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고 이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의 체르노빌 원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오늘(1986년 4월 26일)은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사고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당시 피폭자 중에서 암과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지역은 여전히 죽음의 땅으로 버려져 있으며 괴물 메기 등장과 같이 생태계 혼란도 초래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휴유증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동안 우리들은 그 사고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다시금 그때를 기억하며 더듬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러나 분명히 8000km나 떨어진 한국에도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다. 사고 후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등 국제전문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후 6∼10일째 기간동안 한반도 상공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한반도로 떨어진 방사능 낙진이 한국인의 갑상선암 발생률을 높였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실제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입원환자수가 2002년 6312건에서 2004년 1만 2054건으로 거의 두배 가량 증가하였다. 이 수치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의 갑상선 암환자 평균 증가율 약 2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갑상선은 인체의 성장이나 발육을 돕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기관으로써 요오드 축적이 필요하다. 그런데 갑상선은 어떤 요오드이든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 따라서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오면 이를 취하게 되고 이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피폭에 해당한다.

물론,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국내에서 갑상선 암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분명 논쟁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객관적 통계를 놓고 보면 체르노빌로부터 날아온 방사성 물질(요오드)로 인해 국내에서 암환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2002년 기준으로 볼 때 국내 갑상선 암환자 발생률은 체르노빌 피해 당사국인 벨로루시와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 1위였던 미국을 초월했다.

당시의 이같은 갑상선 암 발생률 증가는 방사능과의 연관성을 제외하면 납득할만한 설명이 안 된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검사장비의 발달로 인해 갑상선암 조기 발견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조기 검진으로 암환자가 늘어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만으로 특정기간에, 그것도 특정 연령층에 갑상선 암이 집중 발병한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따지지 않겠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한반도 대기 중 방사능 오염이 확인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방사능 오염 비에 맞지 말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이들은 "7일과 8일 사이 전국에 걸쳐 내리는 비에 방사능 물질이 섞여 내리면서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임산부들이 생물학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취약하다고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한반도 대기 중 방사능 오염이 확인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방사능 오염 비에 맞지 말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나는 여기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갑상선 암환자가 발생했는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체르노빌 수준(국제 원전사고 평가등급 7레벨)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한국 정부의 대응 수준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과 달리 순간 피폭량이 적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진행형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심각한) 방사능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제까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국민행동 수칙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한반도에서도 연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국내산 시금치와 상추와 같은 야채는 물론이고 고등어와 삼치 같은 어류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도 정부에서 똑같이 했던 말이다. 당시 과학기술처는 아직 방사능 낙진이 이동하고 있는 시점인 5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히 "빗물에 방사능 낙진이 없으니 안심하라, 우리나라는 별 피해가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다.

또한 당시 5월 5일 충주 관측소에서 빗물 중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는데도 가장 주의해야 할 우유와 아채 등의 섭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이 "빗물을 마시지 말라"는 현실성 없는 지침만 내렸을 뿐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방사능 낙진에 대한 정부 조사역시 매우 부실하게 진행됐다. 당시 방사능 낙진에 대한 빗물 조사는 11개 관측소에서 실시했다. 하지만 우유에 대한 조사는 충주·대전 등 불과 2개 지역에서 각각 5월 6일과 12일 한 차례씩만 진행했다. 기타 채소에 대해서는 서울·충주·대전 등 3개 지역에서 역시 각 한 차례씩만 조사됐고 공기 부유진도 대전 1개 지역에서 한 차례만 조사했다.

반면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일본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30개 현을 포함 총 35개의 관측소에서 빗물뿐만 아니라 우유, 채소, 식수 등에 대한 체계적 오염조사를 벌였다. 특히 일본은 방사능 낙진이 일본에 처음 떨어진 5월 5일 전후부터 6월 5일경까지 약 1개월간 35개 지역 중 30개 지역에서 우유에 함유된 요오드-131의 오염수준을 조사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같은 기간 토양에 대한 조사를 벌여 약 20가지의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

원전의 대형 재난 시 각국 정부들이 공공 안전을 위해 가장 우선시 하는 조치는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막기 위해 잠재적 낙진 확산지역에서 요오드 대체재(요오드화 칼륨, potassium iodide)를 지급하는 것이다. 요오드 대체재를 복용하게 되면 충분한 요오드를 축적한 갑상선이 방사성 요오드 등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성 요오드의 주요 축적경로인 우유의 음용을 자제하도록 당부한다.

실제로 구소련과 인접해있던 폴란드의 경우 사고가 알려진 직후 약 1800만 명의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방지했다. 또,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우유나 채소류 등의 오염가능 식품 섭취를 삼가도록 당부하였다. 폴란드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등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당사국들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간 갑상선암 발생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 밖에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체르노빌사고 직후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고 음식물 섭취에 대한 주의지침을 제공했다. 이 지역에서도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특별히 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직후 미국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자 약국에서 요오드를 사재기하던 모습이 지나친 호들갑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10년 후는 누가 책임지나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기형어린이 출생률이 줄지 않고 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기형어린이 출생률이 줄지 않고 있다.
ⓒ Chernobyl Children Life L

관련사진보기

어쨌든 일본과 유럽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에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한 데 비해 한국정부는 무사안일로 방치하다 결국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국민들에게 입히게 된 꼴이 됐다. 그런데 똑같은 안타까운 일이 25년이 지난 한국에서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가장 인접한 국가인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응계획을 세우기보다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체르노빌의 경험처럼 또 다시 우리 국민들이, 우리 아이들이 10년 후 갑상선 암에 걸리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 무능한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한 달 반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후쿠시마의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우리 국민들 머릿속에서는 후쿠시마에 대한, 아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생각과 긴장감이 조금씩 옅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 25주년이 되는 오늘을 되돌아보면 과연 후쿠시마에 대한 우리들의 망각이 이대로 진행되어도 좋을 것인지 되새겨봐야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얻을지는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승국씨는 시민운동가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