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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 인정하는 엄기영 후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7일 오후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춘천시 선거사무실을 찾아 선거운동원들을 위로한 뒤 "패배를 인정하고, 최문순 당선자가 강원도정을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 강원도 발전을 위해 어디서든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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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이전에 상당수 의원들이 지금처럼 이렇게 어렵게 선거를 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공감대가 있다."(수도권 중간파 의원)

"우리 당이 크게 잘못했다. 분당을에 처음에는 문제가 있어서 총리에서 물러난 사람을 내보내려했다가 그게 안 되자, 떨어질 것 같아 총선도 안 나간 양반을 내세웠다. 그나마 우리 아성이라는 곳에서 민주당보다 뒤늦게 후보가 결정됐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이 보란 듯이 선거대책회의를 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을 무시했다. 크게 당할 것이다."(친박근혜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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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재보선 개표결과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강원도지사 당선이 확정되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기뻐하며 최 후보를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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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재보궐선거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더 나빴다. 분당을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했으나, 강원도도 잃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는 "이광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일 뿐 강원도는 아직 바닥까지 변한 건 아니"라고 위안했으나, 사실상 무명의 최문순 후보에게 4.4%포인트 차이로 졌다.

결국 '한나라당에게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분당을과 50년 텃밭'강원도에서 완패하고 만 것이다.

치솟은 퇴근길 투표율... 30~40대 작심했나

이번 분당을 투표율 49.1%는 지난 총선 때의 45.2%보다 3.9%나 높다. 재보선 투표율이 총선투표율보다 높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강원도 투표율 47.5%는 지난해 지방선거때 54.4%보다는 낮지만, 재보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다. 출퇴근시간대 투표율, 특히 오후7시부터 1시간동안 투표율만 6.3%에 달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30, 40대 넥타이부대가 작심하고 이명박 정권에게 채찍을 든 것이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원래 한나라당 지지지역인 분당을과 강원도에서까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한나라당내 '친이명박계'인 김영우 의원도 "분당을에서 후보전략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면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개념이 흔들리는 것이고 이제 그런 텃밭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전세대란, 청년일자리 문제 등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가 승리한 것은 위안거리가 될 만하다. 흔들리는 PK(부산경남)에서 구심이 될 만한 친이계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에 따른 어부지리성 승리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안상수 체제 유지 어려워...'MB 탈당 문제' 거론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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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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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취약했던 안상수 대표 체제의 존립은 불가능해졌다. '강재섭 공천'을 지원한 임태희 대통령 실장 교체 등 당정청 교체 요구가 나오겠지만, 문제는 그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급속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신공항 문제'로 불거졌다가 잠복한 이 대통령 탈당(정확히는 출당)문제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내일부터 당장 그런 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방향은 그렇게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계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박근혜 전 대표의 구심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친박쪽은 "친이쪽이 거부감이 크다면, 친이와 친박을 뛰어넘어 '친한나라당'으로 생각하면 된다. 박근혜 대표외에 어떤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사지'에서 생환함으로서 당내에서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보다 확실한 우위에 서게 됐다.  5% 지지도로 고민하던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가장 큰 수확은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맞아 승리함으로써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딱지 완전히 뗀 손학규...'친노 아성' 뺏긴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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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인 이봉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기호8번'을 손으로 그려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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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손 대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유 대표는 '친노의 고향' 김해을에서 패배로 당 대표가 된지 40여일만 깊은 상처를 입게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아성'을 적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보단일화 초기에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출마 포기 과정에서 친노진영 내부의 비판을 받았고, 민주당과 단일화과정에서는 '알박기', '벼랑끝 전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에 시민사회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으로서는 '친노의 정치적 적자'라는 주장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김해을 패배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 대한 통합요구가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당장 통합을 주장하고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시민사회쪽에서 통합하라는 목소리가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패배가 양당 통합논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나 당장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참여당은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반감이 세다. 반면, 민주당은 "중앙에서는 최선을 다했으나, 이봉수 후보와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의 김해지역 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