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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 개인전이 열리는 카이스 갤러리(서울)입구
 민병헌 개인전이 열리는 카이스 갤러리(서울)입구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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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청담동에 있는 '카이스 갤러리(서울)'는 이전 후 첫 전시로 민병헌(1955~)의 개인전을 오는 20일까지 연다. 민병헌은 한국을 대표하는 흑백사진작가로 국내외의 관심과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전에서 '설국', '바다'와 함께 '누드' 연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민병헌 작가를 우선 만나보니 그 웃음이 허허롭다. 모든 걸 달관한 표정이다. 그래선가 그는 절제된 흑백과 회색만을 선호한다. 그런데 그 속에 모든 색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그의 일관된 스트레이트 사진작업에도 그의 흑백사진은 한 편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 톤 나는 흑백사진

민병헌 I 'SL205' Gelatin Silver Print 2010
 민병헌 I 'SL205' Gelatin Silver Print 2010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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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흑백사진으로 보여주는 농담(濃淡)은 그 어느 컬러사진보다 색감이 풍부하다. 그러면서 작가는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 톤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런 색은 사실 한국 사람들이 꽤 좋아하는 은은한 색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70%이상이 흑백 아니면 회색 아닌가.

안개 같은 그의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뭔가 보일까 의구심을 두지만 다시 보면 뭔가 보인다. 얼핏 보면 형상이나 존재감이 없어 보이나 실은 반대다. 관객이 그의 사진에 매력을 느끼는 점은 바로 이런 이유일지 모른다. 작가가 관객에게 마치 보일 듯 말 듯한 것에서 뭔가를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진을 잠시 묵혀 두었다 보는 아날로그 방식

민병헌 I 'SS098' Gelatin Silver Print 2010
 민병헌 I 'SS098' Gelatin Silver Print 2010
ⓒ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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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은 기계로 한 것이기보다는 어머니가 음식을 할 때처럼 그렇게 손이 많이 간 것 같다. 그래서 관객의 오감도 자극하고 감정도 흔드는 것인가. 위 작품을 보면, 바다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눈의 마지막 순간을 사진 속에 꼭 붙잡아두고 있다.

그는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하는 디지털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나올까 노심초사하면서 스릴과 짜릿함을 맛본다. 사진을 그렇게 가슴에 잠시 품었다가 다시 꺼내는 방식인데 사진을 애인처럼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것인지 모른다.

이런 독특한 맛이 나는 그의 사진은 199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한국에 우연히 왔다가 그의 사진을 보게 된 미국평론가 카렌 챔버스(Karen Chambers)에 의해 LA 카운티미술관에 전시되었고, 이어 휴스턴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미술관 등에 소장된다.

중간 톤의 밋밋한 빛만으로 사진 찍기

민병헌 I 'SL371' Gelatin Silver Print 2011
 민병헌 I 'SL371' Gelatin Silver Print 2011
ⓒ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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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익숙하고 평범한 풍경을 카메라앵글로 낯설고 새롭게 보이게 한다. 작가는 "같은 대상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자유스럽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진은 나에게 '눈(眼)'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작가는 "나는 빛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빛에 민감해야 하는데 밋밋한 빛 밖에는 못 읽어요. 내 사진은 그런 빛에만 의지해 사진을 찍다보니 강한 톤이 없고 중간 톤이 많다"라고 말한다. 그는 흑백의 중간 톤이 내는 신비한 황홀함을 기막히게 잡아낸다. 사진에 그런 섬세한 색감이 없으면 절대 출력하지 않는다.

명암과 온도차가 대비되는 사진

민병헌 I 'SL242' Gelatin Silver Print 2010
 민병헌 I 'SL242' Gelatin Silver Print 2010
ⓒ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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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시리즈는 2005년부터 시작된 연작으로 눈 덮인 세계를 사진에 담은 것이다. 흑백으로만 표현된 그의 설경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단색화(monochrome)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땅과 따뜻한 눈, 무심한 겨울나무의 명암과 운치마저도 느껴진다.

언덕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순백의 눈은 먹으로 그린 겨울나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낳는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이런 눈 풍경 앞에 서면 우리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교감이 되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민병헌은 그만큼 자연의 식물성을 잘 찍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슬쩍 흐려 농염한 관능미 더하는 누드

민병헌 I 'MG186' Gelatin Silver Print 2010
 민병헌 I 'MG186' Gelatin Silver Print 2010
ⓒ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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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의 누드 시리즈를 보자. 디지털작업이 가해진 것도 아닌데 추상적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드가의 '춤'도 연상된다. 그의 흐리기 기법으로 여성의 신비함을 배가시킨다. 게다가 미세한 실루엣은 여성의 몸에서 풍기는 육감과 에로스를 더 강하게 전달한다.

흐린 날에 찍은 것 같은 이런 누드, 민병헌은 특별하게 맑은 날보다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모든 게 살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손에 잡힐 듯 말듯 한 농염한 관능미, 이런 누드작품은 작가라면 누구라도 탐낼 텐데 그는 이를 감칠맛 나게 잘 표현했다. 

민병헌 I 'MG199' Gelatin Silver Print 2010
 민병헌 I 'MG199' Gelatin Silver Print 2010
ⓒ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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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옷을 반쯤 걸쳤는데 이건 너무 노골적인 것보다는 수줍음으로 뒷걸음친 것인가. 그의 작품의 전반적 경향이 그러하듯 이런 모호한 사진이 은은한 효과를 내면서 민병헌이라는 사진작가를 역으로 더 돋보이게 한다.

이런 누드는 관객에게 그리움의 대상을 갑자기 촉발시키고 상상하게 한다. 그림이라는 말의 어원이 그리움에 있듯이 그리움이 없는 사진이나 그림은 없다고 하겠다.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아스라한 기억의 바다에 빠지게 한다.

"작가의 시선은 대상몰두에 숨이 가쁘다"

민병헌 작가와 미술평론가 유진상이 대화하는 장면
 민병헌 작가와 미술평론가 유진상이 대화하는 장면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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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유진상 교수는 작가가 사물을 꿰뚫어보는 시선에 얼마나 집요하고 힘겹고 섬세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먼 곳에 있는 대상은 강렬한 시선을 요구한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더 집요하고 명료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어디에 있는지 잃어버리거나 식별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흔들림 없이 그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는 사진을 회화로부터 독립시키면서 시선과 관점에서 특별함을 보이고 사진구성에서 시적 감수성으로 넘친다. 고요하고 수줍고 잔잔한 가운데서 흰 눈빛, 물보라, 안개, 뿌연 풍경이 사람들 마음을 마구 흔들어 시각예술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2011년 제3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수상자 민병헌 작가는 누구인가
민병헌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살롱에서 <25시>로 은상을 수상하며 사진계에 등단, 파인 힐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가인화랑, 금호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카이스 갤러리를 비롯하여 파리의 보두엥 르봉 갤러리, 산타모니카의 페터 페트만 갤러리 등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국 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미술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프랑스 국립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올 하반기 프랑스 갤러리 파르티퀼리에르에서 개인전과 영국 포토갤러리의 기획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 (미술관 자료)

덧붙이는 글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7-16 카이스 갤러리(02-511-0668) http://www.caisgallery.com
작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카이스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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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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