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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도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에 한정된 정책을 펴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31일 <오마이뉴스>·<뉴데일리>·<데일리안> 인터넷 언론 3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처음 한나라당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소득에 비례한 차등 정책을 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합동인터뷰는 각 사가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인터넷 언론들이 합동으로 서울시장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표' 무상급식·반값등록금은 반대, 'MB표' 무상보육은 찬성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단연 '복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무상보육,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은 복지포퓰리즘이 아닌가'라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오 시장은 "최근 한나라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내놓는 안들을 보니 상위 50%는 제외하는 분위기고, 하위 50%도 똑같이 보전해주는 게 아니라 기초 수급자의 경우 80~90%, 차상위 계층은 50%까지 차등화해서 보전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학사관리 강화라든지, 어차피 정리될 대학들이 반값등록금 정책에 의해 회생되는 역기능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이 당정협의를 통해 걸러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모순적인 것은 이처럼 '전면적'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오 시장이 '전면적 무상보육'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 때문에 국가성장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한 오 시장은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보육지원을 하는 것은 전면무상급식보다 (복지우선순위에 있어서) 훨씬 더 상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잠재력 강화를 위해 무상보육을 통해 "하나 낳을 사람들이 둘 낳게 해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성장과 복지의 양립'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 야당이 보편적 복지 화두를 들고 나왔다고 해서 계속 거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표가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정말 알토란같은 성장을 할 때 비로소 바람직한 복지를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며 '복지'보다는 '성장'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양극화 현장이 벌어지면서 힘든 분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 낙오되는 분들을 어떻게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성장의 대열에 동참시키면서 또 다른 성장과 복지를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인지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지금으로선 (한나라당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불출석 6개월... "새로운 정치지형 만들기 위해 장외투쟁 중"

 

이날 인터뷰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인한 '시정운영 차질'과 관련된 질문이 <오마이뉴스>와 <뉴데일리>에서 연이어 나왔다. 지난 2010년 시의회의 무상급식조례 통과 이후 오 시장은 벌써 6개월 가까이 시의회에 불출석하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정이 돌아가야 할 부분이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시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뉴데일리> 기자가 "한강르네상스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사업비가 부족해서 예비비를 쓴다거나, 오 시장이 발의한 조례가 시의회에서 하나도 통과되지 않은 건 충분히 시정 차질로 볼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무상급식이 이슈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시의회의 4분의 3을 점한 민주당 시의회에서 '이러이러한 것은 절대로 예산 통과시켜줄 수 없다'고 결정을 했다"며 "그것(무상급식) 때문에 해야 할 사업이 지장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어 오 시장은 "지난해 연말,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켰을 때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했다, 장외투쟁도 하나의 정치적 행위"라며 자신의 '시의회 불출석'을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비유했다.

 

오 시장은 "지금 저의 행위는 임기 초 6개월 동안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무상급식 조례를 '수의 힘'으로 통과시킨 민주당 시의회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라며 "앞으로 3년 이상 남은 시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의회와 타협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려면 이런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한 고육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쥐가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듯이 시장이 이렇게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걸 한 번은 보여주겠다는 맥락에서 불출석을 시작했다"고 말할 때는 살짝 격앙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복지정책 논의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

 

오는 8월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관련해서도 오 시장은 "160억 원이라는 예산을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선거 때가 되면 정말 뭔가에 홀린 듯이 유권자들에게 베풀고 나눠주는 정책들이 인기를 얻게 될 것인데, 선거 열풍에 휩쓸리지 않는 상태에서 대한민국 복지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가지고 갈 것인가를 놓고 투표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결론이 나든 간에 이 서명운동기간과 투표운동기간을 통해서 (복지정책에 대해) 충분히 사회적으로 숙성된 논의를 할 수 있는 황금과 같은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자평했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모피패션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오 시장은 "물의가 빚어지고 시끄럽게 된 점, 저로서도 죄송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모피쇼, 모피쇼 하는데 수백 가지 아이템 가운데 모피 포함 아이템은 일부"라며 "자꾸 모피 주제 패션쇼처럼 알고 계시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저도 그렇고 서울시 공무원도 그 제안(패션쇼 개최)을 받았을 때 '펜디'라는 회사가 모피로 출발한 회사라는 것을 몰랐다, 펜디 그러면 저도 '펜디 백'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모피회사라는 건 몰랐다"면서 "무식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저도 환경운동을 했고, 모피에 대한 저의 개인적 취향이 썩 호의적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펜디 측에서 이미 초청장도 보내고 전세계적으로 광고를 낸 상황에서 서울시에서는 국제적인 신인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펜디가)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데 모피를 포함한다고 해서 패션쇼가 취소된다면 그것 역시 서울시 신인도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모피쇼' 강행 의사를 밝혔다.

 

민자유치로 만들어진 세빛둥둥섬이 소위 '본전'을 뽑기 위해 부유층을 위한 호화시설이 되지 않겠냐라는 우려와 관련, 오 시장은 "아무리 여유 있는 회사라도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그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이어 "공공성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은 세빛둥둥섬에 대해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시 산하 기관인 SH 공사를 통해 서울시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세훈·오고집·리틀MB 별명... "소통부족에서 온 것, 비판 가슴에 새기겠다"

 

이날도 오 시장은 '대권'에 대해서는 "제 개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일정한 시점이 돼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김문수 경기도 지사를 의식한 듯 "내년 총선을 위해서 마치 지금 당장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도전을 해야 될 것만 같은, 그런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 이야기가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며 "대선에 출마할 사람은 당권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이미 정리가 됐다, 바람직한 방향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인터뷰이니 만큼 '5세훈', '오고집', '리틀 MB'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물었다. 최근 오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으로 '4대강 추진과정에서 보여준 고집스러움'을 꼽은 바 있다. 오 시장 역시 시의회와의 계속되는 충돌, 한강르네상스 추진 과정 등에서 '고집'과 '불통'을 지적받았다.

 

이에 오 시장은 "(이러한 별명들이) 정책 추진과정에서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데 대한 반작용인 것 같다"며 "그런 비판을 가슴에 새기고 그런 비판은 받지 말아야 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강르네상스의 경우,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편익을 고려하면 과연 이것을 오 시장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프로파간다를 만드는데, 토목건설이라고 해서 다 폄하될 일은 아니다, 충분히 정치적으로 숙성된 토론을 거친다면 그런 식의 폄하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현재 오 시장은 '트위터'를 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온라인 소통력'을 묻는 질문에 오 시장은 "트위터는 단문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보다 호흡이 긴 블로그를 통해 제 생각을 알리는 것이 체계적이고 오해의 여지가 없다"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태그:#오세훈, #오세훈 시장, #모피쇼, #주민투표,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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