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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연속 적자'

'지역MBC 강제 통폐합'

'<조중동>방송 광고시장 위협'

 

지역언론계에 짙은 황사바람이 드리우고 있다. 지역신문업계의 만성 적자와 끊임없는 구조조정은 신문 본연의 역할과 임무수행의 발목을 붙잡아 왔다. 게다가 지역방송업계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경영난을 앞세운 통폐합바람이 업계를 거세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지역민들과 친숙해왔던 지역MBC들이 잇따라 통폐합됨으로써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 훼손, 더 나아가 지역여론의 소외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종편채널 출범을 앞두고 지역 광고시장을 위협하는 '조중동' 방송과 지역신문들 간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어 지역언론계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곧 지역사회 위기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을 지역주민들에게 원활하게 전달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합리적 여론을 도출하고,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한다던 지역언론사들의 본령이 위기에 처한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신문들이 점점 절망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영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일간지, 즉 전국지는 점점 호전돼 가는데 지역신문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신문업계의 양극화현상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역신문업계의 극심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서울일간지들, 특히 조중동은 점점 더 살찌는 기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역 간판 일간지 10곳 중 6곳 '마이너스' 영업, 왜?

 

 

신문시장의 극심한 양극화는 최근 발표된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위 잘나가던 지역의 간판 일간지들도 지난해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개 지역 일간지(강원, 국제, 광주, 경남, 경인, 대전, 매일, 부산, 영남, 제주)의 경영실적을 <기자협회보>가 분석한 결과, 6개 신문사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2009년에 비해 매출액이 줄어든 곳도(2개) 있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50~60년의 역사를 지녀온 신문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신문의 매출액 순으로 경영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리 밝지 못하다. 우선 <부산일보>는 지난해 매출 445억 원, 영업손실 26억 원, 당기순손실 58억 원으로 2년 연속 큰 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보다 매출이 2억여 원 늘어났을 뿐,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부산>은 2002년 809억 원을 기점으로 매출이 점차 줄어 현재 4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이어 <매일신문>은 매출 332억 원으로 전년대비 38억 원 늘었지만, 영업손실 11억 원, 당기순손실 8억 원을 기록했다. 이 신문 역시 매출이 2005년 501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향세로 전환, 170억 원이나 줄었다.  <경인일보> 또한 매출이 219억 원으로 전년대비 8% 성장했지만, 당기순손실 70억 원을 비롯해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신문>은 208억 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1% 줄었고 영업손실 5억 원, 당기순이익 4천만 원을 기록했다. 2002년 338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매출이 줄고 있다. <광주일보>도 매출이 1%(3억 원) 감소했다. 지역신문의 경영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광고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광고마저 중앙지 위주로 편중 집행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부산일보>의 한 간부는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MB정부 들어와 중앙지 위주로 정부광고가 배정되고 있다"며 "ABC 실부수 조사를 받았는데도 광고 집행은 똑같다, 조정이 안 된다는 것도 불만"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지역신문 광고도 찾기 힘들 정도다. <기자협회보>는 "상당수 대기업들은 발행부수가 적든 많든 모든 전국지 1면에 광고를 하지만 일부 전국지보다 발행부수가 많은 지역 대표신문에조차 광고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종편이 본격 출범할 경우 지역신문의 광고 수주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조중동> 수천억원대 매출, 종편 진출로 더 큰 '흑자 날개'

 

 

그런데 참 희한하다. 지역신문과는 대조적으로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곳의 2010년 매출액은 2009년에 비해 평균 9.7%나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신문 가운데 2009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지난해에는 흑자로 전환했다. 전 세계적인 '신문업계 위기'가 국내 보수신문들에겐 '호기'로 작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기업공시자료 분석결과, 서울에서 발행되는 9개 전국지(국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가운데 매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조선일보> 3709억 원, <중앙일보> 3325억 원, <동아일보> 2795억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나 '언론재벌'임을 과시했다.

 

2009년 매출액이 2824억 원이었던 <중앙>은 2010년 33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17.7%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으며, <조선>은 전년(3481억여 원)보다 228억여 원(6.6%) 늘었다. <동아>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09년 2648억 원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2795억 원으로 147억여 원(5.6%) 늘었다. 특히 2008년 8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2009년 174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폭이 커졌던 <동아>는 지난해 2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로 전환했다.

