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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 동성애자입니다. 올 초 재수학원에서 한 친구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그 친구밖에 안보였거든요. 그 아이는 순진하고 연애 경험이 없는 천주교인이에요. 한번 동성애자에 대한 얘기를 해봤는데 좋지 않은 반응이라 포기할까 했다가 포기 못하고 아직까지 혼자 좋아하고 있어요.

정말 보면 계속 웃음나고, 하루종일 생각나고, 모든 일을 그 아이와 연관지어서 생각하고 손만 조금 닿아도 두근두근거리고 꿈도 거의 매일꿔요. 학원에서 매일 그 친구 보러가고 계속 붙어있고 또 제가 정말 잘해줬어요. 다른 애들이 부러워하고 제가 좋아하는 걸 다 알만큼. 그 친구가 아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고 몇 달 전 며칠 동안은 그 친구랑 저랑 사귀는 사이 같이 그렇게 지냈어요. 그 짧은 기간 저는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지냈는데 갑자기 또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하려고 일부러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가고 그랬는데 또 그러니까 그 친구가 저한테 다가오고 그래서 또 제가 다가가면 다시 피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어제도 제가 그 친구를 피하며 아는 척을 안 하니까 그 친구가 제 친구에게 저의 안부를 물으며 많이 걱정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또 그 친구를 반겼는데 다시 피하는 듯 하면서도 피하지 않는 그런 애매한 상황이 됐어요. 그 친구는 제가 삐진 척을 조금만 하면 되게 신경쓰이나 봐요.

그 친구도 제가 좋아서 갈팡질팡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친구로서만 그러는 걸까요. 고백하고 싶은데 그러면 친구로서도 옆에 못 있을까요. 아니면 진심은 통할까요.

 10대 소년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10대 소년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 청년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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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사랑이야기에 저도 참 마음이 설레입니다. 저 역시 님처럼 고등학교 시절 한동안 짝꿍을 짝사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공부도 잘하고, 남자답고, 리더십도 있어 다른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던 친구였습니다. 둘이 너무 편하게 지내서인지 다른 친구들은 부부처럼 보인다고 놀리기도 했지요. 아침에 일찍 오는 순으로 짝꿍을 했던 당시 반년 동안 짝꿍으로 지냈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지요. 지금 기억으론 당시 고백할까 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좋은 추억과 안타까웠던 마음이 섞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그 친구가 대학시절 동안 오래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묘한 감정도 들더라고요.

이렇듯 짝사랑은 지나고 나면 오랜 추억으로 가슴 깊이 남지만, 짝사랑할 당시에는 '어떻게 말할까? 그냥 마음속에 간직할까?' 이런 저런 갈등이 많은 듯합니다. 지금 한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님 역시 마음을 고백할까 말까 고민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님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이 역시 힘든 일이겠지요. 사랑 고백도 힘겨운데 자신의 성정체성까지 고백해야 한다니 아직까진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기란 참 힘들지요.

아마도 님은 상대방이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실 텐데요. 이런 점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대화의 소재 중 하나로 꺼내시면서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상대방의 연애관, 이상형 등에 대해서도 알면 좋겠지요.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생각들 또는 가벼울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소소한 습관 등등. 이런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중을 알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생각도 한번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매력을 느낄 수도 혹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조금은 놀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을 확인한 결과 이 감정이 소중하고, 상대에게 꼭 말하고 싶고 같이 하고 싶다면 정중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셔야 겠죠. 예상치 못한 고백에 생각보다 상대방이 크게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 끝에 이런 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결정하셨다면 이 소중한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도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님이 좋아하는 상대방을 잘 모르는 다른 분에게 이런 속마음을 풀면서 감정을 정리할 수도 있겠고요. 그러면서 친구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죠. 

한편으론 님이 먼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첫사랑과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커밍아웃 했다고 해요. 그리고 첫사랑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약 20년 전 이야기라 당시에는 본인 스스로도 게이 또는 동성애자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도 잘 몰랐던 시기였지요. 자신이 친구들과 좀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사랑 친구에게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꺼내놓았다고 하고요. 지인이 커밍아웃한 친구들과는 고등학교에서 둘도 없이 서로 친하게 지내고, 함께 놀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당시 친구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골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달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혼자 해결하기엔 너무 버거웠고,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첫사랑과는 그 이후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원하는 사랑을 이룬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에게 솔직한 자신을 드러낸 것이죠. 이 이야기는 사랑 고백 전에 친구에게 먼저 자신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서로의 신뢰감을 더욱 굳건히 하여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경우입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주제인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무작정 고백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겠죠. 어떻게 마음을 서로 잘 나눌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선 깊은 고민의 과정이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은 모든 사람을 일생동안 웃고 울게 만들며, 또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과제란 생각이 들어요. 님의 지금 고민도 그런 사랑이 준 과제 중 하나겠지요. 부디 님께서 좋은 해답을 얻길 바랍니다.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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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