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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용 발열조끼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여기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방한용 발열조끼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여기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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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여 원의 국민성금으로 납품된 '국군 장병용 발열조끼'에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의류제조업체인 제일피복공업이 지난 4월 대한적십자사에 약 2만4000여 벌의 발열조끼를 납품했지만, 1만4000여 벌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관세청에서는 "그런 의혹이 있어서 지금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배터리 납품업체는 "중국산이 섞여 납품됐다"며 중국산 납품을 인정했다. 하지만 발열조끼 납품업체인 제일피복공업 쪽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중국산 배터리가 팩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국내산으로 둔갑?

지난 1월 KBS가 '국군 장병을 위한 발열조끼 성금 모금' 행사를 벌였다. 이를 위해 KBS는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라는 특별생방송까지 내보냈다. '발열조끼 성금모금' 행사는 김인규 KBS 사장의 직접 지시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제방송' 등 여러 가지 논란에도 2주 동안 모인 성금은 22억1400여만 원. 이 성금은 KBS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건네졌다.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조달청을 통해 '국군장병 지원용 방한발열조끼' 입찰공고를 냈다.

'의류봉제 제조업체'로 제한한 입찰에서 제일피복공업이 낙찰받아 지난 3월 16일 계약을 체결했다. 제일피복공업은 지난해 3월 '상공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은 업체로 관련업계에서는 "조달업계의 공룡"으로 불린다.

제일피복공업은 발열조끼(조끼+발열체+배터리+충전기)를 제작하기 위해 '알아이씨'라는 업체로부터 4월 8일부터 24일까지 약 2만4000여 팩의 배터리를 납품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납품받은 2만4000여 팩의 배터리 가운데 1만4000여 팩이 중국산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리튜마'(배터리팩 제조업체)의 '국내산 배터리팩 납품 증명서'를 보면, 리튜마는 지난 3월 29일과 30일 각각 이스퀘어텍(2차전지 제조업체)과 삼성SDI로부터 9687팩과 1만4873팩 등 총 2만4560팩의 배터리를 납품받았다. 또 4월 25일에는 이스퀘어텍으로부터 30팩을 납품받았다. 이렇게 납품된 배터리는 알아이씨를 거쳐 제일피복공업에 최종 납품됐다.

문제는 이스퀘어텍이 지난 3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배터리를 리튜마에 납품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퀘어텍이 알아이씨에 납품한 배터리 수량은 총 1만4903팩이다. 관세청도 이스퀘어텍이 리튜마에 납품하기 전 중국산 배터리를 수입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것이 국민성금으로 납품된 발열조끼에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입찰 과정에서 "납품하는 배터리의 생산일과 국내산임을 증명하는 납품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제품 사양서에도 "국군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물품으로써 반드시 국내생산"이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국군 장병이 착용할 발열조끼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반드시 국내산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중국산 배터리(cell)가 '팩'(pack)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발열조끼에 사용됐다면 발열조끼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납품과정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이유는 마진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쓸 경우 5배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발열조끼를 군에 납품한 적이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산 배터리팩이 5만 원이라면 중국산 배터리팩은 1만 원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제일피복공업 "대통령에게 보고한 일인데 중국산 쓰겠나?"

리튜마에서 대한적십자에 제출한 '국내산 배터리팩 납품증명서'. 배터리팩을 국내산으로 명시했지만, 그 팩에 들어간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리튜마에서 대한적십자에 제출한 '국내산 배터리팩 납품증명서'. 배터리팩을 국내산으로 명시했지만, 그 팩에 들어간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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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일피복공업의 한 관계자는 "KBS와 대한적십자뿐만 아니라 국정원까지 관여하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일인데 중국산 배터리를 쓸 수 있겠냐?"며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부인했다.

대한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그런 얘기가 있긴 하지만 지난 4월 26일 업체에서 '국내산 증명서'를 다 제출했다"며 "배터리(cell)를 중국에서 수입했다고 하더라도 배터리를 병렬로 연결하는 등의 제작 과정을 거치면 국내산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퀘어텍과 알아이씨의 공장을 현장 방문해 샘플을 채취했다"며 "배터리가 국내산이고 배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달청의 담당자는 "일부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 입찰 초기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배터리팩의 견본을 뜯어보니 국내업체인 이스퀘어텍에서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다만 국내에서 생산됐다가 해외로 수출됐는데 물량이 부족해 다시 수입된 경우는 국내산으로 인정받는다"며 "혹시 그런 경우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스퀘어텍은 납품한 배터리 가운데 중국산이 포함돼 있음을 인정했다. 정성호 이사는 "우리가 배터리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펙(spec)을 가지고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오기도 한다"며 "물량이 부족해 (발열조끼용으로 납품된 배터리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배터리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중국산이긴 하지만 우리는 부품(cell)으로 납품하는 것이어서 중국산(Made in China)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완성품(pack)으로 따져봤을 때 (내부자재의) 중국산 비율이 40 몇%여서 한국산(Made in Korea)으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발열조끼에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의 한 간부는 "발열조끼에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어 지금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언론에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발열조끼에 사용된 배터리가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된 조달청의 담당자는 "이스퀘어텍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수입했고, 이와 관련해 관세청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태그:#발열조끼, #KBS, #대한적십자사, #제일피복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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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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