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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독려해온 제주특별자치도가 올 1월부터 3월까지 약 2억 원의 전화요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2008∼2011년도 월별 전화요금 지출내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총 1억9969만4170원을 전화요금으로 지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전화요금(2억3821만여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렇게 전화요금 지출액이 급증한 것은 제주도가 공무원들을 '선정 투표'에 적극 동원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이 중복투표가 가능한 전화투표(국제전화)에 매달린 결과 국제전화 사용요금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추진위 사무실 개소한 2010년 12월부터 급증

 

제주도의 전화요금 지출액은 해마다 조금씩 늘었다. 2008년 2억3821여만 원이었던 전화요금 지출액은 2009년 2억9689여만 원, 2010년 3억2467여만 원으로 조금씩 늘었다. 월별 최저 1400여만 원, 최고 2900여만 원의 전화요금이 지출돼왔다(2010년 11월까지). 

 

그런데 2010년 12월부터 전화요금 지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에 지출한 전화요금은 4617여만 원으로 이는 전년도 같은 시기(2498여만 원)보다 무려 2118여만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올 1월부터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1월에는 9738여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까운 전화요금이 지출됐고, 2월과 3월에는 각각 5095여만 원과 5135여만 원이 지출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시기에 지출된 전화요금보다 2∼3배 더 많다.  

 

이렇게 제주도의 전화요금 지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제주도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집중하면서부터 벌어진 일로 보인다.

 

전화요금이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크게 늘기 시작한 2010년 12월에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범국민추진위) 사무실이 문을 열었고, 가장 많은 전화요금을 지출한 지난 1월에는 '대국민추진선포식'이 제주에서 열렸다. '대국민추진선포식'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우근민 제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당월 지출된 전화요금이 전달에 사용한 금액이라는 점을 헤아리면 제주도의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 올인'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범국민운동을 벌일 조직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특히 제주도가 공무원들을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동원한 것이 전화요금 지출액 급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제주도의 문건에 따르면, 지난 3개월(1월부터 3월까지) 동안 공무원은 국제전화 투표 409만 회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공무원 한 명당 584통의 국제전화를 건 셈이다.

 

제주도 현지언론인 <제주의 소리>에 따르면, 서귀포시청의 한 공무원조차 "캠페인은 말 그대로 순수성과 자발성이 생명인데 실적을 중시하다 보니 공무원들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성과관리 항목에 넣는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전화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렇게 공무원을 투표에 동원함에 따라 국제전화 사용요금이 늘어났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전체 전화요금 지출액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화요금 지출액이 많이 늘어나 우근민 지사도 '자제하라' 지시"

 

이와 관련, 김근수 제주도 정보정책과 서기보는 "도내 공무원들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된 국제전화 투표에 참여하면서 전화요금 지출액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렇게 전화요금 지출액이 많이 늘어나자 우근민 지사가 국제투표를 자제하라고 얘기했고,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가 국제전화 투표에 매달린 배경에는 독특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주관해온 뉴세븐원더스재단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투표를 할 경우 무료이지만 '1인 1회'로 투표횟수가 제한된다. 하지만 유료인 국제전화 투표는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 투표도 가능하다. 국제전화로 투표를 할 경우 1건당 180원의 국제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제주도,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전화요금 지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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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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