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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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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8일 오후 6시 30분]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은 달랐다  

18일 오후 3시 20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을 다시 찾았다. 경계는 여전히 삼엄했고 주변은 조용했다. 주변에서 다시 살폈지만 집을 오가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5·18의 또 다른 가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 앞은 어떨까? 노씨는 일명 '5·18 5적'(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 노태우 당시 수경사령관, 정호용 당시 공수 특전사령관, 박준병 당시 20사단장)으로 불린다. 시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용의자들 가운데 한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연희동 180-1)은 전 전 대통령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50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연희동에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 의경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지만 특별한 통제는 없었다.
 연희동에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 의경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지만 특별한 통제는 없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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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집은 전 전 대통령의 집과 마찬가지로 골목 입구에 초소가 설치돼 있고, 의경들은 밖에 나와 경계를 서고 있었다. 초소를 끼고 돌자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집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 전 전 대통령의 집과 달리 경계를 서던 의경들이 기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대문 바로 앞 초소에 있던 의경에게 물었다.

"여기 골목 통행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까?"
"네. 그냥 다니는데요."
"대문 사진을 찍어도 되겠습니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건 확인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나왔습니다. 저택 사진이 언론에 이미 많이 나왔는데 촬영이 어렵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별로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경호팀이 싫어할지 모르지만..."
"그럼 한 장만 찍겠습니다."

확실히 전 전 대통령 집 앞과는 달랐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집처럼 문패는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폐렴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던 도중 폐에서 한방용 침이 나와 논란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 생전에도 통행 막지 않아

그렇다면 전·노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인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은 어떨까? 김 전 대통령은 5·18 직전 군부세력에 의해 체포됐다. 일명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불리는 이 일을 계기로 군부는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5·18의 도화선이 됐다.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 역시 통행에 제한이 없고 사진 촬영도 자유로웠다.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 역시 통행에 제한이 없고 사진 촬영도 자유로웠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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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의 집 역시 연희동에서 멀지 않은 동교동에 위치해 있다. 연희동에서 도보로 약 20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김대중 도서관'과 붙어 있는 집은 큰길에서 10여 미터만 내려오면 보이는 곳에 자리해 있다.

역시 근무를 서는 의경들이 보였다. 이들은 앞선 두 전 대통령의 집과는 달리 깨끗한 정복차림에 무전기를 차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집은 마포경찰서에서 담당하며 앞선 두 집은 서대문경찰서 담당이다.

집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의경은 기자를 막지 않았다.

"여기 통행 제한은 없습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네? 그런 거 없는데요."
"여기가 김대중 전 대통령 집 맞죠? 길을 막거나 하는 일 없나요?"
"(이희호) 여사님께서 나가실 때 가끔 그럽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네. 찍으세요."

의경에게 김 전 대통령 생전(2009년 8월 서거)에도 통행에 제한이 없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이곳에 근무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며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현장을 관리하는 형사들도 지난 3월 교체돼 그 전 상황을 잘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집 바로 옆 골목에 있는 복사기 판매점을 찾았다. 가게를 운영한 지 5년 가량 됐다는 그곳 직원은 "대통령 생전에도 통행에 제한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니 어느 개그맨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성대모사했던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시 묻고 싶다. "왜 너만 그래~"라고.

[4신 : 18일 오후 4시 40분]

"전두환 자택은 45억~50억에 거래될 수 있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은 현재 '1종 전용거주지역'으로 묶여 있다. 1종 전용거주지역이란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을 말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건축 층수 등이 제한되기 때문에 집값을 많이 올리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의 부동산 실거래가는 강남권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이곳은 평당 1500만원~17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근처 한 부동산업자는 "강남에 비하면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지만 수년 전 600만~800만 원 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오른 편"이라며 "신축하는 건물의 경우에는 2000만 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 업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은 300~400평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당 1500만 원으로 계산하면 45억~50억 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집은 건물을 잘 지었기 때문에 땅값뿐만 아니라 건물 값도 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대표는 "현재 보통 평당 1600만~1700만 원에 거래된다"며 "조금씩 집값이 올라가고 있다"고 최근 부동산 거래 추세를 전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규모가 300평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럴 경우 48억~51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부동산 거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은 300평을 기준으로 최소 45억(평당 1500만 원), 최대 51억(평당 1700만 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평가해온 '40억 원'보다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돈(1672억여 원)을 추징하기란 쉽지 않다. 검찰 쪽도 "전 전 대통령이 본인 명의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아 빼돌린 돈을 찾아내야 하는데 추적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마이뉴스>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집(연희동 95-4)은 부인인 이순자씨 명의로 돼 있으며, 대지는 818.9제곱미터(약 247평), 건물(1층)이 240.84제곱미터(72평)이다. 또한 전씨 명의로 돼 있다가 2003년 12월 경매처분에서 처남인 이아무개씨에게 넘어간 별채(연희동 95-5)는 대지와 312.1제곱미터(약 94평), 건물은(1층과 2층 합쳐 186.80제곱미터, 약 60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자금 등을 통해 형성한 재산을 가족 명의로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의 3남 1녀는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이고, 심지어 손자와 손녀도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 사진전시회'가 열리는 가운데, '광주학살과 부정비리의 주범 전두환·이순자 처벌을 위한 범국민투쟁본부' 결성 뒤 시민들이 '가자! 연희동으로, 전두환 처단...'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대열의 선두에 고 문익환 목사, 백기완씨 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18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 사진전시회'가 열리는 가운데, '광주학살과 부정비리의 주범 전두환·이순자 처벌을 위한 범국민투쟁본부' 결성 뒤 시민들이 '가자! 연희동으로, 전두환 처단...'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대열의 선두에 고 문익환 목사, 백기완씨 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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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보강 : 18일 오후 4시]

