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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5월 29일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청와대 앞으로 갔던 대학생입니다.

 

등록금 문제로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한 해 300명의 비관자살자들. 등록금 문제는 이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겠지요. 그동안 저희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위해 3보 1배를 하고 삭발을 했습니다. 곳곳에서 학생총회를 통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외쳤습니다. 언론 또한 대학생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조명했습니다.

 

드디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명박 정부더군요. 저희 학교 총학생회장은 3보 1배 시위 건으로 수배를 당하기 시작했으며, 반값등록금은 사실 B학점 이상의 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고 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반값등록금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마련하면서도, 대학생들을 '무한경쟁'의 끈으로 묶어둘까 하는 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의 최대의 고민 아니겠습니까.

 

대학생들을 기만하는 정부에게 우리가 보여줄 건 '정말 절박하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날 대학생들은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으니 사회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달하자며 광화문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청와대로 향했지요.

 

"반값등록금 문제 해결하고, 청년실업 해결하라! MB정권 이 문제를 책임져라!"


얼마 되지 않아 저희는 수많은 제복 입은 경찰 아저씨들로 둘러싸였습니다. 그들은 우리 목소리를 거두고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확성기를 가진 높은 경찰 어르신께서 어린 학생 전경들을 앞에다 세워놓고 시민들한테 이렇게 말했죠. 

 

"지금 이 광화문 광장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나고 있으니 시민들은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기자분들도 위험하니 접근을 삼가십시오."

 

또 우리한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우리들의 행동이 범죄행위라구? 학생들은 경찰의 그런 고압적인 태도에 분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여 명의 친구들 중에서 남자들부터 하나둘씩 연행됐고, 남은 학생들은 계속 청와대 방향으로 전경들과 밀고 밀리며 대치하는 시간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부모님한테 전화한다고? 무서워 죽겠네요 정말

 

"학생들 자꾸 이러면 부모님한테 전화합니다!"

 

엥? 뭐라구요?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그 경찰 아저씨의 표정에서 너무도 진심이 느껴져서 순간 우리가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아, 대학생들을 이렇게 바라보는구나. 정말로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보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 경찰 아저씨는 자식을 그렇게 보시겠지요. 자식이 이런 자리에 나오면 '권리를 위해 싸우는 하나의 성인'이 아니라 '철모르는 아기'라고 생각하겠지요. 부모님한테 전화하세요. 무서워 죽겠네요.

 

그 다음 아저씨의 망언입니다. "에이, 학생들 좀 쉬면서 합시다. 쉬엄쉬엄!"이랍니다. 우리는 너무 마음이 아파 찢겨지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는데, 마치 돈을 받고 고용되어 형식적으로 한다는 듯이 비난하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망언은 계속 터져나왔습니다. 저기 멀리서 선분홍빛 예쁜 사복을 입고 당당히 캠코더로 채증하는 여경이 보입니다. 불법채증이 인권침해라고 학생이 외치자 "개나 소나 인권이라네"라며 비웃었더랬죠. 남자 전경들은 이런 말도 나누더군요.

 

"애들아 아저씨라고 하지 말고 오빠라고 불러."

 

이건 거의 성희롱 수준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등록금 낼 돈 없는 것들이 꼭 이런다" 하는 말을 했습니다. 참다 못한 저는 흙을 털던 신발을 그쪽을 향해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심지어 대학을 갓 졸업했을 법한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주도하는 걸까요. 그들이 정부의 녹을 받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정부가 빨리 바뀌어야 이런 사람들도 자신의 본연의 의무인 '민중의 지팡이'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한테 혼난다'고요? 그래도 우리들은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할 것입니다. 잡히고 또 잡힐수록 더 모여들겠지요. 잡지 못하면 경찰은 채증을 해서 어마어마한 벌금을 때릴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거리로 뛰어들 것입니다. 죽어간 친구들을 위해서,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인생을 위해서요. 우리의 심장은 이미 100℃에서 끓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해경 기자는 숙명여대 학생입니다.


태그:#등록금, #대학생, #한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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