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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의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관련 국제전화 투표가 409만 회(7억여 원, 3월 31일 기준)를 넘어선 가운데, 서귀포시가 공무원들이 자비를 들여 이 투표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투표 동원'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트위터 이용자 'pythagoras0'를 통해 입수한 '제주, 세계 7대자연경관 도전 공무원 투표 참여운동 전개에 따른 의견 조회' 문건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정규직 공무원(1003명)을 대상으로 1인당 한 달 1만∼5만 원 범위 안에서 자비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투표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 형식을 띠고 있지만, 문건에 '공무원들의 요금 고지서를 수합해 투표 참여 여부를 확인한다'는 조항까지 있어 '강제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는 "투표 참여 운동 전개를 위한 의견 조사를 벌인 적이 있지만 현재 실행하고 있지 않다"며 "공무원들은 자율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커피값, 담배값으로 1인당 1일 10통화 하자"

 

이 문건은 "기억나시나요? 올해 3월까지 우리 서귀포시 공무원들의 단결된 힘으로 제주의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에 있어 전화투표를 통해 보여주었던 막강한 파워를"이라는 문구로 시작하고 있다. 문건의 작성 주체가 서귀포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건은 "다시 한번 여러분의 힘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그 무엇보다 더 제주를 사랑하는 우리 공무원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하루 한 잔의 커피 값, 담배 값을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화와 문자투표로 돌려주세요"라고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어 구체적인 '투표 참여 운동 전개' 방법이 서술돼 있다. 1003명의 공무원이 자신의 핸드폰을 이용해 '1인당 1일 10통화'를 하자는 제안이다. 그렇게 할 경우 전화투표는 5만4000원, 문자투표는 4만5000원의 전화요금이 매달 지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운동을 5월부터 10월까지 총 6개월간 진행하겠다는 것이 서귀포시의 구상이다. 이대로 실행될 경우 서귀포시 공무원들은 3억 원(6개월간) 안팎의 자비를 쏟아붓게 되는 셈이다. 또한 문건은 이러한 투표 참여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투표 참여 운동 전개 찬반과 투표목표량 설정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과별로 투표 참여운동 찬반 의견을 묻고, 투표목표량별 인원수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투표 목표량은 1만 원부터 5만 원까지로 설정돼 있다. 즉 최저인 월 1만 원 범위 안에서 투표할 사람은 몇 명이고, 최고인 5만 원 범위 안에서 투표할 사람은 몇 명인지 조사한다는 얘기다.

 

요금고지서로 투표 참여 확인?... 서귀포시 "실행 안하고 있어"

 

하지만 국민세금에 이어 공무원들의 자비까지 들여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투표 동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제성 논란'까지 제기될 수 있다. 

 

실제 문건에서는 공무원들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참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직원별 요금 고지서 수합'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얼마의 자비를 들여 전화투표와 문자투표를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시에서 추진하는 투표 참여 운동을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눈치를 보며 전화요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목표량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전화요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 공보과의 한 관계자는 "서귀포시에서 그런 계획을 세워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그런 식의 투표 참여 운동을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당하다는 노조의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현재는 자율적인 투표참여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근민 지사는 지난 2일 직원조회에서 "한 사람이 100통화를 한다고 치면 1만8000원 정도 든다"며 "우리 100만 내외 도민이 100표씩만 찍도록 하면 1억표가 금방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 지사는 "이런 기회에 우리가 한 달에 2만 원 정도 더 쓰면 후대에 자손들로부터 '가장 위대한 조상'이라는 소릴 들을 수도 있다"며 "한번 해보자"고 공무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태그:#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서귀포시, #뉴세븐원더스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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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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