<26년> 그린 만화가 강풀이 본 5.18
5.18을 소재로 한 강풀의 만화 <26년>의 한 장면.
 5.18을 소재로 한 강풀의 만화 <26년>의 한 장면.
ⓒ 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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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소재로 한 강풀의 만화 <26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자택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강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현장답사했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자는 현장에서 강풀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렵게 전화연결이 됐지만 강풀은 정중하게 인터뷰를 사양했다.

강풀은 "만화가가 그동안 말을 너무 많이 한 같아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작품으로 제가 할 얘기는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만화 그리는 일에만 전념하려고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강풀은 자신의 트위터(twitter.com/kangfull74)에 "5년 전, 이 만화는 '재미'의 목적보다 '전달'의 목적으로 그렸다, 더 많은 분들이 26년을 봐주셨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와 함께 "5월 18일입니다. 오래 전에 그린 그림인데도 세상은 그대로네요"라며 수년 전에 그렸던 '인터넷 세대를 위한 5·18 관련 만화를 '강풀닷껌'에 올렸다.

강풀의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남자와 시민군의 아들, 딸이 26년이 흐른 뒤 모여서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의 최고 책임자를 처벌하다는 내용의 팩션 만화다. 만화는 사격선수 출신인 시민군의 딸이 '최고 책임자'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의경들이 기자가 전 씨의 자택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 저쪽도 막고... 의경들이 기자가 전 씨의 자택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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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만원밖에 없다고? 40억원짜리 집 뜯어먹고 살겠네요"

18일 오전 11시 30분께. 40억 원짜리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야쿠르트 아줌마'(63)를 만났다. 그는 17년 동안 연희동에서만 야쿠르트를 배달해온 베테랑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에도 배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직접은 가지 못하고 여기 있는 사람(전의경)들이 전해줬다"며 "(발효 요구르트인) '윌'이나 (여러 가지 야채를 갈아서 만든) '하루야채'를 마셨는데 지금은 안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야쿠르트 아줌마' 경력 덕분에 누구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주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여기 주변에서 데모를 많이 했다"며 "처음 일 시작할 때(1993년)는 거의 매일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용하다"고 크게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야쿠르트 배달한 지 얼마나 됐나?
"1993년부터 17년 동안 하고 있다."

- 이 동네(연희동)에서만 하셨나?
"이 동네에서만 했다."

- 여기 전두환 전 대통령 집이 있는 걸 알고 있나?
"안다. 그 집에 배달도 했다."

- 직접 배달했나?
"직접은 못 간다. 여기 있는 사람(전의경을 가리키며)들이 전해줬다."

- 뭘 마셨나? 지금은 배달 안 시키나?  
"'윌'도 마셨고 '하루야채'도 마셨다. 마시다 안 마시다 하는데 지금은 안 마신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
"들어봤다. 근데 그거 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꿔 놓은 거 아닌가? 그렇게 알고 있다."

- 이곳을 오래 다녔는데 예전하고 달라진 건 없나?
"예전에는 여기 주변에서 데모를 많이 했다. 처음 일 시작할 때(1993년)는 거의 매일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조용하다."

이어 네 살짜리 아이를 둔 한 여성을 만났다. 그는 '29만원 재산'와 관련 "설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이 29만원밖에 없겠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은 40억원짜리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럼 그분은 40억원짜리 집 뜯어먹고 살겠네요."

