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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에게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고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에게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고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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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2일 발표되자마자 역풍에 부딪혔다. 방통위와 SK텔레콤이 앞세운 기본료 1천 원 인하와 문자 메시지 50건 무료 제공이 소비자 기대치에 못 미친 것도 문제지만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폰 맞춤형 요금제와 선불 요금제의 요금 인하 효과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이날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방안에 따른 통신비 경감 효과는 연간 748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기본료 인하 효과가 3120억 원으로 가장 많고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가 2080억 원, 문자 인하 효과가 1770억 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스마트폰 맞춤형 요금제'다.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료나 문자와 달리 스마트폰 이용자로 제한적인 데다 이들의 사용 패턴도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가격 인하 효과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인원 요금제 가입자들이 자신의 사용량에 맞게 최적화해 불필요한 월정액이나 초과 요금을 줄였을 때를 감안해 책정한 것"이라면서 "현재 정액제 가입자들이 내는 초과 금액을 단순 계산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맞춤형 요금제 인하 효과가 연간 2000억 원?

'선택 요금제'란 스마트폰 이용자가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게 음성, 데이터, 문자 이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해 과소비를 줄이고 요금을 아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4만5000원(부가세 제외)을 내는 '올인원45' 요금제 가입자가 음성 기본량을 200분에서 250분(3만6천 원)으로 늘리길 원할 경우 데이터 500MB를 300MB(8천 원)로 줄이고 문자 200건을 없애면 비슷한 요금인 4만4천 원에 쓸 수 있다. 거꾸로 데이터를 1GB(1만5천 원)으로 늘리는 대신 음성을 200분에서 150분(2만8천 원)으로 줄여 4만3천 원에 쓸 수 있다.

다만 음성은 150분, 200분, 250분, 350분, 500분, 650분, 900분 등 7종, 데이터는 100MB, 300MB, 500MB, 1GB, 2GB 등 5종, 문자는 250건, 550건, 1050건 등으로 제한돼 있어 선택 폭이 좁다. 정부 TF 방안에는 미리 개별 이용량을 정해놓지 않고 정해진 금액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절 요금제'도 포함됐지만 이번 SK텔레콤 방안에는 빠졌다. 

SK텔레콤이 2일 발표한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구성도
 SK텔레콤이 2일 발표한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구성도
ⓒ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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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데이터 무제한'이 포함된 월 5만 5천 원 이상을 내는 가입자들에겐 맞춤형이 불리하다. 올인원55 음성 기본량(300분)을 350분(4만 6천원)으로 늘렸을 때 같은 요금 수준에서 '무제한 데이터'를 포기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500MB(1만 원)가 고작이다. 마찬가지로 올인원65 이용자가 400분에서 500분(6만 원)으로 음성을 늘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문자 400건을 포기해도 100MB(5천 원)뿐이다. 

KT에서도 이미 지난해 음성 통화량이 많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위해 데이터 사용량을 음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맞춤 조절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데이터 요금 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또 음성, 데이터 모두 초과 사용량이 없는 정액제 가입자의 경우 이용량 조절을 통해 보다 값싼 요금제로 옮기고 싶어도 단말기 위약금 등에 묶여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 요금 인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같은 액수면 옮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요금 할인 폭 역시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문석 "통신요금 강제 인하로 나머지 방안 관철 어려워져"

한편 이날 정부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팀에서 발표한 통신 요금 인하 방안에는 ▲ 기본료, 가입비, 문자 요금 등 점진적 인하 ▲ 음성, 데이터, 문자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조절요금제 출시 ▲ 청소년 노인계층 등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 ▲ 소량 이용자를 위한 선불요금제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정부는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도 단말기를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화이트리스트 방식(이통사에 식별번호(IMEI)가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통화를 차단하는 방식)을 폐지하는 등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국내 이통3사의 과점적 경쟁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적극적인 요금경쟁보다는 마케팅 위주 경쟁에 치중했다며 오는 7월 등장할 예정인 MVNO(재판매사업자)와 제4이동통신사업자를 활성화를 지원해 통신사간 요금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나머지 인하 방안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가입비, 문자요금 등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황철증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가입비 인하도 검토하겠다"면서도 "'점진적 인하'는 늘 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서 부정적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부 TF가 준비한 15개 방안 중 '통신요금 인하 유도'를 '통신 요금 강제 인하' 방식으로 써 먹었으니 앞으로 14개의 정책방안을 무슨 수로 관철시키려 하는가"고 따졌다.

양 위원은 "사업자들의 협조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처럼 사실상 '폭력'에 가까운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요금 인하 1천원을 강제하고 그 결과 피해는 결국 국민이요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SK텔레콤이 발표한 선불 요금은 10초당 48원에서 45원으로 6.3% 소폭 인하하는 데 그쳤고, 청소년, 노인계층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는 아예 발표되지 않았다.


태그:#통신요금, #방통위, #SK텔레콤, #양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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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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