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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수사기능 폐지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자, 여당 내에서 반발과 수긍 등 엇갈린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일단 신중론이다.

 

'새로운 한나라'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7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경찰 개혁을 강조했으며, 당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도 '검찰 중수부 폐지 문제를 검토해야 하고, 공직자 비리 수사처든 상설 특검이든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상기시켰다.

 

정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향해 "청와대는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했던 검찰 개혁안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얘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검찰 편을 들면서 당에게 얘기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중수부의 존치 여부는 검찰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어떤 조직을 두고 그 조직에서 어떤 업무를 관장하느냐 하는, 조직의 구조 내지는 분장 사항에 관한 문제이니 그것은 정부 쪽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며 "국회에서 그런 부분까지도 세세히 챙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행정부가 갖고 있었던 기본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거수기 역할 않겠다"던 쇄신파 시험대에 올라

 

김 총리는 이어 "검찰에 여러 불평·불만이 있는 걸 알지만, 그런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며 "중수부를 둘 것이냐 말 것이냐,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는 행정부 내부 조직에 관한 문제이니 행정부에 맡겨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국회가 검찰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불신하고 있는 사법 개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총리가 그걸 불평·불만이라고 표현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총리의 이날 답변 내용은 하루 전 청와대의 중수부 폐지 반대 견해에 '입법부-행정부 독립' 논리를 더해 검찰을 옹호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국회의 입법추진 사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4·27 재보선 패배 뒤 당 개혁과제로 나온 당·정·청 관계의 수평적 변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 의원은 대정부 질문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이렇게 나온다면 당에서도 입법부의 권한인 법 개정을 통해서 확실히 관철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 뜻에 대한 반발은 여당 의원 개인 차원의 움직임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아침 모임을 열었지만 중수부 폐지 문제와 청와대의 반대 표명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전당대회 규칙 개정 문제 등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있어 이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4.27재보선 패배 이후 "더 이상 청와대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쇄신 기치를 들고 나선 쇄신파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의지가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5.6개각 인사청문에서도 당시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쌀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별다른 제동을 걸지 못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검찰 중수부 문제는 정부 조직에 관한 것이어서 입법으로 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사개특위 소위에서 결정된 내용을 갖고 이런 의견이 오가는 것인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서 그 내용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의 말은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청와대 의사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청와대와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당 내 여론 변화에 따라 중수부 폐지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에 대해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청와대의 하수인 노릇하지 말고 국회가 검찰 개혁의 주체로 나서길 주문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제동 걸면 흔들릴 수 밖에"... 49명 중수부 폐지 관련 의총 요구

 

하지만 청와대의 뜻에 동조하는 여당 의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법제도개혁특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주성영 의원은 "지금으로선 여야 합의로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에 별 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아무래도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중수부 폐지 관련 의총 소집 요구 의원
박준선·김옥이·권택기·이진복·김무성·박대해·안효대·강길부·김태원·차명진·허태열·이은재·이정선·이애주·박영아·김광림·조윤선·김학용·권영진·윤상현·손숙미·김금래·강명순·서병수·정옥임·성윤환·김장수·고승덕·배영식·김소남·최경희·정갑윤·나경원·권성동·유기준·정해걸·박보환·이한성·유정현·정의화·신지호·정미경·이윤성·이두아·나성린·김재경·김효재·박민식·김정권
검찰 출신인 박준선 의원을 비롯한 49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조건적인 중수부 폐지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이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본회의장에서 자신을 포함해 의원 49명의 서명을 받은 박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요구서에서 "현재의 사법제도 시스템에서는 금융감독기관, 감사원, 청와대, 정치인 등 권력층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며 "중앙수사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현재의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중앙수사부 폐지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 사개특위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분명 당 내에는 상당한 수의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 분제는 사개특위 위원 몇 명이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의원 49명의 총회 소집 요구가 있는만큼 조만간 의원총회가 열려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미 합의된 검찰소위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만, 한나라당 내 여론 변화가 있으면 중수부 폐지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여야 10명씩 총 20명으로 구성된 사개특위에서 야당 위원들은 전원 중수부 폐지에 찬성 견해를 밝혀 중수부 폐지법안이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여당 내의 여론 흐름이 바뀌면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법사위원회나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하다.   


태그:#중수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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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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