고혈압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다는 연희동 주민 이아무개씨는 "그 사람이 엄청난 돈을 숨겨놓은 걸로 안다"며 "그런데도 29만원밖에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그런 사람한테 제가 무슨 말을 하겠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의경의 무전기에서 난 소리 "오마이야?"

취재진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을 취재하고 있는 동안 경비를 서던 의경들은 취재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취재진이 연희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뒤를 쫓아다녔다. 한 의경의 무전기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야?"

작년에도 이곳에서 5·18를 맞았다는 또다른 의경은 "이곳에서 17개월 동안 근무해 왔는데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 분이 현재 집에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이 5·18이라는 걸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연희동 주택가에서 홍보전단지를 돌리던 한 할머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고 있어 동네가 깨끗하고 순찰차도 돌고 그러는구만, 평창동보다 더 좋네"라고 이곳 분위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신 : 18일 오전 10시 30분]

"취재하면 안됩니다, 방침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인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두환 전대통령 집앞 골목 입구에서 경찰근무복을 입지 않은 의경들이 기자가 전 씨의 자택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 이쪽도 막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인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두환 전대통령 집앞 골목 입구에서 경찰근무복을 입지 않은 의경들이 기자가 전 씨의 자택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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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앞 골목길 양쪽에서 경찰들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앞 골목길 양쪽에서 경찰들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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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6시30분. 31년 전 광주에서 '화려한 휴가' 작전으로 특공대가 전남대와 조선대로 향하던 그때다. 이른 시간이지만 날이 훤하게 밝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연희동 골목에 들어서자, 가로세로 약 1미터, 높이 2미터 가량되는 나무로 된 초소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의경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정식 근무복이 아닌 경찰 마크가 없는 군청색 상하의를 입고 있다.

"어디 가십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취재 왔습니다."
"취재하시면 안 됩니다."
"왜 취재하면 안 되죠?"
"방침입니다."

쉽게 집앞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집과 약 4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무리해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초소와 골목 안 쪽을 촬영하려 하자 의경이 혼비백산해서 뛰어나왔다.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왜 찍으면 안 되죠? 여기가 촬영 금지 구역입니까?"
"방침입니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방침은 어디서 나온 방침입니까? 설명을 해주세요."
"..."

결국 사진을 한 장 찍어 '엄지뉴스'에 전송하고 다시 분위기를 살폈다. 별다르게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의경이 기자를 그림자 마크한다. 왼쪽으로 한 걸음 가면 따라서 한 걸음, 오른쪽으로 가면 또 따라서 한 걸음 움직였다. 기자가 근처 주택 담벼락에 기대 앉아 노트북을 꺼내자 그는 더욱 안절부절했다.

"거기 앉아 계시면 안 됩니다."
"왜 안 되죠? 이것도 방침입니까?"
"남의 집 앞에 앉아 계시면 안 됩니다."
"무슨 근거로 남의 집 앞에 앉으면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여기 앉는 건 제 마음 아닌가요?"
"마음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자꾸 그러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 저희 임무가..."
"임무가 뭔데요? 곤란하시면 어떤 임무인지 말씀해 주세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

잠시 후, 초소에 들어가 어디론가 보고를 한 그는 말수가 급격히 줄었다. "아침식사는 했냐", "몇시에 교대하냐"라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 주변을 지키는 전의경 6명 가운데 하나였다. 전씨 집 근처에는 5개 초소가 있고 6명의 전의경이 보초를 선다.

통장잔고가 29만 원이라 추징금을 내지 못한다는 그를 경호하는 데 수 억원의 국비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재균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8억5193만원, 노태우 전 대통령은 7억1710만원의 경호비를 쓰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평균 97명의 경호 인력이 항시 대기하며, 현직 경찰관 11명이 그를 수행경호한다. 거기에 전의경까지 배치된 것이다.

골목입구 저택은 경호관사?

문패 없는 '전두환 집' 대문, 언제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집 대문에는 주변 다른 집들과 달리 문패가 없다. 갈색원목으로 된 문을 둘러싼 대리석 벽에는 초인종만 설치돼 있고 문패를 달았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다.

원래 문패를 달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란 및 군사반란 판결을 받은 재판 이후 떼냈는지, 혹은 최근에 없앴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다.

반대로, 전씨의 집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는 문패가 달려있다. '김대중'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이름도 함께 걸려있다.
시간이 지나도 골목에는 사람의 왕래가 없었다. 골목 아래쪽으로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간혹 보일뿐, 전씨의 집 방향으로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았다.