 

이밖에 <한겨레>도 지난해 총매출액이 811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0.2%(136억 원)가 늘었다. 이처럼  2010년 4월 14일까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전국 31개 일간신문사의 기업공시 공개 자료를 보면, 서울과 비서울, '조중동'과 나머지 일간지 등으로 경영지표가 극명하게 구분된다. 더욱이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조중동'의 종편진출로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기업공시 31개 신문사의 2010년 영업이익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는 영업이익을 보았으며, 스포츠지와 지역일간지는 영업적자를 보았는데, 이를 전년과 비교하면 서울의 종합지는 흑자로 전환됐고, 경제지는 흑자가 증가됐으며, 스포츠지는 적자가 증가됐고, 지역일간지는 적자가 감소한 것으로 요약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직전 3년간 추이를 보면, 전체 신문업계가 2007년의 흑자에서 2008년에 급락해 적자로 전환했고, 2009년에는 조금 상승, 2010년에는 흑자로 전환됐지만 지역일간지의 악화된 마이너스 상황은 좀처럼 플러스로 회복될 줄 모른다. 지역일간지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신문 너도 나도 '조중동' 방송 '줄서기'

 

그래서일까. 지역신문업계의 경영난은 '조중동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른바 지역신문들의 종편참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조중동 방송'의 지역광고시장 '싹쓸이'에 미리 대비하려는 것일까. 지역신문들이 '조중동 방송'에 너도 나도 줄을 서고 있다. 이는 지역신문의 정체성 위기로 볼 수 있다.

 

종편채널사업자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등 방송준비를 본격화함에 따라 지역일간지들의 컨소시엄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채널A'와 지난해 컨소시엄 협약을 맺은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지역신문사들은 최근 <동아일보>에서 실시하는 방송기자 연수에 들어가는 등 연대행보가 바빠졌다.

 

이들 지역신문사는 사내 또는 사외에서 방송기자를 선발, <동아미디어교육센터>에서 방송기자 심화교육을 받기로 하는 등 지역신문사들의 방송참여 열기가 한창이다. 지역의 D일보사는 최근 대학 방송기자 출신 중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2~4명의 방송기자를 확정한 가운데 사옥 1층 직원 휴게실을 리모델링해 방송 스튜디오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중앙일보> 'jTBC', <조선일보> 'CSTV'와 컨소시엄을 맺은 다른 지역신문사들도 방송준비에 본격화하고 나섰다. 이들과 협력을 맺은 지역신문사들은 최근 방송추진 부본부장 인사를 새롭게 내는 등 1~2명의 방송기자를 선발, 방송기자 위탁교육과 촬영카메라 등 방송 설비를 갖추느라 비상이다.

 

지역신문들이 '조중동'에 예속돼 지역의제 설정권마저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지역신문업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지역방송업계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지역MBC 통폐합문제로 지역방송 종사자들과 수용자 모두 심기가 편치 않다.

 

"2500만 지역 시청자 이름으로 지역MBC 강제 통폐합 단호히 거부"

 

 

지역MBC 강제 통폐합 반대 전국 결의대회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렸다. 이는 그동안 내재돼 왔던 갈등과 분노의 일부가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종편특혜 저지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위원회(이하 언론노조 공투위)와 지역MBC강제통합반대전국연합(준)은 이날 지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강제 통폐합이 용인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법적 책임을 묻고, 전국이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시작해 방통위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자 언론사인 지역MBC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훼손하고 지역 여론 소외를 조장하는 지역MBC 강제 통합 기도를 절대로 승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강제 통폐합은 지역민의 행복추구, 언론접근 자유,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모두 말살하는 것"이라며 "2500만 지역 시청자의 이름으로 지역MBC 강제 통폐합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재철 MBC 사장은 진주MBC 법인을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창원MBC에 흡수 통합하는 일방적 통폐합을 추진했다. 또 올해는 충주MBC와 청주MBC, 삼척MBC와 강릉MBC 역시 통폐합 수순을 밟아 저항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MBC 김 시장은 진주-창원MBC 통합안의 승인을 요구하며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경남, 충청, 강원지역에서는 지역MBC 통폐합을 반대하는 노동·지역시민사회의 연합 단체가 구성됐다. 언론노조 진주MBC지부와 지역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진주-창원 MBC 강제 통폐합 저지투쟁을 400일 넘게 벌이고 있다.

 

배우근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 공동대표는 25일 결의대회에서 "종편 등 서울 중심의 채널을 늘리면서 지역의 방송을 축소하려는 것 자체가 지역민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려는 것"이라며 "진주-창원 통폐합의 경우 지역민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 등 공론의 장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 지역주민 정서 누가 대변해 주나?"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입으로는 지역방송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람이 사라진 통합"이라며 "강제 통폐합에는 삶을 함께하는 진정한 지역민과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MBC 김재철 시장과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의 독선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며, 계속해 강제 통폐합을 강행한다면 이들을 반드시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진주MBC 주주들은 창원지법 전주지원에 진주-창원MBC 합병 관련 '방송법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날 진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방통위는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관련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합병 변경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여론조사 결과도 진주와 사천 시민 80%가 통합에 반대했다"며 "방통위는 지역민의 간절하고 올바른 뜻을 받아들여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MBC 강제 합병은 방송법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평등 원칙',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독과점 규제와 경제 질서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골자를 이룬다. 25일 언론노조 공투위와 지역MBC강제통합반대전국연합이 밝힌 '지역MBC 강제 통폐합 반대 전국연합 결의문' 중 서두는 현재 지역언론계가 직면한 상황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이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사회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역의 염원인 지방분권과 자치는 정치적 수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지역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일수록 그 폐해는 훨씬 심각하다. 이러한 지역의 사정과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누가 대변해 왔는가."


태그:#지역신문, #조중동,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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