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님들이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발우 -경주 기람사 선방에서-
 스님들이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발우 -경주 기람사 선방에서-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만병은 자구입(모든 병은 자고로 입을 통해서 들어온다)이라는 말이나, 밥이 보약이라 말 모두가 먹을거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 역시 삶에 있어 음식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인생에 있어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욕심들, 수많은 욕심들 중에서 순위를 꼽으라면 으뜸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식욕입니다. 음식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욕심이기도 하지만 존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니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사찰음식의 대명사 '선재스님'

선재스님이라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먼발치에서나마 처음으로 직접 뵌 것은 8년 전인 2003년 5월 18일,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 팀이 평택을 지나 안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였습니다. 그때도 선재스님께서는 먹을거리를 챙겨오셨었습니다. 모시적삼만큼이나 시원해 보이는 대나무바구니에 몇 가지 간식과 차가 담겨 있었습니다.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 선재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5-18 / 1,7000원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 선재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5-18 / 1,7000원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뭇 생명을 살리겠다는 서원으로 오뉴월의 산하를 감동시키던 삼보일배팀, 한 달이 훌쩍 넘는 장도에 그 삼보일배팀이 기진맥진해지고 노곤해 질 때쯤 공양된 선재스님의 음식은 피로회복제가 되고 원기충천의 불로초가 되는 듯보였습니다.   

그 선재스님, 사찰음식의 대명사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고, 파김치처럼 노곤해 보였던 삼보일배를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오아시스 물이라도 마신 듯 가뿐해 보이게 하던 음식을 제공해 주었던 선재스님이 당신이 사는 이야기와 사찰음식을 조물조물 버무린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선재스님이 쓰고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은 그냥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 정도를 안내해주는 음식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출가수행자인 선재스님이 음식을 하게 된 배경, 음식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이나 체득한 내용들이 살캉살캉 씹혀 맛이 있으면서도 식감이 살아있는 내용입니다.

살캉살캉 씹히는 식감뿐 아니라 달콤, 새콤, 쌉싸래함은 물론 짭쪼롬하면서도 왠지 싱거우면서도 텁텁한 듯한 맛이 묵은 된장을 끓일 때처럼 깊은 맛으로 우러납니다. 

1년 시한부 생명의 절박함으로 빗어낸 사찰음식들

20년 전, 간경화로 1년이라는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절박함에서 시작한 선재스님의 음식은 그 자체가 입에는 쓰지만 몸을 좋게 하는 고행 같은 약이었으며 임상이었을 겁니다. 절박함에서 출발한 절실함은 어떤 채찍보다도 강한 욕구와 간절함으로 이어졌고, 그 간절함은 건강을 추스르고, 몸을 이롭게 하는 음식을 찾아내 완성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을 겁니다. 

사실 나는 달변가는 아니다. 하지만 음식 앞에서는 말이 술술 나온다. 음식이 병을 만들기도 하고 낫게도 하는, 생명을 살리는 원천임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건강과 아울러 성격과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에 음식을 앞에 두면 저절로 수많은 이야기가 샘솟는다. -122-

음식이 가지는 의미, 음식 재료가 내포한 가치, 음식이 내는 맛이 두르고 있는 효과와 역할까지도 두루두루 섭렵해 깍두기를 썰듯, 산채 나물을 무치듯 조물조물 무쳤으니 얕은듯하지만 우러나고, 싱거운듯하지만 간간한 내용이 꾸러미로 역인 두릅처럼 주렁주렁합니다. 

사찰음식의 대명사인 선재스님이 쓴 책이니 언뜻 사찰요리를 안내하거나 조리방법만을 역은 요리책으로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요리책이라기보다는 사는 이야기로 간을 하고, 출가 수행자가 염불을 하고 목탁을 치듯 데치고 삶아내 정성껏 조리한 별맛 나는 사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니 여성들에게나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읽어야 할 사람을 특정해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남자들이 우선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음식의 중요성, 사람의 건강과 음식과의 상관관계, 건강한 음식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나 공헌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거나 깨우쳐 줄 기회의 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참음식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선재스님
 사참음식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선재스님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요즘 성범죄가 극성을 부리는데, 따지고 들어가면 나쁜 음식이 한 몫 한다는 것, 나쁜 음식을 먹은 사람이 자제력이 없어져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것, 또한 성장촉진제를 남용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병이 생긴다는 것, 소아암에 걸리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원인 중에 음식이 튼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140-

먹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살기 위해 먹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라면 이왕 먹을 것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고,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거나,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좋은 음식, 산다는 것과 먹는 다는 것을 가일층 건강하게 해주고, 맛나게 조리 해 줄 가슴의 양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렇다. 아이들도 부처님이다. 아이들에게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밥을 올려주면 아이들도 부처님을 닮아간다. 작은 버릇, 습관이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식사를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던 것이다. 아이들은 의젓하게 밥을 먹는 습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물론이고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주춧돌이 되리라. -142-

보너스처럼 들어가 있는 사찰음식 22가지 레시피

숭숭 썰거나, 듬성듬성 칼집을 내듯 책 중간 중간에 사찰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22가지 레시피가 들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치를 담그는 법 4가지와 장 담그기가 보너스처럼 별도로 들어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몸에 좋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사찰음식이라고 하니 재료가 특별나고, 조리방법 또한 특별할 것 같지만 어차피 준비해야 하거나 사야 할 재료에 아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두면 일상에 사용하는 음식재료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조리법 또한 레시피를 보면 알겠지만 짧게는 서너 줄, 길어봐야 10줄이 넘어가지 않으니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시한부생명으로 1년을 선고 받았던 선재스님이 사찰음식을 통해 당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고 있듯이 입맛은 물론 사는 맛까지 까칠 할 수도 있는 현대인이라면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을 통해 잃어버린 입맛을 찾거나 사는 맛을 돋게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혓바닥을 통해서만 맛 봤던 단 맛과 신 맛, 짠 맛과 쓴 맛은 물론 떫은맛까지도 제 3의 감각으로 승화시켜 마음과 가슴으로 진정한 맛을 음미하게 해줄 후각이 되고 미각으로 역할 해 줄 것입니다. 눈과 마음으로나마 사찰음식을 골고루 맛보고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닐 런지요?

덧붙이는 글 |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 선재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5-18 / 1,7000원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지음, 불광출판사(2011)


태그:#사찰음식, #선재스님, #불광출판사, #발우공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