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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양화(陽畫)사진은 필름에 피사체의 색채나 톤이 실제의 피사체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어로는 'positive film'이라 표기하지요. 글 써 먹고사는 '쓰새' 언니 변지혜와 사진으로 먹고 살길 소망하는 사진학과 '찍새' 변지윤은 자매애로 뭉쳐, [변자매의 양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순간이! 자칫하면 지나치고 말았을 아름다운 무언가를, 선명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사진으로 담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말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푸른 하늘 으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에는 '파란 하늘' '푸른 하늘'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때 그 시절에는 파아란 하늘 아래서 뛰노는 일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즐거웠습니다. 하늘빛이 어스름으로 변하면 손에 묻은 흙 탁탁 털고 일어나며 내일을 기약하곤 했죠.

시간은 잘도 흘러 내면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20대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어릴 적 꿈꾸었던 나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채 자라지 않은 어린 아이 하나 가슴 안에 둔 채 서투른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집과 직장만을 오가다 보면, 오가는 차 안에서조차 스마트폰과 마주하다 보면 바깥 하늘빛이 파란지 우중충한지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습니다. 파아랗고 맑은 하늘, 마음을 개운하게 씻어줄 것만 같은 하늘. 동요에 나오던 그 하늘은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언제나 그 곳에 있는 하늘
 언제나 그 곳에 있는 하늘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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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만 같은 새파란 하늘이 그리워졌습니다.

파스텔로 그려놓은듯한 하늘
 파스텔로 그려놓은듯한 하늘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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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인생이 만화영화, 혹은 동화처럼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인생은 드라마 같고 뉴스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 슬퍼졌습니다. 20대 후반이면 내가 원하던 인생을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의 저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긴 터널 속에 서 있습니다. 나의 상황이나 환경을 탓할 일이 아니란 것을 너무도 잘 압니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는 것도요.

실내에서만 오래 생활하다보면 고인 물처럼 되기 십상입니다. 밖으로 나가 하늘과 마주하며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을 감상해봅니다. 달리는 말 채찍질하듯 살아온 것은 아닐까, 잠시 모든 것을 내려두고 호흡하며 마음 안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봅니다.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에서 본 환상적인 하늘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에서 본 환상적인 하늘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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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호수에 비친 하늘
 남이섬 호수에 비친 하늘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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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의 하늘은 없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변하는 하늘의 모습처럼 나 자신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겠지요. 파아란 하늘이 어스름 가득한 하늘이 되고, 캄캄한 하늘이 다시 밝아지면서 새로운 날이 찾아오겠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잠시 짬을 내 창밖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실 당신의 시선 너머 하늘은 어떤 빛깔일지요.

햇살 가득 하늘
 햇살 가득 하늘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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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변자매의 양화, #하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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