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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일림산 철쭉 군락지 모습. 지난해 모습이다.
 만개한 일림산 철쭉 군락지 모습. 지난해 모습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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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에는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 두개

전국에는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 많이 있다. 꽃으로 유명세를 타려면 아름다운 풍경도 한 몫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꽃 피는 시기다. 꽃이 빨리 피려면 남녘에 있어야 하고, 꽃이 감동을 주려면 커다란 군락지를 만들어야 한다.

남도 땅 보성에는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 두 개나 있다. 초암산과 일림산이다. 초암산은 일명 철쭉봉으로 부르는데,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산정에 서면 철쭉 꽃을 커다란 접시에 담아 놓은 것 같은 풍경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조용한 산행과 철쭉밭의 장관을 즐기려면 초암산 산행을 권해 본다.

초암산 철쭉군락지. 몇 해전 풍경
 초암산 철쭉군락지. 몇 해전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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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산 일림산은 정상 일대와 능선으로 이어지는 전체를 철쭉으로 덮어버리는 어마어마한 산이다. 일림산 철쭉군락지는 무려 18만평이나 된단다. 이런 큰 군락지가 생기게 된 것은 보성군이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다. 산 정상 부근에 철쭉이외의 잡목을 제거하여 5월의 붉은 산을 만들었다.

호남정맥이 휘돌아 가는 곳, 일림산

국도 2호선을 따라가다 보성을 지나 웅치로 빠진다. 오늘(5.8.) 찾아갈 산은 일림산이다. 웅치면사무소를 지나면 산들이 마치 올가미를 치듯 둥그렇게 막아서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분기된 호남정맥이 이곳 웅치에서 제암산, 사자산 그리고 일림산과 어울리면서 큰 산 줄기를 만들어 낸다.

느티나무가 장관인 용추마을 아름다운 숲을 지나면 주차장이다. 주차장은 벌써 가득 찼다. 산 입구에는 축제를 알리는 천막들이 몇 개 있다. 그러고 보니 일림산철쭉제 기간이다. 전국 꽃 축제가 그렇듯 매번 꽃 피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오늘 일림산 철쭉도 마찬가지다. 꽃이 덜 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가 된다.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추폭포.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추폭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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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등산로로 들어선다. 입구에는 용추폭포가 힘차게 흘러내린다. 폭포와 어울리는 정자도 자리를 잡았다. 폭포수 감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용암정이다. 편백나무 숲속에는 등산 온 사람들이 잠시 삼림욕을 즐기고 있다. 산행은 일림산 가장 짧은 길로 잡았다. 올라가는데 1시간 반 정도. 욕심을 내자면 일림산을 한바퀴 돌아오는 길도 있지만 나른한 5월 쉬엄쉬엄 즐기며 오르고 싶다.

철쭉은 이제 피기 시작하고

산길은 삼나무 숲길을 지난다. 빽빽한 편백나무 숲은 햇빛을 가리고 시원한 기운이 넘쳐난다. 기분이 좋다. 음습한 곳에서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은 숲속 밖에 없을 것이다. 삼나무 숲을 지나면 연두색 잎들이 생기를 자랑하는 숲길이 이어진다. 마음이 밝아진다. 길은 정비를 했는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걸었는지 잘 다져져서 걷기에 좋다. 마음 같아서는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산길이 촉촉하니 걷기에 좋다.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산길이 촉촉하니 걷기에 좋다.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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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으면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참꽃마리 꽃. 꽃 크기가 손톱만하다.
 앙증맞으면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참꽃마리 꽃. 꽃 크기가 손톱만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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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예쁜 꽃들이 반긴다. 노란 양지꽃, 각시붓꽃, 제비꽃 등등. 그 중에서 참꽃마리가 수수한 웃음을 주고 있다. 보랏빛이 엷게 비치는 꽃잎에 가운데 노란빛이 돌아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맑은 꽃이다. 나도 같이 웃어본다.

산길은 숲속을 벗어나면 하늘이 보이고 전망대가 나온다. 산 전체가 훤히 보이는 곳. 미리 알고 왔지만 서운하기만 하다. 철쭉은 이제 피기 시작한다. 몇 송이씩 피어나는 꽃은 오르내리는 사람들로부터 아쉬움을 가득 받고 있다. "온통 피면 장관인데…"

일림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일림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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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사이로 난 길.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꽃이 만개했다면 환상적인 풍경.
 철쭉 사이로 난 길.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꽃이 만개했다면 환상적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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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피어난 일림산 철쭉.
 이제 막 피어난 일림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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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의 시작, 선녀샘 물맛이 달다

철쭉이 붉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산을 가로질러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그래도 정상에 올랐다는 즐거움으로. 정상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고흥반도 사이를 흐르는 득량만이다. 작은 바위를 찾아 앉는다. 푸른빛으로 변한 넓은 들과 바다를 내려다본다.

내려가는 길에 보성강 발원지를 들른다. 선녀샘. 이름이 좋다. 선녀샘에서 솟은 물은 바로 산 너머 바다로 가지 못한다. 이곳 보성강 발원지에서 300리를 흘러 곡성을 지나는 섬진강과 만나고 다시 300리를 흘러 바다로 간다고 한다. 힘든 여정의 시작. 바로 너머가 바다인데…. 물을 한바가지 떠서 마신다. 물맛이 좋다.

보성강 발원지 선녀샘. 섬진강을 지나 바다로 이어지는 600리 여정의 시작 점
 보성강 발원지 선녀샘. 섬진강을 지나 바다로 이어지는 600리 여정의 시작 점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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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차밭 풍경. 지난 겨울 추위로 푸른빛이 덜하다.
 보성 차밭 풍경. 지난 겨울 추위로 푸른빛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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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성 녹차밭도 둘러본다. 축제는 끝나간다. 녹차밭은 그리 아름다운 풍경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무척 추웠나보다. 힘들게 새순을 내고 있는 차나무들이 안타까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벌교에 들러 꼬막 맛도 본다.

일림산 철쭉제는 5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축제는 끝났지만 일림산 철쭉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철쭉으로 유명한 보성 일림산과 초암산은 이번 주말쯤 철쭉으로 붉은 장관을 이루겠다.


태그:#철쭉, #보성강 발원지, #초암산, #일림산, #보성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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