는 되도록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우리 쪽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아, 다시금 욕심이, 열망이 일어납니다. 합의문은 잘못된 것이니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열심히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아가 보자고 이 당원, 저 당원 붙잡고 설득하고만 싶습니다. 지금 앞장서서 진보신당을, 진보신당 당원들을 흔들고 있는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 세 분 발목이라도 붙잡고 눈물로 호소해 보고도 싶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직장에 매여 사는 평당원한테는 그럴만한 시간도, 방법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대표직에 출마하면서 "지금 진보신당에 가장 절박한 것은 가난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 말을 한 지 1년도 안 된 지금, 조 대표는 자기가 했던 말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 가난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겠다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지난해 9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대표직에 출마하면서 "지금 진보신당에 가장 절박한 것은 가난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 말을 한 지 1년도 안 된 지금, 조 대표는 자기가 했던 말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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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진보정당 창당에 나설 때 우리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 우리는 이런저런 정치집단의 힘을 빌려오고, 유권자를 현혹할 그럴듯한 말과 차림새를 가다듬고, 선거에 이기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실 정치에서 이런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정치 전술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우리의 정치 목적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있을 곳에 있지 않고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 누군가가 제게 진보신당에게 가장 절박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가난한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답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대표직에 출마하면서 썼던 글입니다. 저 글을 보면서 참 든든하고 행복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이한테 표를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된 지금, 그이는 자기가 쓴 글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기회만 있다면 조 대표님께 애타는 이 마음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합의문이 '이런저런 정치집단의 힘을 빌려오고, 유권자를 현혹할 그럴듯한 말과 차림새를 가다듬고, 선거에 이기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가난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려는' 절박한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요? 저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제대로 현혹이라도 시켜 주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가 될까 봐 합의문에 반대하는 이 마음을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이 현실이, 누구보다 열심히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아온 당원 동지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기가 정말로 힘이 들고 아픕니다. 제가 진보신당 지도자로 믿고 응원해 온 조승수 대표님, 이런 제 마음이 들리시나요?"

마오쩌둥이 당 지도부 앞에서 홍군이 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장면입니다. 진지하고도 흐뭇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 얼굴이 인상깊습니다.
▲ 마오쩌둥이 이끄는 지도부 회의 모습 마오쩌둥이 당 지도부 앞에서 홍군이 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장면입니다. 진지하고도 흐뭇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 얼굴이 인상깊습니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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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장정> 끝 장면에 나오는, 긴 대장정을 마친 중국 공산당 당원들 얼굴입니다. 이들을 앞에 두고 마오쩌둥은 힘차게 연설합니다. "동지들, 살아남은 칠천 명은 혁명의 씨앗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민은 우리의 어머니이고 우리를 길러 준 땅입니다. 씨앗이 이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혁명은 수천수만 인민을 위한 일입니다. 그 어떤 적들도 우리 혁명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살아남은 칠천 명은 혁명의 씨앗입니다 소설 <대장정> 끝 장면에 나오는, 긴 대장정을 마친 중국 공산당 당원들 얼굴입니다. 이들을 앞에 두고 마오쩌둥은 힘차게 연설합니다. "동지들, 살아남은 칠천 명은 혁명의 씨앗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민은 우리의 어머니이고 우리를 길러 준 땅입니다. 씨앗이 이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혁명은 수천수만 인민을 위한 일입니다. 그 어떤 적들도 우리 혁명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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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깊이 새겨 둔 글이 있습니다.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꿈이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한 꿈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꿈이라고 말입니다.
- 루쉰,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 때, 저 말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면서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아갈 힘을 얻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대장정에 나선 홍군이 그랬듯이 가난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싸우는 '진보신당' 당원으로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진보신당이 저한테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는,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당원 동지들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 마음조차도 꿈일 거라고요? 그래도 제. 발. 저를 말리진 말아 주세요. 이 꿈마저 없으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거든요.


태그:#대장정, #진보신당, #조승수, #노회찬,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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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타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해요. 자연, 문화, 예술, 여성, 노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산골살이 작은 행복을 담은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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