오전 8시 경, 은색과 검은색 SUV차량이 골목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진행하지 않고 초소 건너편에 있는 저택 앞에 멈춰섰다. 운전자가 손가락으로 저택의 철문을 가리키자 보초를 서던 의경이 달려가 문을 연다.

운전자가 저택 안에 차를 세워두고 나오자 의경이 경례를 한다. 경례 하는 모습이 기자의 눈치를 보는 지 쭈뼛쭈뼛했다. 이어 들어온 차에서 내린 사람 역시 경찰 간부로 보였다.

이들이 내린 저택의 주차장을 보니 검정색 고급 승용차 두 대와 각종 차량 4대가 주차돼 있었다. 이곳을 단지 경호용 차량의 주차장으로 쓰는지 그 안쪽 주택까지 경호관사로 사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전 8시가 되자 골목 아래쪽에서 6명의 의경이 경찰간부로 보이는 인솔자와 함께 올라왔다. 근무교대다.

전씨가 현재 집에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1신 : 18일 오전7시]

"전통, 29만원으로 평생 먹고사는 방법 알려다오"

<오마이뉴스>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취재에 나선다. 31년 전 신군부의 핵심인물로 '한국의 코뮌'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그분'이 5·18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다.

40억 원에 이른다는 연희동 자택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정말 운이 좋다면 그 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지 모른다. 혹시 누리게 될 '대화의 행운'을 준비하기 위해 기자는 17일 저녁 기자의 트위터(twitter.com/yskurep)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마이뉴스>가 내일(1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 가는데 혹시 그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보내주세요."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이 글을 올린 지 한 시간도 채 안돼 60건이 넘는 답글(멘션)이 올라온 것이다.

"29만원에 이자는 얼마나 붙었나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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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트위터 이용자들이 그분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그분이 자신에게 남은 재산이라고 주장해온 '29만원'에 관한 것이었다.

그분은 재임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1891억 원을 추징당한 바 있다. 하지만 "통장장고가 29만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 왔다. 5월 현재까지 내지 않은 추징금은 무려 1672억여 원에 이른다.

다수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29만원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비법"을 그분에게 꼭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고 비꼬았다. 그밖에도 29만원과 관련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29만원으로 시작하신 재테크의 비결은 무엇인가요?"(Sunghyun_Lee)
"이제 29만원에서 얼마나 남으셨나요?"(heelegend)
"지갑 좀 보여주세요."(beatm98)
"29만원으로 풍족하게 사는 비결요."(youngkwanglee)
"29만원의 이자는 얼마나 붙었나요?"(for_yed)

심지어 한 트위터 이용자는 "수입이 29만원인데 희망근로는 안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29만원' 다음으로 많이 쏟아진 질문은 만화가 강풀의 <26년>과 관련된 것이었다.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남자와 시민군의 아들, 딸이 26년이 흐른 뒤 모여서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의 최고책임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팩션 만화다. 작품의 소재가 '5·18'이라는 점을 헤아린다면 그들이 처벌한다는 '최고책임자'는 충분히 '그분'을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kgh11427은 "강풀의 <26년>봤냐고 물어봐주세요", illionstone은 "강풀의 <26년>이라는 카툰을 아는지? 알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봐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nov_jasmine은 "안 그래도 지금 <26년> 보고 있었어요, 전직 대통령 암살계획 이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라는 글을 올렸다.

"5·18이 북한 특수부대와 합동작전이었나요?"

또한 "왜 그때 계엄령까지 내리며 유혈진압을 해야 했나요?"(In_My_Ideal), "죽기 전에 발포 명령 누가 했는지 말하라"(SongTairn), "5·18 광주항쟁을 북한 소행으로 보나"(heelegend), "(5·18이) 북한 특수부대와 합동작전이었나요?"(nathanaelkim) 등 현대사와 관련된 질문들도 적지 않게 쏟아졌다.     

그밖에도 "무고하게 죽어간 광주시민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지"(Shukri214), "매년 오늘 무슨 꿈을 꾸시나요?"(beatm98), "비자금을 이제는 사회에 환원할 의사는 없으신지"(wlrwl1), "MB가 3년째 5·18 기념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yookyunglee) 등의 질문들이 올라왔다. 특별히 그분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게 하는 질문 요청도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객관식 질문. 5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①어린이 ②스승 ③어버이 ④광주 ⑤기억이 안난다"

한편 일부에서는 "입을 여는 게 가증스러워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0204Reading), "물어보고 싶은 건 없고 물어버리고 싶네요"(ldk209)라며 그분을 향해 강한 거부감이나 적개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태그:#5.18,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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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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