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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항쟁 기념일이 있어서일까요? 오랜 시간 야외 집회에도 부담 없는 초여름의 산뜻한 날씨 때문일까요? 이러나 저러나, 6월은 왠지 모르게 가열찬 투쟁의 달로 기억되곤 합니다. 벌써 며칠째, 광화문에서는 반값등록금 집회도 한창이구요.

6월은 투쟁의 달? 우린 기말고사 보거든요!

6월 4일 광화문 KT 앞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집회
 6월 4일 광화문 KT 앞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집회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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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그게 전부만은 아닙니다. 6월? 기말고사 봅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될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꼭 시험기간이 아니라고 해도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아니겠어요? 우리, 공부하고 싶습니다, 돈 걱정 없이.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했던 정부의 반값등록금 허언이, 우리를 강의실에서 내몰아 거리로 향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는 어렵습니다. 학교 시험만 공부가 아니거든요. 얼마 남지 않은 각종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이도 있고, 고시 공부처럼 장기간 준비해야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 거리에 나가기보다는 지식을 배양하기 위해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자기 공부를 하느라 촛불집회에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철없고, 이기적으로 들리세요? 그동안 대학생들의 어려운 사회적·물적 조건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높아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은 늘 휴강에, 강의실보다는 학생들끼리의 술자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시는 386선배님들 세대로서는 우리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옛날처럼 고학번 선배들이 학교에 오래 남아 세미나도 도와주고 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동맹휴업 총투표는 연간 등록금 1천만원이라는 무지막지한 '기회비용' 앞에서 부결되기 일쑤이고요, 술 사주고 인생 가르쳐 주는 선배는 취업 준비 하느라 바쁘고 힘듭니다. 서로 자기 앞가림 하기 어려운 세상. 그래서 후배들은 그런 선배를 특별히 야속해하지도 않습니다. 나도 곧 저런 선배가 될 테니까.

매일 저녁 5시 광화문 광장에서, 공부합시다!

6월 4일 집회 후, 오연호 대표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뒷풀이 술자리의 모습
 6월 4일 집회 후, 오연호 대표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뒷풀이 술자리의 모습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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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저녁 5시, 광화문 광장에 모일 겁니다. 광화문에 모이면 무슨 '불법 시위'하는 것 아니냐구요? 아뇨, 우린 착한 대학생들인 걸요. 광화문 광장에 돗자리 펴고 앉아서, 책도 읽고 과제도 할 거예요. 구호? 자유발언? 그런 거 없어요. 거기 경찰 아저씨, 우리 공부하는 데 방해나 좀 하지 마세요. 알바 갈 시간 되면 알아서 돗자리 접고 일어날 테니까.

이 아이디어는 4일 반값등록금 집회 후 뒷풀이 술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님이 후원한 술자리에는 <시사IN> 고재열 기자와 방송인 김제동씨도 함께했습니다. 트위터를 보고 대학생 십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오연호 대표님은 "미팅 대열로 앉으라"며 처음 만난 대학생들과의 자연스러운 사교를 주선하셨고요.(!)

일명 '날라리 선배부대'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동참한 방송인 김제동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일명 '날라리 선배부대'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동참한 방송인 김제동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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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점점 발전됐습니다. 그간 선배 부대가 '몸의 양식' 치킨을 보급하여 대학생들을 지원했다면, 이제는 '마음의 양식' 책을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제동씨가 신간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100부, 오연호 대표가 <진보집권플랜>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각 50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5일 광화문 광장에 나오면 누구라도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뒷풀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김제동씨의 자금 출연으로 각 언론사에 반값등록금 광고 게재를 기획 중입니다. 또한 '100인의 키스' 퍼포먼스가 논의되었습니다.

커플 50쌍이 광화문 광장을 나란히 걷다가 경찰의 해산 요구가 있을시 일순간에 키스를 하는 겁니다. 아니, 대한민국은 도대체 연애도 맘대로 못하는 나라냐며(행사가 열리게 되면 오연호 대표님은 사모님과, 김제동씨는 칠순 노모와 뽀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오늘 5시, 저는 광화문 광장에 나갈 겁니다. 돗자리 펴놓고 책 읽을 겁니다. 학생이 공부하겠다는데 뭐라고 하실 분 있어요? 우리, 공부하고 싶습니다, 돈 걱정 없이.

덧붙이는 글 | 광화문 광장 공부모임은 당분간 매일 저녁 5시에 있을 예정입니다. 7시부터는 등록금집회에 합류하든지 알바를 가든지 각자 갈 길 가면 됩니다.


광고 게재나 100인의 키스 퍼포먼스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한국트위터모임 [돈걱정없이공부하고싶당]의 해쉬태그 #halftuition을 달고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태그:#반값등록금, #돈걱정없이공부하고싶당, #광화문광장공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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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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