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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이 자리한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는 이들은 온순하게 생긴 커다란 개 한 마리와 한 여성을 볼 수 있다. 농사를 짓던 오미정씨, 그녀가 매일 도시락을 싸 들고 서울시청 앞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강공원 세빛둥둥섬에서 6월 2일 개최하는 패션쇼에서 모피쇼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9월 세빛둥둥섬 전면개장을 앞두고 첫번째 국제행사로 다음달 2일 펜디의 패션쇼를 유치하면서 모피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6월 2일 세빛 둥둥섬에서 개최하는 패션쇼에서 모피를 입지 말아달라며  일인 시위중인 오미정씨와 그의 벗 피안
▲ 모피 쇼 중지를 촉구하는 오미정씨와 피안 6월 2일 세빛 둥둥섬에서 개최하는 패션쇼에서 모피를 입지 말아달라며 일인 시위중인 오미정씨와 그의 벗 피안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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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피쇼를 해선 안 된다고 일인시위 중이신데요. 혹시 동물보호단체 실무자세요?
"아뇨. 전  얼마 전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어요. 동물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모피에 대해서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몰라요. 인터넷을 사용한 지도 6개월 정도 밖에 안 돼요. 2월인가 우연히 '동물보호협회'라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시키는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제가 의심이 좀 많거든요. 그래서 여기 저기 정보를 찾아보니 믿을 만한 곳이더라고요. 거기서 뻥돌이 라는 유기견 기사와 사진을 처음 봤어요.

뻥돌이를 본 순간 만날 운명이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뻥돌이를 데려와 잠시 돌봐주고 있어요. 동물을 사랑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겨야 모피의 질이 좋다면서 살아있는 동물의 생가죽을 벗기는 걸 보고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전 이런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요. 사람이라면 법으로 보호 받기도 하고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나서서 함께 해 줄 테니 나서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동물들은 자기들을 보호해 줄 법도 없고, 사람의 말도 못하니 항의도 못하잖아요. 힘 없는 동물을 학대하는 반 인간적인 행동을 저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여기 서 있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어? 모피 쇼 안 한다고 했는데...' 그러더라고요. 시민들은 서울시가 모피쇼를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난 13일에 모피쇼를 취소하겠다고 하고는 23일에 슬쩍 모피쇼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잖아요. 제 생각으론 여론을 분산시키기 위해 작전을 짠 것처럼 보여요. 좀 잠잠해지니 모피쇼를 다시 하겠다고 한 건데 사람들은 취소한 것으로 알잖아요. 동물이 살아있을 때 생으로 가죽을 벗기고 그 가죽으로 만든 모피를 입고 패션쇼를 하겠다니 말이 되나요? 세계적으로 망신살 뻗칠 일이지요."

ⓒ 펜디 한강 패션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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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씨는 인터넷을 뒤지고 법을 꼼꼼하게 챙겨 공부를 해가며 탄원서와 서한을 넣었다. 지난 5월 16일 미정씨는 지방자치법 169조에 따라 상위기관인 청와대에 서울시의 부당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탄원서를 넣었다.

"지방자치법 169조 1항은  '감독청이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시정 명령한 후 지자체장이 이에 불응 시 감독청의 직접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서울시의 상급 기관이 청와대잖아요. 그래서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냈어요. 하도 답변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안내 음성메시지만 나오는 거예요. 우여곡절 끝에 연결이 되었는데 국민권익위원회로 안이 넘어갔다며 처리 기간이 2~3주 걸린다고 하더군요. 6월 2일이면 패션쇼를 하는데 너무 늦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항의할 거예요."

미정씨는 7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피안이라는 개를 늘 데리고 다닌다. 한집에 살며 미정씨 어머니와 형님 아우 한다는 분이 사진도 찍어주고 물리적인 협박이나 폭력으로부터 미정씨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피안이가 빵과 우유를 참 좋아해요. 제가 빵과 우유를 사서 우유를 따라 줬어요. 그랬더니 글쎄 미정씨 가방을 입으로 열어 돈을 꺼내서 제 무릎에 놓는 거예요. 빵과 우윳값이라는 거죠. 얼마 전 유기견 뻥돌이를 데려왔는데 '관음아 관음아' 하면서 얼마나 챙기는지 동생 돌보듯이 한다니까요. 그것을 보면서 여기 와서 항의한다는 걸 말릴 수는 없더라고요."

모피쇼는 그대로 할 텐데 언제까지 시위를 할 생각이냐고 묻자 미정씨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모피쇼만 빼고 다른 품목으로 패션쇼 하면 돼요. 오세훈 시장님은 모피쇼처럼 시민들이 혐오하는 일을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인간적으로 모욕당하고 무시 당했어요. 헌법 제 1조에 보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잖아요. 오세훈 시장님이 주권을 지닌 국민인 저를 이렇게 무시하고 있으니 끝까지 따라다니며 항의할 참입니다. 모피쇼를 하는 야만적 행위를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인들도 볼 수 있도록 할 거고요."

▲ 오미정씨 오세훈 시장에게 모피 쇼 중지를 촉구하는 오미정씨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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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정씨는 아침부터 시청 앞 길에 나와 모피쇼 중단을 촉구하는 일인 시위를 벌인 후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미정씨는 자신은 결코 별난 사람이 아니라며 법이 없어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을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이  상식적으로 들어봐도  모피쇼를 중지하라는 그녀의 말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부산 여자 오미정(35)씨는...
정신장애가 있는 오빠를 돌보고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어머니 소송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을 하게 되었고 동물사랑실천협회(http://www.fromcare.org/main/)에 올려진 유기견 뻥돌이를 통해서 우연히 모피를 얻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 잔혹한 동물학살 장면을 보고  법이 없어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들을 대신해 서울 시청 앞 길에서 동물을 끔찍하게 살해해 얻는 모피를 입고 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시위를 지난 23일부터 하고 있다.


태그:#모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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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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