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3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강의 우안 보 맨끝 부분이 붕괴돼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13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강의 우안 보 맨끝 부분이 붕괴돼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최근 두 차례 내린 비로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에 건설 중인 4대강 사업 이포보의 일부 시설이 붕괴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공사가 거의 완공단계임을 고려할 때, 보가 홍수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러 무너뜨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을 조사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토목공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포보는 4대강 사업 남한강 구간에 세워지는 3개의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으며, 지난해 여름 환경단체 회원들이 농성을 벌였던 곳이다.

이포보 일부 시설 붕괴 사실은 지난 13일 환경단체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 정민걸 공주대 교수가 실시한 '홍수대비 4대강 사업 현장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포보뿐 아니라 남한강 일대 지천 대부분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로와 '문화공간' 조성 부지 강물에 쓸려 나가

지난 4월 8일 환경단체가 촬영한 붕괴 지점. 어로를 만들기 위해 파 놓은 통로와 '문화공간'을 조성할 곳임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 유실 전 모습 지난 4월 8일 환경단체가 촬영한 붕괴 지점. 어로를 만들기 위해 파 놓은 통로와 '문화공간'을 조성할 곳임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같은 지점의 지난 13일 상황. 어도와 문화공간이 있던 부분이 물에 잠겼다.
▲ 유실 후 모습 같은 지점의 지난 13일 상황. 어도와 문화공간이 있던 부분이 물에 잠겼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지난달 30일 여주군 일대와 상류지역에는 80~90mm 정도의 비가 내렸다. 남한강 수계의 충주댐은 홍수위 조절을 위해 방류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강 수위가 높아졌고 여주군 일대 4대강 사업 구간에서 가물막이가 붕괴돼 공사장비가 침수되거나, 강 제방측면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관련기사 : 밤새 내린 비에 4대강 '둑' 터졌다) 특히 이포보 하류쪽 방향으로는 50미터 가까운 제방측면이 침식됐다. 하지만 당시 이포보의 시설 일부가 붕괴됐다는 사실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포보는 본래 강 한복판에 있는 가동보 부근만 물이 흐르게 돼 있지만 현재는 우측으로 물길이 하나 더 생겼다. 보의 일부가 무너져 흙탕물이 쏟아지는 지점은 강의 우완 첫 번째 교각과 두 번째 교각 사이로 약 40미터 구간이다. 설계상 어도(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수로)와 문화광장 등 여가 시설이 조성되는 장소다.

이곳을 밀어내 버린 물길은 이포보에서 30미터 상류에 공사를 위해 세운 가교와 지면의 접합 부근부터 시작됐다. 돌과 흙으로 채워진 접합부가 무너지면서 물이 보의 우측으로 흘렀고, 처음에는 지면 위로 흐르다가 유속이 빨라지면서 바닥을 침식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방측면도 이 지점에서 쏟아진 강물로 인해 쓸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복구작업이 진행됐지만 지난 10일 내린 20mm 정도의 비로 2차 붕괴가 일어났다. 처음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현장을 조사했던 한 환경단체 회원은 "지난 1일 사고가 있고 현장에서는 끊어진 가교와 지면을 사이에 흙을 쌓고 있었다"라며 "물이 더 들어오는 것을 막고 끊어진 곳을 연결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였는데, 지금 보니 그 부분이 또 다시 쓸려갔다"고 말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환경단체가 지난달 8일 같은 장소를 촬영한 사진과 비교했다. 사진에는 현재 물길이 지나는 곳에 돌을 쌓아 동그란 형태의 어로가 조성돼 있었다. 촬영 시점이 한 달 전임을 고려한다면 공사는 더 진척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근 관공대 교수는 "80mm 정도 내린 비에 거의 완공직전의 시설물이 무너진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현상은 시공이 부실했거나, 설계가 잘못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포보 공사 업체의 시공 기술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천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된 예측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콘크리트는 유실되지 않겠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접합하는 부분은 보에서 물이 떨어지는 낙폭으로 인해 홍수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4대강에 세워지는 모든 보의 하류 쪽 제방은 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주요시설물 보호 위해 일부러 무너뜨렸다"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이포보 조감도.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붕괴됐다.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이포보 조감도.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붕괴됐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지난 4월 30일 내린 비로 무너진 이포보 하류 제방측면.
 지난 4월 30일 내린 비로 무너진 이포보 하류 제방측면.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이에 사업 주관 부서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보 시설물이 붕괴되거나 유실 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반대편(강의 좌안) 쪽에 소수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쪽 방향으로 물을 보냈다"며 "어도와 문화공간 또한 사전에 철거를 했다"고 설명했다. 가교 접합부를 고의로 터서 강물이 흐르게 했다는 것이다.

제방측면이 침식된 것도 관계자는 "예측했다"며 "제방측면 안쪽에 콘크리트 제방이 있기 때문에 측면 침식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무너진 제방측면은 기존에 있던 국도제방 위에 흙을 쌓아 조성한 것이다.

관계자는 이어 "지난 30일 비가 올 때 철거했고 이후 복구하던 도중 이번 비(10일)를 또 맞았다"며 "처음 비는 500년 빈도의 호우(4월 기준, 5월 기준으로는 50년 빈도)였고 충주댐이 방류를 해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공되면 그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토목공학 전문가인 박창근 교수는 "토목공사에서 그런 식(일부러 시설물을 철거하는)의 공법은 없다"며 "강물이 가교 접합부분을 붕괴시키고 흘러들어 보 맨 왼쪽의 현장을 모두 무너뜨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포보는 6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 하고 7월에는 시운전에 들어 갈 예정이다.

"준설작업 완료 단계, 작년보다 본류수위 낮아져 더 위험"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여주보 부근으로 합류하는 지류인 한천의 하류 모습. 제방 하부가 침식 되면서 콘크리트로 된 상부까지 무너졌다.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여주보 부근으로 합류하는 지류인 한천의 하류 모습. 제방 하부가 침식 되면서 콘크리트로 된 상부까지 무너졌다.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남한강 지류인 연양천. 침식현상으로 도로 일부가 유실됐다.
 남한강 지류인 연양천. 침식현상으로 도로 일부가 유실됐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조사를 통해 남한강 각 지천 곳곳에서 '역행침식'이 일어난 흔척을 발겨할 수 있었다.

역행침식은 강바닥이나 강기슭(제방)이 무너져 내리는 침식현상이 강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본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천의 유수가 떨어지는 낙차가 커지고 유속이 빨라진다. 이런 현상은 비가 오게 되면 유량이 풍부해져 더욱 심화 되고 그 힘(소류력)이 강 주변을 침식 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남한강 지천 연양천의 신진교 붕괴에도 이 같은 원리가 작용했다.

여주군 일대의 남한강 지천을 둘러본 박창근 교수는 "준설 작업도 거의 완료단계여서 본류 수위가 지난해 이맘때 보다 더욱 낮아졌다"며 "이미 지난 봄 비에도 상당한 침식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국 현 상황에서 지천의 홍수를 방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콘크리트 제방으로 다 덮는 것뿐"이라며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지천을 콘크리트 제방으로 바른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며 "물의 힘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고 이미 조성된 콘크리트 제방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에 동행한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면 수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수중생물은 수온변화에 아주 민감하다"며 "역행침식을 막는다고 콘크리트를 바르면 물고기는 살수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은 16일 오후 남한강 4대강 사업구간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4대강, #이포보, #4대강 사업, #이포보 붕괴,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