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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지난 5월 24일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종합대책의 주요골자는 긴급임시조치권 도입과 피해자 보호기반 구축, 피해자 보호명령제 도입 및 경찰의 '피해자 대면권' 인정,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 개선을 통한 가정폭력 재발 방지, 피해자 및 가족보호기능 강화 등이다.

긴급임시조치권은 신고 후 출동한 경찰관이 응급조치(폭력행위 제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피해자 상담소 및 의료기관 인도 등)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범이 우려될 때, 직권으로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포함)를 취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48시간 이내에 검찰에 임시조치 신청해야 함)이다. 피해자 보호명령제는 가해자 격리,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등을 사법절차는 별도로 피해자가 직접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현행의 '임시조치제도'는 경찰이 검사에게 (피해자 보호와 관련) 임시조치를 신청한 후,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집행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결정을 받기까지 통상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그동안 피해자 보호에는 공백이 발생한다. 또, 임시조치를 신청했어도, 가해자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 피해자는 임시조치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여성가족부의 새로운 종합대책은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현행 법률의 사각지대를 일정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당시(1997년) 부터 상당 부분 이미 법률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어떻게 관련 법률의 집행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더욱 절실하다.

 가정폭력의 사회적비용은 2조 821억원으로 추정한 연구결과가 있다.
 가정폭력의 사회적비용은 2조 821억원으로 추정한 연구결과가 있다.
ⓒ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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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 필요

가정폭력에 있어서 가해자가 현장에서 체포될 때 폭력 재발 가능성은 현저히 감소한다.

1980년대 초 미니아폴리스에서는 가정폭력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어떤 조치가 가장 효과적인지 실험(Minneapolis domestic violence experiment) 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체포·중재·격리의 조치를 취한 후, 6개월 뒤에 피해조사와 폭력신고조사를 통해 가정폭력의 재범 정도를 측정했다. 실험결과, 중재나 격리 조치를 받은 가해자는 각각 19%, 24%의 재범률을 보였고, 체포를 당한 가해자는 10%의 재범률을 보였다.

현재 법률에 명문화돼 있는 응급조치, 임시조치, 또 앞으로 마련될 긴급임시조치권은 모두 가해자와의 분리 혹은 격리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체포'와는 다르다.

2010년 여성가족부의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은 하였으나 집안일이니 서로 잘 해결하라며 돌아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0.5%, '집안일이니 둘이서 잘 해결하라며 출동하지 않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7.7%로,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아내의 경험이 6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찰 신고 후 가해자의 폭력 행동이 변화되지 않거나 이전보다 증가된 경우도 61.3%로 매우 높다.

이는 현재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응급조치나 임시조치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임시조치를 통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불응하는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은 없다.

피해자의 보호, 그리고 가정폭력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체포우선주의도입은 가정폭력 '범죄'를 단죄하겠다는 사회적 의지와 실천을 보여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사회를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찰이 피해자와 대면하기 위해 주거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 대면권(주거진입권)'도 권리가 아니라 '의무'로 지정되어야 한다. 체포라는 강력한 조치 없이, 단순히 임시조치 결정기간을 줄이는 '긴급임시조치'의 시행이 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하고, 재범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폭력유형별 가정폭력 발생률
 폭력유형별 가정폭력 발생률
ⓒ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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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사건은 선처벌, 후상담을 원칙으로

경찰 신고 후, 가해자인 남편은 검찰의 기소 혹은 불기소 등의 처분을 받게 되는데, 검사는 가해자의 성품이나 행실에 교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상담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범죄행위이지 성행(성격·행동)의 문제로만 규정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성행의 문제라고 할지라도 이미 성인이 되어 행동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몇십 시간의 상담으로 교정이 힘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 수십 년 먼저 가해자 상담·치료를 시작한 외국에서도 상담의 효과성에 대해 확언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효과적인 것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다.

그럼에도, 가정폭력 가해자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소에 상담결과 '보고 매뉴얼'을 마련, 검찰에 보고하는 것으로 상담을 내실화하겠다는 발상은 아직도 가정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단지 치료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상담결과 불성실 상담자에 대한 수사 재개 검토 활성화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뿐이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최소한 폭력행위를 처벌하는 수준의 '처벌'을 우선적으로 집행해야 하며, 그 이후에 가해자에게 상담 또는 치료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범 방지에 효과적일 것이다.

'가정폭력 상담·지원사례'는 시나리오일 뿐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이 시행되면 가정폭력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시나리오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친정식구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던 남편에 대한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협박하던 남편은 (피해자) 친정엄마의 강력한 처벌 요청에도 검사 수사결과,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가해자는 '행위자 교정치료 프로그램'과 '알콜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성행이 교정되며, 거동이 불편해지도록 폭력을 당한 아내는 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상담을 통해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이들은 부부캠프를 통해 다시 잘 살게 되며, 아내는 직업교육을 수강하며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여성가족부의 이런 시나리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통해서도 대부분 실현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장밋빛 결과'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의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의 관점이라는 것이 '통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폭력도 '상담과 치료'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관점은 여전히 가정폭력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며, 사회적 범죄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에 보도된 건수로 집계한 것만 해도 가정폭력으로 숨진 여성은 74명이나 된다
 언론에 보도된 건수로 집계한 것만 해도 가정폭력으로 숨진 여성은 74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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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주거진입권이 사생활 침해?

일각에서는 이번 종합대책에 포함돼 있는 '긴급임시조치권'이 공권력 과잉이며, 주거진입권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을 통해서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는 것, 혹은 직접 집안에 들어가 피해자를 만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설령 폭력이라 할지라도 집안일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통념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현장을 직접 파악한 경찰이 내리는 결정은 최소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다. 그리고 사건현장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과연 사생활 침해일까. 이것은 혹시 공권력 과잉이나 사생활 침해라는 미명 하에 피해자의 인권을 두 번 짓밟는 것이 되지는 않을까.

이러한 일각의 우려는 가정폭력이 여전히 사소하며,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같은 폭력이라도 그것이 단지 "가족관계에 있는 자"에 의해 발생했다면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옆집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도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생각,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이라도 유지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은 가정폭력 근절을 불가능한 과제로 만든다. 그런 점에 비추어볼 때 이번 종합대책에서 '가정폭력 근절 문화 확산'은 주요 추진과제에서 제외되었으며, 세부 추진 계획은 새롭지도 않고, 구체적이지도 않다. 

전국의 수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24일로 일제히 보도된 정부의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을 보며, 이제 신고만 하면 가정폭력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로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24시간 함께 해야 하는, 극도로 인권침해가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의 시작은 가정폭력이 범죄행위임을 명확히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란희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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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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